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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요미우리 쿠데타’ 일본 열도 발칵!

자이언츠 70여 년 사상 첫 하극상…“독재자 회장” 구단 대표 발언에 해임으로 맞서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요미우리 쿠데타’ 일본 열도 발칵!

‘요미우리 쿠데타’ 일본 열도 발칵!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

일본 프로야구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고 수뇌부 간 내분이 폭로, 해임, 법적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발단은 요미우리 구단의 기요타케 히데토시(淸武英利·61) 대표 겸 총괄매니저(GM)가 구단의 지주회사인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85) 회장의 코치 인사 개입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선 11월 11일 긴급 기자회견.

기요타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와타나베 회장이 자신이 직접 내년 시즌 유임키로 승인한 수석코치를 강등시키고, 그 대신 1970년대 ‘괴물투수’로 유명했던 에가와 스구루(江川卓·56) 야구평론가를 수석코치로 임명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대표권이 없는 요미우리 구단의 ‘이사회장’인 만큼 인사에 관여할 수 없는데도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모모이 쓰네카즈(桃井恒和) 구단주 겸 사장과 함께 10월 말 와타나베 회장에게 코치 인사에 대해 문서로 보고하고 승인받았는데, “11월 4일 밤 술에 취한 와타나베 회장이 기자들에게 ‘(기요타케가) 내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코치 인사를) 멋대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통렬히 비난했다.

70여 년 요미우리 구단(1934년창단) 사상 처음 벌어진 하극상이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에서 최고(最古)의 역사와 최다 우승기록을 가진 가장 영향력 있는 구단이다. 선수들의 평균연봉도 다른 구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부자구단으로 ‘프로야구의 맹주’로 불린다. 세계 제일의 발행 부수(조간 995만 부)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과 요미우리테레비 등을 가진 요미우리신문그룹 산하 회사이기도 하다. 기요타케는 이날 구단 사무실이 아닌 문부과학성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며 “와타나베 회장이 부당한 ‘학(鶴)의 일성(一聲)’(많은 사람을 압도하는 권위자의 한마디라는 일본 속담)으로 사랑하는 자이언츠와 프로야구를 사물화(私物化)하는 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해임당할 경우 법적투쟁을 벌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와타나베 회장 “악질적 유언비어”



다음 날인 11월 12일 와타나베 회장은 기요타케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대언론 담화발표에서 “사실 오인, 표현의 부당, 용서할 수 없는 월권 행위 및 나에 대한 명예훼손이 많다. 비상식적이며 악질적인 데마고기(선동, 유언비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기요타케군(君)의 행동은 회사법에 정해져 있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요타케는 사죄는커녕 “회장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기요타케가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자 요미우리 구단은 18일 이사회를 소집해 “회사를 혼란스럽게 하고, 회사와 요미우리신문그룹의 명예 및 신용을 손상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그를 해임했다. ‘기요타케 쿠데타’는 일주일 만에 일단 진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임 직후 기요타케는 “처분은 지극히 부당하다. 권력자가 잘못했을 때 제대로 지적하는 것이 이사의 의무”라며 항전 의사를 명백히 했다. 그는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린 일본시리즈가 11월 21일 끝나자 대표 해임 무효청구 소송 등 법적투쟁에 들어갔다.

와타나베 회장은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요미우리신문’ 기자로 입사했다. 정치부 기자를 시작으로 주필, 사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는 주필 겸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회사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오너, 사장, 회장 등으로 20여 년간 군림해왔다. 정관계와 스포츠계에서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매스컴의 돈(Don·우두머리)’ ‘야구계의 돈’ ‘요미우리제국의 독재자’로 불린다. 그는 이번 소동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문제적 언동을 통해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2007년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와 함께 당시 여당인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연립을 추진했고, 프로야구 규정을 멋대로 바꾸기도 했다.

2003년엔 우승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하라 다쓰노리(原辰德) 당시 감독을 돌연 경질한 뒤 “요미우리신문그룹 내 인사이동”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 구단합병과 관련해 오너와의 면담을 요구하자 “기껏 선수주제에…”라고 말해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올해엔 타 구단 매각문제에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교섭 과정을 발설하는 등 안하무인격의 오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통칭 ‘나베 쓰네’라 불리는 그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만큼, 기요타케는 일단 용기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기요타케는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요미우리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해 주로 사회부에서 일했고 체육부장을 거친 뒤 2004년 요미우리 구단으로 옮겨 근무 중이었다.

일본 기업 전통 파괴의 상징

일본에서 가장 있는 스포츠는 야구다. 전국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甲子園)에 참가하는 야구팀만 2600여 개에 이른다. 프로야구는 센트럴, 퍼시픽 양대 리그에 6개 팀씩 속해 리그전을 벌인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프로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월등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엔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선수가 대거 미국 메이저리그로 빠져 나간 데 이어,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인기가 상승하는 영향 등으로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 특히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인기가 쇠락했다. 홈구장인 도쿄돔은 관중이 현저히 줄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도 인기가 시들해진 요미우리전 중계를 축소하고 있다. 이번 내분 소동은 요미우리 구단은 물론, 와타나베 회장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혔을 뿐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전체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인 카메라 및 정밀기기 메이커 올림푸스가 수년간 거액의 손실을 은폐해온 사실이 영국인 사장에 의해 발각된 데서 보듯, 일본 기업은 사주나 경영진의 잘못을 발설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것이 조직원이 지켜야 할 의무이자 철칙이다. 이번 요미우리 자이언츠 내분 사태는 이 같은 일본 사회의 전통과 관념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주에게 무조건 복종하던 회사 간부가 사주의 부당한 지시나 행동을 더는 묵인 또는 방과하지 않는 시대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번 요미우리신문그룹의 집안싸움을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유력지는 사회면 톱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공중파 방송도 주요 뉴스로 집중보도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기요타케의 기자회견을 스포츠면에 1단 기사로 간단히 보도하는 데 그쳤다. ‘기요타케 쿠테타’는 기요타케의 거사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사주의 부당한 언행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주간동아 2011.11.28 814호 (p52~53)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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