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7

2011.10.10

성공 바늘 구멍…가게에 노후 발목 잡힐라

은퇴 후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10-10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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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바늘 구멍…가게에 노후 발목 잡힐라
    “퇴직하면 가게 하나 갖는 게 꿈입니다.”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사업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껏 회사에 순응하며 상사 눈치 보고 살았으니 퇴직한 다음에는 자기 뜻을 맘껏 펼쳐보고 싶은 것이 직장인이 가진 로망 중 하나다. 하지만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적 이유는 월급봉투를 대체할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봉급생활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연령은 평균 53세인 데 비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연령은 일러야 60세고,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다. 즉, 정년퇴직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의 소득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는 직장을 떠나 소득이 줄어드는 데 반해 자녀 결혼 비용, 부모 부양 비용 등으로 씀씀이는 오히려 늘어난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가진 돈은 빤하다 보니, 다급한 마음에 노후자금을 늘려 볼 심산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는 자영업자의 연령별 비중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 연령대 비중은 1991년 21.1%에서 2010년 42.9%로 급증했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50대 이상인 셈이다.

    # 한국 자영업자 수 OECD 평균 2배



    사업이 잘된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잘하면 화려한 인생 후반전을 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31.3%로 OECD 국가 평균(15.8%)의 두 배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터키(39.0%), 그리스(35.1%), 멕시코(33.9%)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렇게 자영업자 수가 많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녹록지 않다.

    성공 바늘 구멍…가게에 노후 발목 잡힐라
    지난해 국세청 발표를 살펴보면, 개업한 지 3년 이내에 폐업한 자영업자가 43만7000명에 이른다(2008년 기준). 이는 전체 자영업자의 10.4%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반면, 경기에 민감한 음식업은 3년 내 폐업하는 비율이 19.7%에 달한다. 다시 말해 음식점 다섯 곳 중 한 곳은 개업한 뒤 채 3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그림1 참조).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자영업자에게 호된 시련을 안겼다. 외환위기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취업자 구조 변화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외환위기 당시엔 임금근로자가 110만8000명 줄어 전체 취업자 수 감소량의 87%를 차지한 데 반해, 자영업자는 16만800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는 고용 감소 대부분이 자영업 계층에서 발생했다. 금융위기 동안 임금근로자는 오히려 늘어난 데 반해, 자영업자는 2008년 9만2000명, 2009년 31만9000명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에도 기업의 고용조정은 거의 없었던 데 비해, 내수경기 위축으로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그림2 참조). 그렇다면 자영업으로 경쟁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나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라

    먼저 자신에겐 있지만 상대에겐 없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작은 사업이라도 성공하려면 남이 갖지 못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남보다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일 수도 있고, 싼 가격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됐든 경쟁자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게 할 그 무엇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장은 수익을 내더라도 경쟁자의 도전을 받게 마련이다.

    2년 전 퇴직하면서 평소 눈여겨본 자리에 음식점을 연 박철환(58) 씨는 최근 사업을 확장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목이 좋아서인지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습니다. 몇 년만 하면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사업이 잘되니 욕심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번 돈에 대출금을 보태 가게를 늘렸어요.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갑자기 줄어들었습니다.”

    박씨 사례에서 보듯 어떤 사업이 잘되면 경쟁자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뛰어들지 못할 진입 장벽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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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지 않는 경쟁자를 주시하라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경쟁자가 나타난다. 5년 전 명예퇴직한 후 초등학교 앞에 문구점을 개업한 최영진(56) 씨는 공공기관의 학습준비물 비용 지원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받는 학교가 비용을 절감하고자 일괄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학교 앞 문구점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씨는 “국가의 서민정책이 자신 같은 서민에게 피해를 입힐 줄은 몰랐다”면서 “장사가 지금처럼 잘 안 되면 더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동네 골목에까지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이 진출하면서 영세 자영업자가 힘들어졌다. 특히 은퇴자가 주로 종사하는 음식업, 도소매업 쪽이 타격을 받았다. 경쟁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현할지 모르기에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과 관련된 경쟁자만 볼 것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사회·경제 환경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 능력 이상의 소득은 나눠 갖는다

    성공 바늘 구멍…가게에 노후 발목 잡힐라
    사업을 하다 보면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게 마련이다. 종업원에게 사업체를 맡겨두자니 매출이 떨어질까 마음이 놓이지 않고, 하루 종일 그 일에 매달려 있자니 은퇴 후 삶이 고달프다. 방법은 있다. 종업원을 자신과 같은 사업가로 만들어놓는 것이다. 은퇴 후 음식점을 개업한 최성환(62) 씨는 목표 매출액을 초과해 발생한 이익은 종업원과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는다. 그는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 그 덕분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고 묻자, “어차피 종업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으면 벌지 못했을 돈이니까”라고 답하면서 웃었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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