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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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긴장의 파도’ 한반도 안보 덮치나

중화 해군 ‘연안 방어’에서 ‘근해 적극 방어’로 전략 수정…‘중국 對 반중국’ 구도 땐 군비경쟁 가속화

  • 박창희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군사문제연구센터장 pch5436@yahoo.co.kr

    입력2011-08-22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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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긴장의 파도’ 한반도 안보 덮치나

    2009년 8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창군 82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인민해방군 병사들.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는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력이 커질수록 지켜야 할 이익 범위는 확대되고 국방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이후 경제교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출입 물량의 95% 이상이 오가는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문제는 중국의 사활적 이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해군력을 키우고 원거리 작전능력을 강화해 이를 지켜내려 하는 것이다. 중국이 국방백서에서 강력한 국방 및 강군 건설을 ‘중국 현대화에 따른 전략적 임무’로 규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군은 2050년 무렵까지 ‘정보화를 통해 국지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다’는 목표로 3단계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1단계는 정보화 군대를 건설하려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기로, 이미 지난해 종료했다. 2단계는 정보화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2020년까지로, 위성파괴무기(ASAT), 둥펑(東風·DF)-21C 항공모함 타격용 탄도미사일, 젠(殲·J)-20 스텔스 전투기 개발과 항공모함 건조가 2단계 사업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중반까지로 설정한 마지막 3단계에서는 서구와 대등한 수준의 정보화전쟁 수행능력을 구비하겠다는 것이다.

    전략핵잠수함·항공모함 등 해군력 강화에 초점

    특히 중국의 군사력 건설은 단연 해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2007년 쥐랑(巨浪)-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2기를 장착한 진(晉)급 신형 전략핵잠수함 2척을 실전에 배치했다. 아울러 재래식 잠수함 전력을 증강하려고 러시아로부터 킬로(Kilo)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가 하면, 상(商)급 잠수함 2척을 자체 건조했다. 또 수상 전력 강화를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러시아로부터 8000t급 소브레메니(Sovremenny) 구축함을 4대 도입했는데, 이들 구축함은 적국의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선번(Sunburn) 대함미사일을 장착했다.

    최근 주목받는 항공모함 전력도 심상찮다.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해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완성한 항공모함 바랴크(Varyag)를 이미 시험 운항했으며, 상하이 인근의 장난(江南)조선소에서 2척의 항모를 자체 기술로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항모는 2014년 무렵 진수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군사정보회사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은 중국이 2020년까지 4~6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듯 중국이 3척 이상의 항모를 구비하면 중국 해군의 작전 범위는 서태평양과 인도양까지 확대될 테고, 군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 짓는 21세기 중반에는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이른바 ‘대양해군(大洋海軍)’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하이난다오(海南島)를 전략 해군기지로 개발하고 있다. 하이난다오 남단 싼야(三亞)에 구축함과 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각종 접안시설 및 지원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수중터널을 굴착하고 그곳 지하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적이 전략핵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2007년 말 최신형 전략핵잠수함인 진급 1척이 훈련에 참가하려고 남중국해 지역으로 이동한 후 이 기지에 배치된 바 있다.

    이렇듯 급박한 해군력 증강은 중국 해군의 군사전략이 그 활동 범위를 크게 확대한 사실과 맞물려 있다. 1980년대 중반 중국 해군은 ‘연안 방어’에서 벗어나 ‘근해 적극 방어’로 전환했다. 과거 ‘인민전쟁’ 전략에 따라 적을 끌어들인 후 인근 해안에서 싸우는 수세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근해’까지 나아가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서 ‘근해’란 특정 지역을 일컫는 고정적 개념이 아니라, 국제 정세 변화와 중국군의 임무, 중국 해군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 개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해군의 ‘근해’는 제1열도선(일본열도-대만-필리핀-난사군도)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제2열도선(일본 남단-괌-호주)을 향해 확대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도입한다 해도 완전한 운용능력을 갖추려면 10년 이상 필요하리라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Su-33기를 모방해 자체적으로 J-15함재기를 제작 중이지만 그 성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국발 ‘긴장의 파도’ 한반도 안보 덮치나
    현재진행형이 아닌 미래형 증강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현재진행형이 아닌 미래형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군의 현대화 목표 시점이 21세기 중반임을 감안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소 10년, 길게는 20~30년 후 중국 군사력은 주변국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위협으로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이미 주변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난사군도(南沙群島)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에 대해 베이징이 보여준 단호한 태도에 올해 제5세대 전투기 시험 비행과 항모 시험 가동이 이어지면서 주변국에서는 지역 내 군사력 균형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설상가상 중국은 매년 10%씩 군사비를 늘이는 반면, 최근 미국이 향후 10년간 대규모 군사비 삭감을 결정해 우려는 더욱 커졌다.

    아시아판 워싱턴 콘퍼런스 논의 필요

    이러한 흐름이 동아시아에 몰고 올 변화의 방향은 여러 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의 패권이 쇠퇴할 조짐이 나타날 수 있음을 빼놓기 어렵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그간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해온 안보 공약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반중(反中)연합이 형성될 수도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심지어 인도양에서까지 중국이 벌이는 영유권 분쟁 및 해상통제권 다툼은 불가피하게 ‘중국 대 반(反)중국’ 구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베트남, 인도 사이에 진행하는 외교·군사적 협력 강화 움직임은 그러한 가능성을 예고한다.

    지역 내 국가 사이에 군비경쟁이 가속화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베트남, 대만이 이미 자국 해군력을 강화하는 조치에 착수한 까닭이다. 또한 중국이 외부 침략을 억제하고 해상교통로 안전을 확보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과도하게 해군력을 증강할 경우, 중국의 국가 혹은 군 지도자들은 이러한 군사력 증강을 합리화하려고 주변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사소한 마찰에도 지나치게 대응하려 할 수 있다. 어떻든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우울한 미래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를 위해 지역 내 국가 사이의 적극적인 군비 통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922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해양 군비경쟁을 완화하고자 함정 톤수를 기준으로 각 나라의 해군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워싱턴 콘퍼런스’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비록 일부 국가가 위반하면서 합의는 결렬됐고, 국제 정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았지만, 오늘날에는 90년 전보다 훨씬 발달한 감시체계와 의사소통 기회, 협상 메커니즘을 구축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 사이에 ‘아시아판 워싱턴 콘퍼런스’를 논의해 각국 군사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도한 군사력 증강을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가 자리 잡은 동아시아에서 안정과 평화를 일굴 수 있는 길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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