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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남이 기침하면 ‘몸살’앓는 금융시장

자본시장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부조화…대외 충격에 대한 내성 더 높여야

  •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omsk21@empas.com

남이 기침하면 ‘몸살’앓는 금융시장

올해 8월과 9월 한국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해외발(發) 악재로 혼란에 빠졌다. 여러 선진국의 재정위험 증가와 실물경기 침체 우려로 발생한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으로까지 확산하면서, 8~9월 두 달간 종합주가지수(KOSPI)는 20%가량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약 7조 원을 순매도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8월 말 이후 100원 이상 급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G20 국가 중 두 번째 높은 주가 하락률

주가 낙폭이 컸던 8월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던 환율이 9월 들어 부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대외 충격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다시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 일각에선 그동안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그에 따른 외환보유액 증가, 은행의 외환건전성 증가로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반면 선진국의 재정 제약과 경기 둔화가 장기간 지속될 소지가 커지면서 금융 불안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8~9월 두 달간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아르헨티나(-2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0.7%의 주가 하락률을 보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주가 하락폭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러시아(-20.1%)와 독일(-19.8%)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들 나라는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난 상반기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세를 나타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과 독일은 기존의 수출경쟁력에 통화절하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이점까지 더해지면서 수출경기가 좋아져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는 원자재값 상승이 소득 증가로 이어진 경우다. 그러나 향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나라의 주가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충격에 대한 국내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크게 확대된 원인은 일차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경기 둔화에 취약한 편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높아 금융시장의 위험 확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곤 했다.

리먼 브러더스(이하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금액은 2411억 달러 규모였다. 이후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2009년 249억 달러, 2010년 230억 달러)되고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2011년 2분기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3376억 달러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27%에서 33%로 상승했다. 이는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큰 만큼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투자자금의 규모도 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원화 변동성 커 여전히 불안

이런 양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이라기보다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실제로 G20에 속하지 않은 나라로까지 분석 대상 범위를 넓히면, 아시아 국가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진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한국 외에도 홍콩(-20.5%), 태국(-18.6%), 대만(-17.9%), 인도네시아(-16.2%), 싱가포르(-16.0%)가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주가 하락률을 보였다.

위기 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동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신흥국보다 아시아 국가에서 크게 나타나는데, 이 또한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라 해외로부터 발생하는 경기 충격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 금융시장의 개방도와 자유도가 높은 편이고,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을 비롯한 주가연계파생상품 시장이 발달해 유사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규모와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이 기침하면 ‘몸살’앓는 금융시장
각 통화에 대한 달러 대비 가치 변동성을 살펴보면, 원화의 경우 1일 변동성의 절대수준은 극심한 불안 양상을 나타냈던 2008년 하반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전문적인 모델을 통해 계산한 조건부 표준편차값은 리먼 사태 직후 4.12%였던 것이 최근 1.21%로 낮아졌다. 통화가치의 하락폭과 그 순위를 보더라도 2008년에는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으나, 최근 들어서는 상당 부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개선하고자 했던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결과다. 2분기 말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유사시 국내에서 1년간 최대한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 자본의 규모보다 크다. 또한 단기외채의 규모 축소를 위해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로부터 발생한 이자소득 과세 등의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전체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8년 3분기 말 51.9%에서 올 2분기 말에는 37.6%로 크게 낮췄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원화환율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리먼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원화환율의 1일 변동성은 주요 비교 대상 22개국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변동성 순위도 높은 편이어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의 변화율을 통해 보더라도 최근 원화 절하율은 다른 주요 통화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리먼 사태 직후 14.5%, 연간 기준으로 40%가 넘는 절하율을 나타냈던 2008년에 비해 올해 원화환율 절하율은 10% 남짓한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주요 비교 대상 22개국 중에서는 여섯 번째로 절하율이 높아, 금융 불안 확대 시 여전히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의 절하 압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 시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로 먼저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사이의 부조화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신흥국 가운데 절대 규모로나, 경제 규모에 대한 상대적 규모로나 큰 편에 속한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의 비중 또한 30% 내외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투자자 편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신흥국 가운데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고 공매도에 대한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은, 개방도와 자유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따라서 유사시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유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때 환전하는 국내 외환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대고객 현물환시장의 규모는 1일 거래량 기준으로 38억 달러(2011년 2분기 기준) 수준에 불과해, 미국이나 영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도 대단히 작은 편이다. 크지 않은 규모의 환전 물량에도 환율 변동폭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금융 불안 확대로 외환거래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선 이런 문제점이 더욱 심화된다.

남이 기침하면 ‘몸살’앓는 금융시장
국가 간 공조 등 대비책 필요

남이 기침하면 ‘몸살’앓는 금융시장

주가하락과 환율상승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원화환율의 불안이 지속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단기외채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단기외채를 축소하려 노력했지만, 외환보유액이나 외환시장 규모와 다른 나라의 단기외채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불안한 수준이다.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8년 말 이후 단기외채를 줄이고 외환보유액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음에도 여전히 다른 신흥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사시 주식시장뿐 아니라, 은행 간 대출 경로를 통해 유입된 자금까지 이탈함으로써 외환시장의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금융시장, 특히 리먼 사태 당시 극심한 불안 양상을 나타냈던 외환시장은 해외 금융 불안이 확대될 때 받는 충격의 절대적 크기가 줄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선 여전히 위기감이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에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위기 시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정도를 좀 더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준비자산으로서 현재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게 부족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금융 불안의 확대 국면에 맞닥뜨렸을 때, 외환보유액의 구실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경제 주체의 외화자금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변동성을 축소하는 일도 포함한다. 유사시에 대비한 1년간의 해외 지급 수요만큼 외환보유액을 미리 축적했다고 해도, 위기 시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도래하는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려면 국가 간 공조 방안을 포함해 세계 경제 차원의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주간동아 808호 (p32~34)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omsk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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