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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힘들고 어렵게 사는 시각장애인 고통 조금 알았어요”

영화 ‘오직 그대만’ 주인공 한효주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힘들고 어렵게 사는 시각장애인 고통 조금 알았어요”

“힘들고 어렵게 사는 시각장애인 고통 조금 알았어요”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어두운 상처 때문에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철민(소지섭 분). 사고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어가지만 늘 밝고 씩씩한 정화(한효주 분). 영화 ‘오직 그대만’의 선남선녀 커플이 관객을 울리고 있다. 10월 20일 개봉 후 꾸준한 사랑을 받은 ‘오직 그대만’은 11월 14일 비로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리꾼이 매긴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9.1점.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 가운데 가장 선전 중이다.

이 영화는 철민과 정화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처럼 남녀 주인공의 순애보를 그렸다. 송일곤 감독은 데뷔 후 처음으로 정통 멜로연기에 도전한 한효주를 두고 “나이보다 성숙한 배역이고 캐릭터 자체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 번도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며 대견해했다.

달빛마저 싸늘한 늦가을 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24)는 “시각장애인 연기가 ‘정말’ 힘들지 않더냐”고 묻자 스스럼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눈 뜨고 바로 앞 사람이 안 보이는 척하려니 막막하더라고요. 어설프게 연기하면 안 되니까 촬영 전 석 달간 준비했어요. 맹인학교를 방문해 시각장애인의 생활습관과 점자 쓰는 법을 배우고, 식사할 때는 반드시 안대를 착용하고, 한강둔치를 산책할 때도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짚고 다녔거든요. 그 덕에 시각장애인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조금은 알게 됐죠.”

▼ 캐릭터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겠네요.



“촬영하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꾸미고 싶을 나이지만 꾸밀 수가 없잖아요. 시력을 잃어가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가장 안쓰러웠어요. 그런 마음을 비우려고 촬영 마치고 여행을 다녀왔어요. 1년에 한 번은 꼭 가족과 여행을 가요. 이번에는 해외가 아닌 남해를 일주일간 여행했죠.”

▼ 소지섭 씨와 연기 호흡은 잘 맞던가요.

“현장에서 무척 잘 챙겨줘 아저씨한테 늘 고마웠어요. 대본에 호칭이 아저씨여서 촬영 내내 아저씨라고 불렀죠. 원래는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아저씨라는 말이 더 친근해서인지 지금도 그렇게 부를 때가 종종 있어요.”

▼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안 떠오르는 장면이 없어요. 모두 기억에 남아요. 관객들은 두 사람의 키스신을 명장면으로 꼽았던데, 저는 소지섭 씨가 뛰어 들어왔을 때 제가 발을 걸어서 폭 안기는 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무척 사랑스러워 보여요.”

‘오직 그대만’에는 관객을 감동시킨 명대사도 많다. 한효주의 대사 중 “눈이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더 잘 느껴져요” “기억할 게 많으면 더 잘 보인대요” 등이 그것. 그런데 한효주는 이 말을 최고로 쳤다. “눈뜨면 아저씨 침대에 누워서 23시간 동안 아저씨 얼굴만 보고 있을 거야. 내 얼굴은 딱 한 시간만 보고.”

‘봄의 왈츠’는 좋은 자극을 준 고마운 작품

“힘들고 어렵게 사는 시각장애인 고통 조금 알았어요”

드라마 ‘동이’ 출연 당시(왼쪽)와 소지섭과 출연한 영화 ‘오직 그대만’.

그에게 연기자의 길은 운명이었다. 충북 청주여고에 다니던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지만 그때는 연예인을 동경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로 나갔어요. 인터넷 배너광고에 뜬 것을 보고 즉흥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 지원한 거예요. 학창시절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고 좋은 추억이 될 거란 생각에서요. 엄마도 그래서 허락해주셨죠.”

연기에 도통 관심 없던 그가 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을까.

“진로를 정하면서 배우를 업으로 하겠노라고 마음먹었죠. 그때부터는 연기자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노력에 비해 운도 많이 따라줬고요.”

2006년 그는 윤석호 감독의 드라마 ‘봄의 왈츠’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MBC 시트콤 ‘논스톱5’로 연기에 입문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봄의 왈츠’는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은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은 윤 감독의 마지막 계절 시리즈.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탐내던 여주인공 자리가 연기 1년 차 신인인 한효주에게 돌아가자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그러나 ‘봄의 왈츠’는 전편의 명성을 잇지 못했다. 당시의 심정에 대해 그는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못해서 속상했다”며 “‘봄의 왈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내게 첫 주연을 맡겨주고,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좋은 자극을 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연기력을 다진 그는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지난해엔 사극 ‘동이’로 최연소 연기대상을 받는 기쁨을 맛봤다. 연기에만 충실한 것도 아니다. 간간이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비롯한 여러 앨범에서 숨겨둔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7월에는 인디밴드 노리플라이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이들과 함께 ‘Don’t You Know’를 열창했다. 이 여자, 이러다 가수로 데뷔하는 게 아닐까.

