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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흔들리는 별, 죽어가는 병사들 사면초가 軍 01

‘기강열외’ 한국군을 어쩌나

위에선 진급 투서, 밑에선 왕따 폭행…몸보신 ‘관료형 군대’로 흘러 우울한 전망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자료협조·D&D포커스

‘기강열외’ 한국군을 어쩌나

#1 2월 초 군 수사기관이 한 건의 제보를 접수했다. 지난해 6월 해병대 사령관 진급 인사에서 유낙준 현 사령관이 경북 포항지역 정치인의 보좌관 출신 인사에게 3억5000만 원을 입금하고 각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돈이 지역 정치인을 통해 여권 실세에게 흘러갔고, 그 대가로 유 사령관이 진급했다는 게 제보의 골자. 수사기관으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내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군 수사기관의 확인 결과 금품로비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이번에는 투서를 누가 했는지로 초점이 옮겨갔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감사 결과 유 사령관의 진급 경쟁자였던 H소장과 관련 내용을 논의한 P소장이 조작된 각서를 근거로 군 수사기관에 허위제보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국방부는 P소장을 보직해임하고 H소장에 대해 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5월 31일 구속된 P소장은 공교롭게도 7월 4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강화도 해병대 초소를 관할한 2사단장이었고, 유 사령관 또한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 해병대는 지휘부 전체가 흔들리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2 지난해 11월 어느 날 저녁, 서울 교대역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벌어진 주먹질 사건. ‘병풍사건 때문에 전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몇몇 전·현직 인사가 현 정부의 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 전해 들은 예비역 장성 Y씨가 그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현역 장성 K씨를 폭행한 것이다. 구체적인 진급 불이익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거론된 인사들이 1, 2차 장성 진급에서 누락한 것은 사실 아니냐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선. K씨는 “Y씨가 육사 선배라 일방적으로 맞았을 뿐”이라며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불이익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관여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한다.

5월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요원이 정직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관련 사실 검증을 위해 Y씨를 만나 해당 내용을 거론한 당사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해당 요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징계절차는 지난해 폭행사건의 피해자였던 K씨의 항의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무렵 국정원 주변에서는 “해당 요원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관련자를 접촉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징계사유가 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3 이번에도 투서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당시 육군본부 헌병운영처장 Y씨의 장군 진급이 유력시되자 같은 병과의 H중령은 그의 비위 사실을 적은 익명의 편지를 헌병 병과장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그러나 Y씨는 곧 준장 진급에 성공했고, 국방부는 사실 확인 대신 “난무하는 음해로 인한 군 기강 문란을 막겠다”며 투서자 색출에 나섰다. 그러자 올 1월 H중령은 ‘Y준장이 수방사 헌병단장 시절 부대운영비를 횡령해 고위 장성을 상대로 한 로비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익명 투서를 다시 한 번 김관진 장관 앞으로 보냈다.



논란이 확대되자 Y준장은 끝내 자진전역했고, 뒤늦게 투서 내용 조사에 착수한 군 검찰은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가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민간 검찰이 이첩받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Y씨는 자신의 진급 경쟁자와 가까운 사이였던 H중령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음해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6월 2일 군 검찰은 지휘계통을 따르는 대신 익명투서라는 형식을 택한 H중령에 대해서도 징계를 의뢰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장 S소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실 조사 대신 Y씨의 자진전역을 유도하는 부적절한 사건 종결을 건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를 의뢰했다.

#4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현역 준장 S씨가 장군 승진 로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로비스트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확인하고 이를 군 검찰에 통보했다. S씨가 육군 대령으로 국방부에 재직하던 2009년 10월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Y씨에게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의 행정관에게 장군으로 승진할 수 있게 로비해달라’며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것. 한 달 뒤 사건을 이첩받은 군 검찰은 S준장을 체포해 구속했다.

S준장은 자신과 무관하게 친인척이 건넨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진급 적기가 지났음에도 금품이 오간 직후 장군으로 진급하는 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는 게 군 주변의 시선이다. 청와대와 검찰 모두 “행정관에게는 금품이 전달된 사실이 없다”며 Y씨의 단순 사칭으로 결론 내렸지만,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던 진급 관련 청와대 사칭 사건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에서 군 당국 관계자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급 위해 군 조직을 흔드는 비방전

