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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고성능 ‘울트라북의 반격’

노트북의 장점에 스마트 기기의 장점 추가…퍼스널 컴퓨팅 시대 모바일 영토 지키기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저가 고성능 ‘울트라북의 반격’

저가 고성능 ‘울트라북의 반격’
노트북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보다 훨씬 똑똑하다. 강력한 두뇌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도 스마트폰과 비교가 안 된다. 엑셀을 이용해 복잡한 재무계산은 물론, 화려한 그래프도 뚝딱 만들 수 있다. 퍼스널 컴퓨터(PC)로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를, 게임개발자는 세계에 수출할 게임을 만든다. 그런데 요즘 PC, 그중에서도 노트북은 변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지능은 좀 떨어지지만 언제 어디서나 웹에 접속할 수 있고, 부팅시간도 빠르며, 밖에서도 간단한 게임과 동영상, 책을 즐기기에 좋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때문이다.

모바일 컴퓨팅 영역 빼앗는 스마트 기기

스마트 기기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정보기술(IT) 기기 중 거의 유일하게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올해 PC 성장률은 3~4% 안팎으로 추정되는 반면, 태블릿PC는 올해 267%, 내년 63.9% 등으로 눈부신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 기기가 PC를 위협하자 PC시대를 이끌어왔던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대표적인 곳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다. MS는 운영체제(OS)를, 인텔은 PC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며 세계 IT 업계를 이끌어왔다. 올해는 인텔이 CPU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지 40년 된 해였다.

노트북과 스마트 기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전자는 콘텐츠 생산, 후자는 콘텐츠 소비라 할 수 있다. PC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똑똑한 기기다. 스마트 기기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웹 서핑하고 애플리케이션, 동영상, 책 등을 소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도 왜 스마트 기기가 ‘능력자’ PC를 위협하는 걸까. 사실 일반 소비자는 PC의 똑똑한 기능이 모두 필요하지 않다. 엑셀의 최신 버전 기능이 모두 필요한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PC는 출발점 자체가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 가격의 지속적 하락에 힘입어 2008년이 돼서야 PC의 일반 소비자 비중이 기업고객을 넘어섰다. 그런데 PC 회사는 오랫동안 같은 스타일로 조립해 팔다 보니 소비자의 욕구를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니 소비자는 기능은 좀 떨어져도 하루 종일 필요할 때면 언제나 웹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트북은 밖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배터리 지속시간이 너무 짧은 게 흠이다. 고성능 두뇌라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에 온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콘센트 찾기다. 반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PC는 한 번 충전하면 10시간 이상 쓸 수 있다. 가벼울뿐더러, 터치 한 번이면 금세 반응해 전원이 켜진다. 노트북이 도맡아왔던 모바일 컴퓨팅 영역을 스마트 기기가 빼앗고 있는 것이다.

PC용 CPU를 계속 팔아야 하는 인텔은 모바일 영토를 지키려면 뭔가를 해야 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넣으면서도 PC의 장점인 콘텐츠 생산 영역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를 생각해내야 했다. 결국 인텔은 올해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터 전시회 컴퓨텍스에서 새로운 노트북 시장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태블릿PC를 닮고자 군살은 쏙 빼고, 체력은 보강해 배터리 전력이 오래가도록 하겠다는 것. ‘노트북’이란 이름을 버리고 ‘울트라북’이란 새로운 이름도 만들었다. 태블릿PC의 장점을 흡수해 배터리 전력은 오래가되, 성능은 기존 노트북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울트라북의 개념이다.

저가 고성능 ‘울트라북의 반격’
모바일 컴퓨팅 혁명 전야

인텔은 울트라북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13인치 화면에서 두께 20mm 이하로 얇아야 하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뛰어나야 하며, 최소 5시간 이상 연속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팅 속도를 줄여 바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가격이 ‘1000달러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본격적으로 태블릿PC와 경쟁해보겠다는 얘기다.

인텔이 PC시장을 지켜보자며 제시한 조건에 제조사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11월 15일 국내에도 에이서, 아수스 등이 울트라북을 내놓았다. 올해 초 ‘시리즈9’이라는 울트라북과 비슷한 형태의 프리미엄 노트북을 선보인 삼성전자도 올해 말 울트라북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에이서의 울트라북 ‘아스파이어 S3’는 애플의 ‘맥북에어’와 비슷하다. 가볍고 얇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다는 점이 같다. 에이서 제품은 최소 두께 13.1mm이며, 연속 7시간 이상 쓸 수 있다. ‘슬립 모드’로 두면 50일 동안 전원을 공급할 필요가 없다.

인텔 관계자는 “울트라북은 애플의 맥북에어, 삼성전자의 시리즈9의 혁신성을 계승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션 말로니 인텔 수석 부사장은 5월 컴퓨텍스에서 “2012년 말쯤이면 울트라북이 일반 소비자 노트북 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는 코드 없이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는 전력을 적게 잡아먹는 ‘암(ARM)’ 계열 반도체가 두뇌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모두 암의 핵심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암 계열 AP가 듀얼코어, 쿼드코어 등 성능까지 향상되면서 인텔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이에 인텔은 전력을 적게 잡아먹으면서 성능은 좋은 CPU를 개발하는 데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3차원(3D) 트랜지스터 설계 기술을 적용한 20나노급 아이브리지를, 2013년에는 ‘해즈웰’을 선보일 예정이다. 임영숙 인텔코리아 부장은 “전력을 20분의 1로 줄인 해즈웰이 나오면 노트북은 말 그대로 ‘재창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전원을 공급할 필요가 없는 PC가 나온다는 얘기다.

만약 인텔이 전력을 적게 쓰면서 성능은 좋은 CPU를 계획대로 개발하고, 이 CPU가 들어간 울트라북이 성공한다면 일종의 모바일 컴퓨팅 혁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수도 있는 완전한 이동형 컴퓨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보안 기능까지 완전히 갖춘다면 현재 불완전한 모바일 오피스 시대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PC는 퍼스널 컴퓨터가 아닌 퍼스널 ‘컴퓨팅’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컴퓨팅 도구로 사용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시장에 선보인 ‘슬레이트PC 시리즈7’도 새로운 퍼스널 컴퓨팅 기기로 볼 수 있다.

남성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11월 9일 열린 슬레이트PC 출시에 맞춰 연 기자 간담회에서 “CPU와 하드디스크를 조합해 PC를 만들어 파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 인력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PC와 경쟁하는 기기가 많이 나와 있는데 결국 누가 이기느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56~57)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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