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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로스쿨 1기 “어디 갈 곳 없나요?”

내년 2월 첫 배출 그들 취업 걱정 태산…‘스펙’ 다 갖춰도 불안감 높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

로스쿨 1기 “어디 갈 곳 없나요?”

로스쿨 1기 “어디 갈 곳 없나요?”

5월 2일 42기 사법연수원생들이 로스쿨 졸업생을 검사로 임용 하는 데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K씨(27)는 학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평소 법, 인권 등에 관심이 많아 로스쿨이 1기생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8년 8월 법학적성시험을 치르고 모교 로스쿨에 입학했다. 법률 지식이 없어 공부가 버겁기도 했지만,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결과 성적은 점차 상승세를 탔다.

3학년 1학기까지의 누적 내신성적 평균은 상위 30~40%. 회계사 등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때 취업 걱정을 한 방에 해결했다. 국내 유명 로펌 중 한 곳에서 실무수습생으로 일한 뒤 회사로부터 소위 ‘컨펌’이라 하는 최종 채용 약속을 받아낸 것. 주어진 과제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꾸준한 노력파’라는 인상을 심어준 덕택이었다. 주위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SKY大 360여 명 중 100명만 컨펌

K씨의 취업은 ‘다양한 배경지식과 경험을 가진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성공적 사례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로스쿨 1기 졸업생 배출을 여섯 달 정도 앞둔 현재, 유능한 법조인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로스쿨에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소위 ‘톱3’로 분류되는 서울대, 고대, 연대 로스쿨 재학생도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총 360여 명(총 정원 390명 중 자퇴, 군 휴학, 병가 휴학 등 제외) 가운데 100명 정도만 로펌을 포함한 유명 사기업으로부터 컨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재학생 중인 이모(28)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3년 전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명문으로 인정받는 모교 로스쿨 1기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부푼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로스쿨의 어두운 미래를 점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3년간 열심히 공부하면 상황이 달라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경영학과 출신이니만큼 지적재산권, 인수합병(M·A) 등의 분야에 특화된 공부를 해 로펌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2년 반이 흐른 지금. 상위 30%대의 학점, 900대 후반의 토익점수와 로펌, 검찰, 사기업 법무팀에서의 실무수습 경험까지 두루 갖추었지만 갈 곳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실무수습을 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컨펌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뭘 더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로스쿨 1기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75% 보장과 함께 시행된 ‘학사관리 엄정화’는 이씨와 친구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았다. 유명 로펌 등에 실무수습생으로 선발되기 위해선 좋은 학점이 필수였기에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생끼리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가르쳐주기도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것은 물론, 아파도 병원도 가지 않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공부하는 동기생도 있었다. 그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로펌 실무수습생 자격을 얻었지만 컨펌을 못 받았으니 ‘말짱 꽝’이란 생각에 힘이 쭉 빠졌다. ‘수습 생활을 경험 삼아 다른 곳에 취직하면 잘 풀리지 않을까’라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년 2월이면 이씨 같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1400여 명(총 정원 1500명 가운데 자퇴자, 휴학생 제외)이 쏟아져 나오는 탓이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41기(사법고시 51회)로 판사나 검사로 임관받지 못한 변호사 700여 명이 같은 시기에 사회로 나온다. 결국 이씨 같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1400명(예측치)이 더해지면 2100명이 경쟁을 하게 되는 셈. 올 2월에 사법연수원을 졸업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취업 재수 변호사까지 합치면 로펌 입사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법무부는 사법고시 선발 인원을 계속 줄여나가 2017년 시험을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지만, 2020년까지는 사법연수원생이 매해 배출되기 때문에 법조 시장에서 로스쿨생의 입지가 넓어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씨는 이런 ‘살인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먼저 내년 1월 치르는 변호사시험 대비에 집중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변호사시험 대비 특강을 듣는 것은 물론, 꼭두새벽부터 학교 도서관에 나와 시험 문제를 풀고,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원들과 모여 논술 공부도 한다. 취업 목표도 조금 바꾸었다. 변호사시험을 통과해도 일할 곳이 없을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로펌이 아닌 일반 기업 법무팀에라도 ‘무사입성’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 그러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럴 바에 학부 졸업하고 바로 기업에 입사할걸 싶기도 해요. 경영학도였으니 지금 목표로 하는 기업에 법무팀이 아니어도 3년 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죠.”

그래도 이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지방 로스쿨생은 더 답답하다. 서울에 있는 유명 로펌의 실무수습생이 되는 것은 언감생심. 지방 A로스쿨 1기생은 약 50%가 실무수습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일한 곳은 대부분 해당 로스쿨과 실무협약을 맺은 공공기관이다. 국회, 법제처, 지역 시청, 교육청 등에서 실습을 하지만 채용에 직결되진 않는다.

로펌에 채용되는 예외적 사례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수준이다. 각 대학과 실무협약을 맺은 회사나 일부 로펌에선 ‘의리상’ 지방대생을 일부 선발하지만 극히 소수에 그친다. A로스쿨 학생 세 명을 겨울 실무수습생으로 선발했던 로펌에서조차 그들에게 채용 컨펌을 내주지 않았다.

‘경쟁이라도 해봤으면’ 지방대의 설움

로스쿨 1기 “어디 갈 곳 없나요?”

3월 7일 현직 변호사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법무부의 로스쿨 학생 검사임용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실무수습생 선발 과정에서 드러난 로펌의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생 선호가 컨펌과정에선 더욱 확연해 보였다. 지방 B로스쿨을 자퇴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박모(25) 씨는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 공급 과잉 탓에 지방대 출신으론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C로스쿨 원장은 “3학년 학생들이 원장실에 취업 상담을 하러 와도 조언해줄 말이 없어 괴로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좋은 사기업은 학교 이름 가지고 차별을 해버리니 우리 학생들은 도전할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 큰 회사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라 해도 지방 로스쿨을 좀 배려해 적정 인원을 안배해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답이 없다.”

재판연구원 등 법조계의 공적 분야로 나갈 수 있는 제도도 마련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주요 로펌들은 한 해 10~20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일반 기업 법무팀도 기업 규모와 그 해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로 한 해 10명 이내의 인원을 선발한다. 로스쿨생만의 특화된 장점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컨펌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뚫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화우 기획실 김준현 과장은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생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 각기 다르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로스쿨 출신의 일자리에 대해선)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외국에서처럼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로스쿨은 애초 법률서비스 기반 확대를 위해 도입한 만큼 내년 2월부터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법원, 로펌 등 전통적 시장 외에도 다양한 시장에서 활약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1기생들은 2, 3기 그리고 훗날 들어올 후배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로스쿨 1기생인 김모(26) 씨는 “어디에서 일하든 (나뿐 아니라) 로스쿨생 전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펌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법무법인 태평양 인재영입위원회 안영수 변호사는 “인턴제도를 통해 채용을 확정 지은 로스쿨생이 10명 정도 된다. 로스쿨 1기생이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2, 3기생의 취업 시장 전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1.08.22 801호 (p40~41)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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