‘기강열외’ 한국군을 어쩌나

2005년 1월 육군 장성 진급 비리의혹에 대한 2차 공판을 앞두고 구속기소된 육군본부 인사관리처 C중령과 인사검증위 소속 J중령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보통군사법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상황이 심상찮다. ‘별만 달면 100여 가지가 달라진다’는 장성 진급을 두고 장교들이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뒤흔들었던 앞서의 주요 사건들은 한눈에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장성 진급은 물론 그 후에도 유력 보직 및 승진을 위해 벌이는 암투와 질시가 군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군 당국 또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군기문란행위 엄단’을 공언한 것만도 이미 여러 차례. 한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난무하는 투서가 모두 사실무근이라면 무시해도 상관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진급하려고 로비를 동원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사실을 다시 투서에 담아 경쟁자를 낙마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는 악순환이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질문은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군 고위장교의 진급경쟁 수위가 이처럼 도를 넘은 까닭은 무엇일까. 왜 지금 이 시점에 관련 사건이 이례적일 만큼 줄줄이 이어지는 것일까.

대령을 포기한 중령, 장군을 포기한 대령

먼저 구조적인 특수성부터 살펴보자. 최근 수년 사이 장군으로 진급했거나 진급을 앞둔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38기 이후 기수가 ‘좌절의 세대’로 불리는 대표적인 피해자다. 유신 말기였던 1976년 8월 박정희 정부는 사관학교 출신으로 대위까지 복무한 사람 가운데 일부를 5급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이른바 ‘유신사무관’ 제도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국가공무원에 진출한 사관학교 졸업자가 1987년까지 784명. 문제는 유신사무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1978년 육사에 입학한 기수는 전 기수보다 정원이 20% 이상 증가했다. 이들이 바로 38기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이들이 유신사무관에 진출할 수 있는 연차가 된 1988년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는 사실. 늘려 뽑은 정원은 고스란히 군에 남았고, 이들 사이의 경쟁은 상당수가 사무관으로 빠져나갔던 이전 기수보다 훨씬 치열해졌다. 1989년과 93년에는 또 다른 ‘재앙’이 덮쳤다. 군 인사법 개정으로 계급 정년을 연장하자 앞선 기수가 진급에서 누락한 후에도 ‘대포중(대령 진급을 포기한 중령)’ ‘장포대(장군 진급을 포기한 대령)’로 군에 남아 인사 적체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들 육사 38기가 장성 진급 대상이 된 게 2007년부터였고, 일부는 현재 소장까지 진급했다. 외교안보 전문지 ‘D·D포커스’는 육사 28기의 경우 80% 가까운 졸업자가 대령까지 진급했지만 38기에 이르러 이 비율은 56%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20~25기에서는 장군 진급자가 25%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 38기는 13% 내외로 줄었다. 진급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 22기의 경우 40대 초반이면 장군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40대 후반에야 심사대상에 오르는 상황. 여기에 사관학교와 학군, 3사관학교 등 출신별로 대령 진급 비율을 유지하는 할당제도가 이어져 오다 보니 동기 사이의 경쟁은 더욱 첨예해졌다는 게 당사자들의 하소연이다.

야전 지휘관 역시 “사고 안 나는 게 최선”

‘기강열외’ 한국군을 어쩌나

2008년 12월 29일 저녁 강원 화천군 칠성부대 장병이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야간 경계를 서고 있다.

구조적 배경과 함께 정치적 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동안 군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 각군 본부가 벌인 주도권 다툼이 진급 시스템의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인사 개입이냐 육군본부의 인사비리냐를 둘러싸고 참모총장 사표 제출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연출했던 2004~2005년 무렵의 일, 인사안 사전 검토 여부를 놓고 청와대 일각과 국방부 장관이 맞부딪혔던 이명박 정부 초기의 사건, ‘작전 출신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국방부의 파격적인 인사정책 변경으로 군 조직 전체가 술렁였던 2008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인사문제에 관한 갈등을 반복적으로 연출하다 보니 ‘누가 결정권자냐’를 두고 대령급 이상 장교의 눈치 보기가 심화했고, 이러한 불안정성이 최근의 진급 관련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군 인사문제에 관여했던 한 전직 안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군 안팎에서 ‘이전 정부 사람’ ‘전직 장관 사람’ ‘전직 총장 사람’ 등의 표현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부작용은 이제 군 전체로 퍼진 양상이다. 야전 지휘관 사이에서 ‘사고가 안 나는 게 최선’이라는 보신주의가 만연하는 현실이나 청와대, 국방부, 합참, 각군 본부 등 이른바 ‘힘 있는 정책부서’에서의 근무 경력이 전방 지휘관 보직보다 진급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나가는 분위기가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한 육군 최전방 지휘관의 말이다.

