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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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OS’로 격랑의 IT바다 지배하나

구글 모토로라 인수에 삼성 OS 관심 급증…조만간 바다 2.0 선보일 예정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08-29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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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주인공은 휴대전화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 애플의 ‘아이폰 쇼크’에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폰7’을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OS를 내놓았다. 바로 ‘바다’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종균 사장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중에는 윈도폰이나 안드로이드를 쓰는 모델도 있지만, 앞으로는 ‘웨이브’ 등 바다를 OS로 채택한 휴대전화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지난해 2월 바다를 발표하면서 상반기 안에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 시리즈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말도 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들어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결과를 보기 전에 말부터 하는 건 맞지 않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애플보다 잘할 자신 있다.”

    안드로이드에 밀린 ‘바다’



    하지만 바다폰은 1년이 지난 올해 2월에야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그사이 삼성전자는 구글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의 제조 경쟁력을 활용한 최첨단 하드웨어는 구글과 만나 갤럭시S 시리즈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애플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사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애플과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차이를 1%포인트 안팎으로 좁혔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0.1%로 본다. 위기의식을 느낀 애플은 곧바로 삼성전자가 자사 디자인을 베꼈다며 미국, 한국, 독일 등의 법원에 제소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9개국에서 20여 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자사가 직접 공들여 개발한 바다 대신 안드로이드를 전략 스마트폰 OS로 택한 이유는 뭘까. 내부에서도 바다를 밀지, 안드로이드를 내세울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깊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 문제로 안드로이드를 선택했다. 바다 자체의 기술력과 안정성은 안드로이드 못지않아도,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는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일련의 사람과 기업, 비즈니스가 몰리는 공간이다. 기차역으로 따지자면 서울역은 수많은 사람이 몰리고 상권도 성행하는 메인 플랫폼이다. 단순히 기차역 시설이 좋다고 메인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모이기 좋은 위치와 교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지방 외딴곳에 호화로운 기차 역사를 짓는다고 사람이 몰리진 않는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애플에 대항하는 메인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이 높았다. 글로벌 파트너들과 제휴하기 좋은 데다 세계 개발자들이 잠재력을 보고 안드로이드로 몰려와 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개발자가 몰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는 장사가 잘된다고 소문이 퍼지면 또 다른 개발자가 몰린다. 이것이 플랫폼 경쟁력이 된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노키아 심비안과 애플 iOS를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OS로 부상했다.

    다른 제조사에 개방할지 관심

    ‘바다 OS’로 격랑의 IT바다 지배하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의 바다 OS를 적용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8월 15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구글이 특허 공격으로부터 안드로이드 진영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 독자적 OS인 바다에 다시 시선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혹시나 안드로이드가 무기가 돼 삼성전자를 공격하면 바다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바다를 탑재한 바다폰은 지난해 5월 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처음 시판됐다. 트렌드에 덜 민감하고, 합리적인 IT 소비를 즐기는 유럽인을 타깃으로 삼았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장보다 유럽에서 성공 여부를 시험한 것이다. 갤럭시S는 프리미엄 시장을, 웨이브는 노키아가 장악하던 보급형 시장을 공략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들어맞았다. 올해 6월까지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 7종은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가량 팔렸다. 특히 ‘바다 개발자 데이’ 등을 열어 현지화한 앱을 늘리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영화, 와인 정보, 주요 거리 산책 정보 앱을 강화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바다는 0.9% 점유율에 그쳤지만 올해 2분기에는 1.9%까지 올라갔다. MS 윈도모바일의 1.6%를 제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바다는 처음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도 기존 피처폰을 사용할 때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다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안드로이드는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애플의 20% 안팎 점유율도 견고하다. 여기에 MS도 하반기 ‘망고폰’으로 소프트웨어 명가의 자존심을 살리겠다고 벼른다. 세계1위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와 MS가 손을 잡은 결과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다.

    앱의 수가 적은 것도 바다의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법인들이 현지 개발자와 함께 콘텐츠 발굴에 나섰지만, 이미 수십만 개 앱을 자랑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는 크게 못 미친다. 현재 삼성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삼성앱스’에 올라온 바다 앱 개수는 2만5000여 개로 알려졌다. 특히 ‘킬러 콘텐츠’가 된 카카오톡, 앵그리 버드 같은 앱을 바다폰에서 이용할 수 없는 점이 사용자에게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삼성전자가 바다를 다른 제조사에 개방할지도 관심사다. 안드로이드가 급격히 성장해 애플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성’때문이었다. 누구나 공짜로 안드로이드를 가져다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기에 시장이 커졌고, 시장이 커지니 개발자가 몰려 메인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팬택계열 등의 제조사는 바다폰을 만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바다를 개방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다소 불확실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내주고, 수수료 없이 개발자가 앱을 팔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OS가 탑재된 구글 검색 등을 통해 광고 수익을 가져간다. 안드로이드처럼 바다를 개방한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직접적인 이득을 얻기는 요원해 보인다.

    일단 삼성전자는 멀티 OS전략으로 만일의 시나리오에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MS, 바다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바다는 외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화할 예정이다. 유럽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바다의 성공 실마리를 찾은 삼성전자는 9월 초 열리는 독일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바다2.0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멀티태스킹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이 가능한 웨이브3도 공개하면서 대대적인 바다 마케팅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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