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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슈퍼마리오, 이탈리아를 부탁해

경제학자 출신 몬티 내각 출범 개혁 드라이브…국가 이미지 제고 바쁜 일정 소화

  •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슈퍼마리오, 이탈리아를 부탁해

‘슈퍼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를 경제 위기에서 구해낼 구원 투수로 등장한 그는 상하원의 신임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총리에 취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쇼맨십으로 “경제 위기가 별것 아니다”라며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다면, 몬티는 실력 하나로 무장한 경제학자다. 그는 밀라노 보코니대를 졸업한 후 미국 예일대에 유학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교수에게 배웠다.

몬티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으로 10년간 일해 누구보다 EU를 잘 안다. EU 집행위원 시절 그는 ‘기업계의 사담 후세인’이라고 불릴 만큼 깐깐한 인물로 유명했다. EU 반독점법을 위반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에게 천문학적 벌금을 물린 것만 보더라도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라가르드 총재는 그가 이탈리아 총리로 지명되자 “마리오 몬티의 능력을 신뢰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국제적 신임이 두터운 경제전문가다.

이번에 구성된 몬티 내각은 정치인이 한 명도 없고 순수 전문가로 채워졌다. 정치색을 뺐기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는 집행력을 높이고, 이탈리아 정계의 고질병인 ‘정치 분쟁’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임 장관들은 대학 총장, 교수, 변호사, 전문 관료, 은행가, 사업가 출신으로 국민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인물도 많다. 일부 국회의원은 장관 사진을 프린트해 돌려 보면서 얼굴을 익히는 해프닝도 벌였다. 몬티는 경제장관도 겸임해 이탈리아 재정 위기 타개를 진두지휘한다.

그러나 상원의 신임 투표가 있었던 10월 16일 전국에서 벌어진 학생시위에서 “몬티 내각이 은행가 정부”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인테사 산파올로의 최고경영자 코라도 파세라가 경제성장부의 장관으로 발탁된 것이 발단이었다. 인프라-교통부를 통합해 출범한 경제성장부 장관은 몬티의 오른팔 격이다. 몬티 지지자들은 “베를루스코니는 민영 미디어 네트워크와 언론 그룹을 소유한 채 세 번 총리직을 맡고 17년간 정치를 했지만, 파세라는 은행 최고경영자 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변호한다. 몬티도 하원 연설에서 “자신이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힘 있는 세력과 가깝다는 항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갈했다.

정치인 한 명도 없는 내각 구성



몬티가 의회에서 제시한 경제 개혁 키워드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첫째, 엄격한 예산 집행 둘째, 경제 성장 셋째, 공평한 고통 분담이다. 그는 “지금까지 세금을 덜 내던 계층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공정한 고통 분담도 여러 번 강조했는데 “서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는 것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특권을 누려왔는데 최근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은 기가 막힐 정도다. 정치인들이 유럽 최고 수준의 급여와 보너스는 물론, 평생 연금까지 받는 제도를 전면 개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전 각료의 급여와 개인 재산을 처음으로 온라인상에 공개했다. 몬티는 조세제도 전면 재검토와 공공지출 감축, 비대한 지방정부 조직 폐지도 선언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서민을 화나게 한 것은 사장이 근로자보다 세금을 덜 내는 불공평한 조세체계와 공공연한 탈세였다. 몬티 내각은 사회적 불만을 증가시키고 지하경제를 키우는 탈세와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먼저 3년 전 폐지했던 ‘1가구 1주택 재산세 재도입’으로 최소 35억 유로의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산이 100만 유로 이상인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는 8월 부유세 신설을 발표했으나 부유층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렸다. 부유세 신설이 임박한 현재 베를루스코니는 “이 세금만은 절대 안 된다”며 몬티에 제동을 걸었다. 몬티 내각은 대대적인 연금 개혁으로 은퇴 연령을 유럽에서 가장 높은 67세로 올리고 연금 산출 방식도 전면 개정할 전망이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기업의 조세부담을 낮추고, 노동시장을 현대화할 것이다. 약사, 변호사, 건축사 등 전문직의 길드 규제를 철폐해 자유경쟁 체제를 강화하는 개혁안도 포함됐다.

이해관계 조율 지도력 필요

몬티의 개혁안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진보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연금 문제,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노사정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 어려움을 넘는다면 이탈리아는 EU가 요구하는 개혁을 단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는 임시방편 정책만 이어왔다. 처음에는 개혁을 말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국가 부채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지금까지 모든 정권은 유권자 눈치를 보며 메스를 제대로 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교수와 관료 출신의 점잖은 몬티가 개혁을 밀어붙일 배짱을 갖췄는지 우려한다. 약삭빠른 베를루스코니가 뜨거운 감자는 몬티 손에 쥐어주고 자기는 느긋하게 차기 총선을 준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몬티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의사도 없고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 개혁을 감행할 용기와 의지가 충분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그의 개혁이 효과를 내려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타협하는 지도력이 발휘돼야 한다.

몬티의 최우선 과제는 베를루스코니가 실추시킨 이탈리아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슈퍼마리오는 취임하자마자 브뤼셀에서 바로소 EU 집행위원장과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동한 데 이어, 그동안 이탈리아와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와 3자 회담을 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이탈리아 국민은 슈퍼마리오의 등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취임 직후 일요일, 일을 마친 몬티가 총리 관저를 나서자 길을 가던 시민들이 박수로 격려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추문과 무능력에 일그러진 국민 자존심을 몬티가 되찾아줄 거라는 희망이 크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시민이 로마 도심에서 ‘바이바이 실비오’를 외치며 베를루스코니의 사임 축제를 벌인 지 2주가 채 안 됐다. 슈퍼마리오는 벌써 이탈리아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54~55)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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