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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인터뷰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영광의 재인’ 여주인공 낙점 박민영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배우 박민영(25)은 1년 넘게 달려왔다. 퓨전 사극 ‘성균관 스캔들’로 시작해 7월 말 드라마 ‘시티헌터’가 끝날 때까지. 그 사이에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으로 영화 데뷔 신고식도 치렀다. ‘시티헌터’가 종영한 후에도 바쁘긴 마찬가지. 화보 촬영하러 하와이에 다녀오고 그동안 미뤄 둔 CF를 찍느라 쉴 새가 없었다.

그 와중에 모처럼 짬을 낸 그를 8월 초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몹시 지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쌩쌩했다. 피곤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녀린 겉모습과 달리 강한 체력을 타고난 걸까.

“실은 저질 체력인데 쓰러지지 않는 게 강점이에요. 조금만 힘들어도 죽는소리를 하는데 쓰러지진 않아요. 가늘고 길게 가는 체력이죠. (웃음).”

이목구비가 조화롭다. 하나씩 뜯어봐도 흠잡을 데 없다. 얼굴형도, 몸매도 예쁘지만 웃는 표정은 그야말로 백만 불짜리다. 갑자기 어느 성형외과 의사가 그의 얼굴을 평한 게 기억났다. 웃을 때마다 양 끝이 시원하게 올라가는 작고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다.

▼ 엄마 아빠 가운데 누구를 닮았나요.



“엄마요. 엄마가 소녀같이 생기셨어요. 동안이세요. 근데 동안이 어느 순간 훅 간다고 그러더라고요. 전에는 동안이란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어려 보이는 게 콤플렉스였는데 요즘엔 제 나이로 보인대요. 전에는 스물 두세 살 역이 주로 들어왔는데 ‘시티헌터’ 때부턴 스물다섯 살 넘는 역만 들어와요. 아직 교복 입을 수 있는데….”

▼ 평소 잘 웃고, 애교도 많은 스타일 같아요.

“한없이 신이 날 때는 적당하게 애교를 부려요. 샴페인 좀 들어가면 춤도 추고요. 편안 사람이랑 있을 때 더 그래요. 불편한 사람 앞에선 주눅 들고요.”

▼ 어떤 사람이 주눅 들게 하던가요.

“저를 매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식으로 매섭게 보는 분 앞에선 말도 못하겠어요. 그 대신 칭찬에 약해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잘하네, 이거 또 해봐’ 그러면 신나서 더 잘해요.”

‘시티헌터’에서 그는 전직 유도선수 출신 청와대 경호원 ‘나나’ 역을 맡았다. 나나는 아버지를 죽게 한 이들에게 복수하려고 청와대에 위장 잠입해 이중 인생을 사는 이윤성(이민호 분)과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맡았던 남장여자 유생 ‘윤희’와는 반대로 사랑에 적극적이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남자답게 포용력 넓은 사람과 사랑할 것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나나처럼 저돌적이진 않아요. 오히려 상대방이 다가오는 걸 기다리는 쪽이죠. 연애에 관한 한 소극적이거든요. 시작할 때도 조심스럽고….”

▼ 상대배우로서 이민호(24)는 어땠나요.

“호흡이 잘 맞았어요. 둘이 비슷해요. 둘 다 상대 리액션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는 스타일이거든요. 때로는 남자답고 어떤 때는 장난스러운 소년 같아서 장난칠 때는 장난치고, 진지하게 조언도 해주면서 편하게 찍었어요. 성품도 착하고 따뜻해요. 안 챙겨주는 척하면서 챙겨주는 성격이라 일하기 수월했죠.”

▼ 그런 남자친구가 생기면 어떨 것 같아요.

“윤성이는 싸움도 잘하고, 비밀 있는 것 빼고는 완벽해요. 남자다운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한데 윤성이는 위험해요. 남자친구가 윤성이처럼 밤마다 배낭 메고 ‘물통 액션’을 하거나 ‘숟가락 액션’을 하고 그러면 마음 졸일 것 같아요.”

▼ 어떤 남자에게 끌리나요.

“남자답게 마음이 넓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요. 나이 들수록 외모보단 같이 있을 때 즐겁고 편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어리광도 부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내가 이끌어줘야 하는 사람은 싫어요.”

▼ 이끌어줘야 하는 사랑을 해봤나요.

“해본 적은 있는데 오래 못 했죠. 그런 건 사랑이 아니에요. 연애지.”

그는 이민호와 인연이 깊다. 데뷔 초 CF에서 파트너로 처음 만났고, ‘아이 엠 샘’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친구로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인지 ‘시티헌터’ 촬영 초반 이민호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다.

