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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앗!” 뜨거웠던 FA 시장

이대호 100억 뿌리치고 전격 일본행…각 팀 프랜차이즈 스타 대거 이동 판도 변화 예고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억! 앗!” 뜨거웠던 FA 시장

“억! 앗!” 뜨거웠던 FA 시장

소속팀을 떠나 이적한 조인성, 이대호(왼쪽부터).

어느 해보다 굵직굵직한 뉴스가 쏟아지고 화제가 풍성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었다. 그 중심에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FA 중 최대 거물로 꼽혔던 이대호는 ‘역대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액’인 4년간 총액 100억 원(보장금액 80억 원+옵션 20억 원)을 뿌리치고 일본 프로야구행을 선택했다.

새로운 도전과 부담 없는 선택

이대호는 작년 시즌에 9연속경기라는 홈런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고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타격 7관왕이라는 위업도 달성했다. 올해도 수위타자에 오르며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한때 일본 프로야구의 심장인 요미우리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을 넘어서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FA 계약 최고액은 심정수가 2004년 말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받은 4년 총액 60억 원이었다. 롯데는 이대호의 실력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간판스타라는 상징성을 보태 협상에 나서기 전부터 ‘역대 최고 계약금액(60억 원)에 플러스알파(+α)가 있을 것’으로 공언했다. 4년간 총액 100억 원을 제시하며 모처럼 ‘통 큰 지갑’을 열었지만 끝내 이대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이대호는 ‘4년간 100억 원’이라는 안정적 소득 대신 더 큰 명예와 부를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선수로서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 나에겐 꿈도 있고, 더 큰 욕심도 있다. 한국 야구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드러냈다.



“구단도 100억 원을 제시하며 나를 많이 배려해주셨다. 100억 원이란 돈? 그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은 롯데 이대호가 아닌,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서다.”

사실 이대호에게 일본 프로야구행은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부담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성공한다면 요미우리에서 2007년부터 4년간 총액 30억 엔의 대형 계약을 맺은 이승엽처럼 한국 무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을 챙길 수 있다. 행여 실패한다 하더라도 김태균, 이범호, 이혜천 사례에서 보듯 국내로 돌아와 또 다른 대박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LG에서 FA로 풀린 이택근은 넥센의 부름을 받고 4년간 총액 50억 원(보장금액 44억 원+옵션 6억 원)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그는 이번 FA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원소속구단인 LG가 이택근에게 첫 협상에서 제시한 ‘3+1년’에 27억 원이 ‘합리적 수준’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총액 50억 원 중 마이너스 옵션 없이 순수 보장금액만 4년간 44억 원이다. 총액 규모로 볼 때, 심정수의 60억 원에 이은 역대 FA 2위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특히 야구계는 계약 주체가 넥센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 넥센의 FA 영입은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이었다. 더구나 이택근은 2009년 말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넥센에서 LG로 이적,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다. 넥센은 당시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에 25억 원을 받고 이택근을 팔았다.

그러나 이택근은 이후 2년간 LG 외야의 ‘빅 5’와 포지션이 겹친 데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치 못했다. 작년 시즌 91경기, 올 시즌 85경기 출장에 그쳤고,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호타준족에 매력 있는 선수임에는 확실하지만, 4년간 총액 50억 원을 받을 만큼의 대형 선수라 보기는 어렵다. 이장석 넥센 사장은 ‘상식을 깬 과도한 투자’라는 비난 속에서도 거금을 투자했다.

정대현은 ML 직수출 1호

“억! 앗!” 뜨거웠던 FA 시장

정대현은 일본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프로야구 1호 선수가 됐다.

왜일까. 이 사장은 여러 수를 머릿속에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 이택근 영입의 첫 번째 이유는 이 사장이 ‘넥센 시절 이택근의 가치’에 큰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강팀이 되려면 선수단에서 구심점 구실을 해줄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택근이 그 몫을 해주리라 판단한 것이다. 구단 재정 상태가 어려워 한때 그를 팔았지만 언젠가 다시 데려올 생각을 했고 이번이 적기라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창단 이후 해가 거듭될수록 호전되는 구단 재정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적자가 크지 않았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시즌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췄다”는 야구계 안팎의 증언도 있다. 이 사장은 “이번 FA 영입은 우리 구단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상태 호전에 따른 자신감을 밑천 삼아 그간 ‘선수를 팔아 유지하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LG뿐 아니라 롯데, KIA 등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구단조차 잡지 못한 선수를 자신들이 잡았다는 상징적 효과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뒷말도 끊이지 않는다. 넥센의 파격적인 이택근 영입은 ‘넥센에 관심 있는 기업 요구에 따라 이택근을 뽑은 후 구단 가치를 높여 매력적인 가격대에 매물로 내놓기 위한 것’이라는 매각추진설, 또 다른 현금 트레이드를 위한 ‘사전 여론무마용’이라는 의혹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FA 시장에선 메이저리그에 직수출된 한국 프로야구 1호 선수도 나왔다. ‘100만 달러 이상은 받기 힘들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로하고 볼티모어와 2년간 총액 320만 달러를 받기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정대현의 성공 스토리는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찬호, 추신수 등은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빅리그에 올랐다. 이상훈과 구대성은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미국에 진출한 경우였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대거 팀을 떠난 것도 이번 FA 시장의 특징이다. 14년간 LG에 몸담았던 ‘국가대표 출신’ 안방마님 조인성은 3년간 총액 19억 원에 SK로 이적했다. 롯데맨 임경완은 3년간 11억 원을 받고 SK로 전격 이적했으며, 반대로 SK에서 불펜의 핵 구실을 하던 ‘작은’ 이승호(20번)는 4년간 총액 24억 원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1 프로야구 FA 시장은 어느 해보다 고액 계약이 속출하고, 예상 밖으로 다른 구단으로 이동이 많았던 격동의 장이었다. FA 시장 결과가 내년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벌써부터 프로야구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60~61)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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