“가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하고요, 그냥 음악을 좋아할 뿐이에요. 음악 듣기를 워낙 좋아하고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쉴 때는 취미로 기타를 쳐요. 노리플라이는 평소 좋아하던 밴드여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연기와는 또 다른 신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음악은 그의 오랜 벗이다. 고교시절 친구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조용한 아이’로 기억할 만큼 당시 그는 음악에 심취했다.

“피아노 연주곡과 뉴에이지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 이루마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유달리 좋아했죠.”

▼ 그때도 예뻤나요.

“예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학생들이 꾸미고 다니는 걸 싫어하셨어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요. 엄청 촌스러웠죠. 멋 부리는 데 끼도 없었어요.”

▼ 학창시절 ‘엄친딸’이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소문일 뿐이에요. 공부를 굉장히 잘한 건 아니고, 남들 하는 만큼 했어요.”

▼ 반듯한 배역을 많이 맡아서 그런지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그건 맞아요. 엄마 말 잘 듣고, 학교에서도 말썽 부린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잘한 것도 없었고요. 초등학생 때는 말괄량이였고,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 연예인 된 걸 신기하게 볼 정도로 평범했어요.”

그는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공군사관학교 보급대대 중령으로 지난해 예편했고, 어머니는 유치원 선생님 출신이다. 아버지가 엄했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그는 “전혀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빠는 저를 자유롭게 풀어주셨는데 엄마가 엄하셨어요. 처음에 연예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아빠는 순순히 허락해주셨지만 엄마는 조건을 달았어요. 학교 성적 떨어지면 당장 그만두게 하겠다고요. 다행히 성적을 잘 관리했죠. 저도 공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못하는 걸 싫어했거든요.”

범생이나 엄친딸 이미지와 달리 그는 술을 꽤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잘하는지 물었더니 “그냥 기분 좋게 한두 잔씩 마신다”고 대답했다. 그가 즐기는 술의 종류는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그의 말에 따르면, 섞는 비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란다.

“소맥의 황금비율을 일러드릴까요? 소주와 맥주를 1대 3으로 섞었을 때가 가장 맛있어요. 환상적이죠(웃음).”

언뜻 새침데기처럼 보이지만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많다. 10월 중순에는 ‘찬란한 유산’에서 상대역을 한 가수 이승기의 싱글앨범 ‘연애시대’에 내레이터로 참여한 것도 우정의 발로다. 이승기와 소지섭, 이준기, JYJ 멤버 재중 등 작품으로 만난 미남 스타 가운데 이상형이 있을까.

“순애보 같은 사랑 죽기 전 해봤으면…”

“힘들고 어렵게 사는 시각장애인 고통 조금 알았어요”
“원래 이상형이 없어요. 싫어하는 스타일은 있죠. 허풍 떠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좀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 출연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요.

“다 좋지만 ‘오직 그대만’을 꼽고 싶어요. 생애 첫 멜로라서 그만큼 의미가 크고 첫사랑 같은 느낌이 들어요. 처음 하는 사랑은 참 풋풋하고 어색하고 낯설고 떨리잖아요. 엄청 힘들고 아프기도 하고요. 이 영화에는 그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어요. 언젠가 한 번쯤 ‘오직 그대만’ 같은 진정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이 제게도 찾아올까 싶긴 하지만요.”

▼ 마음속으로 그리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건가요.

“‘오직 그대만’ 같은 사랑이요. 해보곤 싶은데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하긴 힘들 것 같아요. 그런 사랑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은 있는데 ‘나에게도 과연 지고지순한 순애보 같은 사랑이 찾아올까’ 싶어요.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보면 좋겠죠.”

▼ 진정한 사랑을 위한 키워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헌신과 희생이요. 엄마가 저를 아주 헌신적으로 사랑하셨어요. 지금도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 계세요. 엄마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은 희생적인 사랑의 표본인 것 같아요. 가족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아니 그 반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지고지순한 사랑이 되지 않을까요.”

▼ 일과 사랑 중 하나를 택하라면 뭘 고를 건가요.

“둘 다 포기하지 않을래요. 저, 욕심쟁이에요(웃음).”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67~69)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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