“나이가 저보다 한 살 어리다 보니 무게감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진중한 면이 있더라고요. 너무 어릴 때 봐서 실제 성격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몰랐는데 알면 알수록 괜찮았어요. 생각도 깊고, 배려심도 있고…. 그런 면을 새롭게 알았죠. 정말 좋은 파트너였어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버스에서의 키스 신’을, 가장 재미있던 장면으로 63빌딩 수족관에서 광어, 우럭과 함께 찍은 ‘수중 촬영 신’을 꼽았다. 총격 신과 대역 없이 촬영한 유도 장면, 이민호가 기습 키스를 한 후 100만 원권 수표를 내던진 ‘100만 원 신’도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 사극 연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사극이나 현대극이나 말하는 것은 차이가 없어요. 사극도 처음에 톤 잡는 것만 익숙해지면 그다음부터는 힘들지 않거든요. 사극할 때도 사극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어요. 현대극은 평소에 쓰는 말이라 더더욱 힘들지 않았고요.”

▼ 지금 나나를 얼마나 버렸나요.

“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루아침에 버려지지 않거든요. ‘성균관 스캔들’ 윤희도 오래갔는데 새 작품을 만나면서 잊었어요. 여러 캐릭터를 연달아 하니 정신건강에는 안 좋은 것 같아요.”

▼ 캐릭터를 잊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자연인 박민영’으로 되돌아가는 방법….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엄마 앞에서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릴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도 1년 반 전을 생각하면 버틸 힘이 생겨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원하는 배역을 하려면 오디션을 석 달간 봐야 했거든요. 그 시절이 저를 잡아주는 구심점이에요. 내가 연기를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돌아보면 지금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게 돼요.”

원래 꿈은 패션디자이너였다. 열아홉 살,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것이 그를 배우의 삶으로 이끌었다.

“뭔가 끌리는 게 있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그때부터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웠죠. 배우가 된 것이 운명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요. 쉬는 기간이 생기면 석 달쯤 미술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갤러리도 둘러보고 디자이너는 어떤 삶을 사는지 어깨너머로 구경해보려고요. 당장은 새 작품 탓에 어렵지만….”

이제 쉴 만도 하련만 그의 달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월 방송하는 KBS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여주인공 재인으로 낙점받았기 때문이다. 일복이 터져도 제대로 터졌다.

슬럼프 극복하고 스타로 자리매김 스스로 대견

“인기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될래요”
“쉬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더구나 ‘영광의 재인’은 준비 기간이 짧아서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의문도 들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쉬지 않고 여러 캐릭터를 이어하다 보니 머릿속이 혼란스럽거든요. 그런데 작가님 머릿속에 재인이 명쾌하게 그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 도움을 받으면 나나를 빨리 잊고 재인을 담아내기가 수월하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이 작품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잘 만들어보고, 그러고 나서 좀 쉬려고요.”

재인은 출생 비밀을 간직한 간호조무사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악바리 캐릭터다. ‘영광의 재인’에서 그의 상대역은 천정명과 이정우. 최명길과는 복잡한 갈등이 예상된다.

▼ 힘든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를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이번에도 부모님이 안 계세요(웃음). 희망적인 캐릭터를 맡으면 실제 모습도 희망적이 돼요. 배역 색깔이 어두우면 저도 어두워지고요. 캐릭터에 따라 감정 기복이 있는 타입이거든요.”

▼ 실제로 힘들게 살아본 적 있나요..

“그건 어떤 잣대가 있어야 하잖아요. 본인이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남이 볼 때는 별로 안 힘들다고 여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쉽사리 말씀드릴 순 없는데 개인사로 보면 누구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죠. 물론 저도 그런 시기를 겪었고요.”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아이 엠 샘’ ‘전설의 고향’ ‘자명고’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성균관 스캔들’로 뜨기 직전 1년은 슬럼프였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안방극장의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긴다.

“출연작 8편 중 4편을 작년과 올해 찍었어요. 2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요.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고, 늘 배우는 자세로 매번 대표작을 만들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는 롤 모델이 없어요. 작품으로 기억되고,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자 해요. ‘블랙 스완’에 출연한 내털리 포트먼처럼요. 코믹 연기도 욕심나고, 눈물 콧물 빼놓는 신파도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아요. 그래서 하나씩 해나가려고요. 힘들었던 시간이 몸에는 썼지만 좋은 약이 됐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든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주간동아 2011.08.22 801호 (p65~67)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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