“합참 등 작전지휘 계통에서는 병사의 사격훈련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만, 군단이나 사단 차원에서는 그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까 염려하는 비공식 구두지침을 동시에 하달하곤 한다. 현장 지휘관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병사의 실탄 소지가 적은 후방사단 근무를 선호하는 장교가 늘고, 일부 지휘관이 병영에서 가혹행위가 발생해도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자기 선에서 수습하고 넘어가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나 자신과 가까운 특정 상관에 대한 줄서기 문화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위급 장성 한 사람이 진급하면 최소한 3~4개의 진급 공석이 연쇄적으로 생기기 때문. 서두에서 살펴본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몇몇 고위직 장성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흘러나온 것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장성 휘하의 장교들이 ‘플레이’한 결과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았던 게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상관의 경쟁자가 낙마하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돌아오는 구조인 셈이다.

합리적인 ‘軍살 빼기’ 묘안 없어 고민

가장 우려할 만한 대목은 치열해진 진급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묘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육사 42기부터는 임관 5년 후 예편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현재 군에 남은 정원은 선배 기수보다 다소 줄었다지만, ‘관문’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좁아지는 까닭이다.

국방부는 4월 공개한 ‘국방개혁307계획안’을 통해 장군 수를 2020년까지 444명에서 15%(약 6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각군 본부와 작전사령부 통합 등을 통해 정원 축소를 시행하겠다는 것. 군 인사정책에 관여하는 한 당국자는 “진급경쟁이나 인사 적체를 완화할 유일한 방법은 유휴인력을 전역시켜 사회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에서만 평생을 보낸 50대 예비역 영관장교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일자리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한국군의 관료화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관련 전문가는 물론 예비역 관계자 사이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과도한 진급경쟁과 인사 적체가 불필요한 직위나 조직의 확대로 이어지면서 군 조직의 합리성 및 효율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체 전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다. 참모총장 출신인 한 예비역 인사의 말은 이러한 경향이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러일전쟁 당시 군사력 총량에서 일본을 훨씬 능가하던 러시아가 패배했던 이유는 오로지 황제와 그 측근의 뜻에만 신경 쓰던 지독히 관료화한 군대 때문이었다. 몸은 전선에 와 있지만 영혼은 진급과 보직을 결정하는 사람들 옆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눈앞의 위협이나 그에 대한 대비책보다 개인의 진급이나 영향력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면 한국군의 미래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위장성 인사의 ‘게임의 법칙’

‘별’을 단 후엔 운칠복삼(運七福三)으로 진급


‘기강열외’ 한국군을 어쩌나

2010년 12월 16일 청와대에서 대장 및 중장 보직 진급 신고자들이 손에 삼정도(三精刀)를 쥐고 있다. 삼정도는 1983년부터 대통령이 장군들에게 수여해온 칼로 특히 중장 이상 진급자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손잡이에 직위와 이름, 날짜를 수놓은 분홍색 수치를 달아준다.

장성으로 진급하고 나면 게임의 룰은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영관급 장교에게 적용하는 평가의 잣대와 고위급 장성에 적용하는 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가 역대 육군참모총장 가운데 장성 진급을 1차로 통과한 사람의 숫자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숙청으로 군내 사조직 영향력이 제거된 이후 30대 김동진 총장부터 42대 현 김상기 총장까지 총 13명 가운데1차로 별을 단 사람은 7명이고, 나머지 6명은 모두 2차에서 진급했다. 영관장교 시절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일찍 장군이 됐다고 해서 군 최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은 각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4성 장군이나 몇몇 특수보직 임명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정책적·정무적 고려가 작용해온 그간의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선 시점의 정치적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출신 지역 안배 등의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이미 임명 당시부터 잘 알려졌던 국방부 주변 건물 매입 문제가 뒤늦게 공정사회론(論)과 맞물려 공론화하면서 지난해 말 중도 낙마한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군 관계자들이 흔히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정무적 판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이나 군 장악력 강화 수단이라는 차원에서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전문성과 직무적합성 외에 다른 요인은 최소화하는 게 옳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방개혁 문제가 화두로 자리매김한 후부터는 개혁 리더십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느냐가 고위직 장성 인사의 주요 기준으로 떠올랐음을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렇듯 1~2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인사 운용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군과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보유한 터키의 경우 10년 후까지 군 최고직위인 총사령관에 임명할 후보자를 미리 선정해 발표한 뒤 그에 따라 차상급 직위에 대한 인사 또한 장기계획에 따라 관리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상부의 평가 결과를 피평가자 본인에게 알려줘 자신의 진급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하도록 하는 미군의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대상자는 조기에 전역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출신이나 임관연도와는 무관한 자유경쟁을 통해 남은 장교 중에서 진급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평가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진급 기회도 2~3번으로 제한한 한국군과는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주간동아 2011.07.18 796호 (p14~18)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자료협조·D&D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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