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7

2011.12.19

‘법률비용보험’을 아십니까?

권리 침해·법적 분쟁 상담 및 비용 보장…법률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로 수요 증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1-12-19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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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여름 김모(30) 씨는 한 중고차 딜러로부터 차량을 구입했다. 무사고 차량으로 알고 매매를 끝냈지만 얼마 후 고장이 나 카센터에 갔더니 대형 사고가 난 차량이라고 했다. 중고차 딜러에게 속은 것이다.

    #2 네 살 된 딸을 집 인근 개인 유아원에 맡기는 맞벌이 주부 이모(33) 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 혼내려고 하면 화장실에 들어가 숨는 행동이 수상쩍어 알아보니 유아원이 원생을 가두는 벌을 상습적으로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3 최근 전세 계약이 만료돼 이사를 준비하던 신모(41) 씨. 그런데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며 버틴다. 이미 이사할 집을 계약하기로 했다고 얘기했지만 집주인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들이다. 억울하게 재산상 또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지만 법적 대응을 하는 이는 별로 없다. ‘좋은 게 좋다’는 인식과 ‘익숙지 않다’는 게 이유.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풍토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국내 민사소송은 400만 건을 넘어섰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인구 대비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법적소송이 인구 1000명당 128명꼴로 발생(발생 건수 634만 건)하고 있는 것. 암 발병 건수 3.6명, 교통사고 발생 건수 4.5명과 비교하면 30배가 훨씬 넘는 수치다.

    문제는 이렇듯 법적분쟁이 생활주변에서 빈번함에도 암보험이나 자동차보험 같은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점. 법률서비스의 실질적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변호사를 둔 일부를 제외한 서민은 권리침해를 당했을 때 시간(Time), 비용(Money), 스트레스(Stress) 등 세 가지 장벽에 부딪힌다. 전문적 법률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겐 소송 절차는 복잡하고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변호사를 구하려니 선임료가 만만치 않다. 결국 ‘나홀로’ 소송에 도전해보지만 시간 뺏기고, 돈 잃고, 스트레스까지 쌓여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



    무분별한 소송 방지 기능도

    선진국은 이런 경우에 대비한 법률비용보험 제도가 발달했다. 법률비용보험이란 민사간 법적 분쟁 발생 시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법률 상담 및 일정 한도 내에서 소송과 관련된 제반 비용(변호사 선임비용, 인지대, 송달료 등)을 보장해주는 손해보험의 일종.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개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독일의 경우 전체 가구 수 가운데 43%, 미국은 국민의 40%, 영국은 2가구 중 1가구가 가입해 편리하고 쉽게 법률서비스를 받는다. 건강보험, 자동차보험만큼 일상생활에 친숙하게 다가와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 보험은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경우에도 상담, 중재, 화의, 조정 등 모든 단계에 필요한 법률적 자문과 비용을 제공한다. 소송을 부추겨 분쟁 건수만 높인다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고객 상황에 맞는 적절한 법적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을 막고 사건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법률비용보험사의 자체 분석 결과 고객의 80% 이상이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 법률비용보험사인 DAS의 김경수 본부장은 “법률비용보험은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상품이지만, 이에 대한 개인 및 기업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족용 상품뿐 아니라, 올 연말에 출시할 예정인 ‘Business Legal Care(가족용+사업용 패키지)’ 상품에도 고객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법률비용보험’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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