주간동아 817

2011.12.19

T-50 라이벌 UAE서 ‘추락’, 한국 기회 잡나

조종사 비상탈출, 기체결함 원인인 듯…한, 방위사업청장 급파 대역전극 노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11-12-19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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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50 라이벌 UAE서 ‘추락’, 한국 기회 잡나

    UAE 두바이 에어쇼에서 시험비행 중 추락한 이탈리아의 M-346 시제기.

    한국 고등훈련기 T-50의 라이벌인 이탈리아 M-346 시제기 한 대가 11월 18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에어쇼에서 비행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인근 바다에 추락했다. 두 명의 조종사는 비상 탈출해 목숨은 건졌으나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UAE는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

    2009년 2월 이탈리아는 M-346 시제기를 만들었지만 시험비행은 하지 못한 상태였다. 활주로를 달리는 지상시험만 했는데, 훨훨 날아다니던 한국의 T-50을 제치고 UAE로부터 고등훈련기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다. 2007년 UAE 두바이 에어쇼에 T-50을 출품시켜 시험비행을 하며 승리를 자신했던 한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여파 탓인지 2010년 싱가포르 경쟁에서도 T-50은 겨우 시험비행을 하던 M-346에 또 패배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총력전을 펼친 끝에 올해 중반 인도네시아에서 간신히 승리했다. 인도네시아 경쟁에서 M-346은 초반에 탈락하고 러시아의 야크-130이 1등을 달렸다. 그런데 2010년 5월 러시아에서 야크-130이 추락하자, 인도네시아는 2등을 하던 T-50으로 관심을 돌려 한국의 숙원(宿願)을 풀어줬다. 지금 T-50은 이스라엘에서 M-346과 다시 혈전을 벌이는 중이다.

    M-346 선택했던 국가들 예민

    UAE는 이탈리아가 구매 대가로 많은 경제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에 M-346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자격을 박탈했다. 이 때문에 UAE를 달래려고 두바이 에어쇼에 시제기를 출품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추락해버린 것. 목격자들은 “사고기는 이륙 직후 바로 기체가 뒤집혔는데, 사고기 조종사들은 피해를 줄이려고 어렵게 바다로 끌고 가 추락시켰다”고 증언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M-346 완제기를 겨우 한 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M-346을 선택했던 나라들이 예민해졌다. UAE에서는 고등훈련기 사업을 재개한다면 한 대도 떨어지지 않고 50대가 쌩쌩 날아다니는 T-50이 유리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9년 말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고 항만 방어를 하기 위해 해군 요원을 파병하는 등 UAE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것이 긍정적 영향을 끼치리라 관측하는 사람도 있다.

    T-50 라이벌 UAE서 ‘추락’, 한국 기회 잡나

    야크-130 추락으로 인도네시아 경쟁에서 이긴 한국의 T-50은 M-346 추락을 계기로 이스라엘에서도 승리할 것인가.

    이미 M-346 도입 계약을 체결한 싱가포르는 더 예민한 상태다. 싱가포르는 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으로 밝혀지면 계약을 파기하는 것까지 검토 중이다. 이 사고 전 M-346은 이스라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 상태였다. 11월 초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절친한 사이였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이탈리아는 이스라엘로부터 조기경보기와 무인기 등을 사주는 대신 M-346 판매를 제의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고 M-346까지 추락함으로써 ‘8부 능선’까지 올라간 양국 간 계약이 한순간에 미끄러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의 실수가 나에게는 기회다. 호기를 잡은 한국은 12월 초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을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세계 항공계는 한국의 T-50이 역전승을 거둘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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