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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재야 고수’ 이건의 도발

거대한 투자 사기극에 당신은 여태 당했다

재테크 패러다임을 바꿔라

  • 이건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 저자 keonlee@empas.com

거대한 투자 사기극에 당신은 여태 당했다

거대한 투자 사기극에 당신은 여태 당했다
“투자산업은 거대한 사기다.” 하버드대 기금을 3배로 키운 탁월한 펀드매니저 잭 마이어가 한 말이다. 그는 사람들이 대부분 실적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펀드의 85~90%는 기준 수익률(주가지수)조차 따라가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펀드매니저가 펀드 가치는 높이지 못하고, 값비싼 보수를 떼가면서 펀드 가치만 갉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이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한 푼, 두 푼 아껴 모든 돈을 제법 이름 있는 금융회사에 믿고 맡겼는데, 돈을 벌기는커녕 원금마저 갉아먹기 일쑤고, 기껏 벌어도 은행 이자 따라가기조차 벅차다? 그런데도 금융회사는 자기 보수를 꼬박꼬박 챙겨 갔다는 말 아닌가. 그러면 나는 사기를 당한 것일까. 왜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 넘치는 ‘이발사’ 같은 전문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사람이 투자를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이발사에게 이발할 때가 됐는지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 발로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낼 이발사는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평범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소위 투자 전문가는 대부분 이런 ‘이발사’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손님의 머리가 길든, 짧든 머리를 깎아야만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의 머리가 아무리 짧아도 그렇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 대중매체는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내고

일부 언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매체는 광고를 팔아야 먹고살 수 있다. 돈 많은 금융회사는 중요한 고객이다. 그러니 금융회사가 불편해할 만한 정보는 가급적 싣지 않으려 한다. 물론 모든 언론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또 하나 대중매체의 핵심 과제는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더 오래 잡아둘수록 매체의 영향력은 커지고 광고료도 올라간다. 그러려면 기사는 강하고 자극적일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대박’만큼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기사도 드물다. 그래서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 ‘대박 상품’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 기댈 곳 없는 개미투자자

개미투자자는 투자 여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기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투자와 관련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데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사람이나 매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큰맘 먹고 서점에 가봐도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난감하다. 별생각 없이 골라잡는다면, 십중팔구 ‘이발사’가 쓴 책일 것이다. 단기간에 대박 잡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가장 좋은 자리에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바른 정보를 담은 좋은 책은 대부분 서가 외진 곳 깊숙이 꽂혀 있다. 좋은 책은 정확한 제목을 알아도 찾기 어려울 정도니, 초보자가 이런 책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 하겠다.

인터넷에서 투자 정보를 검색해도 믿을 만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인터넷은 이미 오래전에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쓰레기의 바다’가 됐다.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한 모호하고 단편적인 정보들만 쏟아낸다. 눈에 가장 자주 띄는 글은 단기간에 몇 배로 폭등할 대박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 투자는 절대 어렵지 않다

그러면 개미투자자가 제대로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는 흔히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어렵고 위험한 것일까.

단언하건데 투자는 어렵지 않다. 바른 투자일수록 더 쉽고 안전하다. 투자가 어렵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이발사’ 같은 전문가나 자극적인 매체의 영향 탓일 것이다. 전문가는 고객에게 자신의 분야가 어렵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권위가 서고, 따라서 밥벌이도 수월해진다. 그래서 흔히 어려운 말을 쓰고 난해한 상품을 보여주면서 고객의 기를 꺾어놓는다.

이렇게 ‘이발사’가 판치는 현실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역시 TV, 라디오, 신문, 책, 인터넷에서 수많은 ‘이발사’가 앞다퉈 대박의 꿈을 판다. 다만 부러운 것은 바른 투자를 알려주는 전문가도 많아서, 건전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투자의 바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왕초보 개미투자자라도 의지만 있다면 건전한 투자의 길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바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증가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주로 초보자를 대상으로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투자의 기초를 설명하고자 한다.

# 이런 분을 위한 글

필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독자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 초보자 : 투자를 전혀 모르는 왕초보지만, 새로 배우려는 사람. 투자는 전혀 어렵지 않으므로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몇 가지 기본 원리만 이해하면 재산을 지킬 수 있고, 몇 가지 원칙만 굳건히 지키면 재산을 착실히 불려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다가와 단기간에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삭인다면 조심하라. 그 사람은 아마도 자기보다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박애주의자거나, 아니면 사기꾼일 것이다. 필자는 박애주의자가 아주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바쁜 직장인,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세상에는 남에게 맡겨도 좋은 일도 있지만, 함부로 맡겨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재산 관리는 함부로 남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투자 역사에는 남에게 재산을 맡겼다가 낭패 본 사람의 얘기가 차고 넘친다. 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이 많이 등장했다.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단순하게 관리하면 안전하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

# 이런 분은 읽지 마시라

다음과 같은 독자는 이 글을 읽지 않길 바란다.

△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 : 필자는 단기간에 큰돈 버는 법을 모른다. 그런 비법을 누가 아는지도 모르겠다. 만에 하나 알더라도 공개할 생각이 없다. 박애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비법은 납을 금으로 만드는 일종의 연금술이다. 진짜 연금술이라면 공개하겠는가. 연금술은 공개하는 순간 가치가 사라진다. 납을 재료로 써야 하므로 납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할 테고, 금은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머지않아 납은 금값이 되고, 금은 고철값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진짜 비법은 절대 공개되는 법이 없다. 누군가에게 비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가 그 비법으로 돈을 벌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마도 책을 팔거나 강의로 돈을 번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거대한 투자 사기극에 당신은 여태 당했다
△ 금융 업종 종사자 :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사람. 이 글은 투자자 편에서 쓴 것이라 금융 전문가에게는 불편하고 언짢은 내용이 많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다가 분노하거나 좌절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읽지 말 것을 미리 정중히 부탁한다.

* 이건은 은행에서 펀드매니저로 국내 주식과 외국 채권 및 파생상품을 거래했고, 증권회사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관련 업무도 했다. 지금은 주로 투자 관련 고전을 번역한다.



주간동아 2011.07.18 796호 (p32~33)

이건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 저자 keonle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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