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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부 투명성 확보 나눔DNA 춤추게 해야죠”

나눔국민운동 손봉호 대표 “자존심 살린 나눔 선순환 구조 만들기에 앞장”

  • 최호열 기자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honeypapa@donga.com

“기부 투명성 확보 나눔DNA 춤추게 해야죠”

“기부 투명성 확보 나눔DNA 춤추게 해야죠”
우리 민족의 핏속엔 ‘나눔’ 유전자가 들어 있다. 서민은 밥을 지을 때 곡식을 한 줌씩 덜어 모아놓았다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절미(좀도리)’로 나눔을 실천했고, 양반은 기근이 들 때면 곡식이 든 항아리를 내놓아 가난한 이웃이 굶주림을 면하게 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도 나눔 정신을 보여준다.

현재 활동하는 나눔 관련 단체와 기관만 해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적십자사, 월드비전 등 수백 개에 달한다. 기업에서도 사회공헌팀이나 재단을 만들어 나눔 활동을 벌인다. 언론사도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나눔 선진국’이라 자부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나눔운동을 하나로 결집할 구심점이 없는 탓이 크다.

10월 4일 ‘나눔의 날’ 선포

6월 1일 출범한 ‘나눔홀씨모아 나눔국민운동’(이하 나눔국민운동)은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내로라하는 모금단체, 복지재단, 사회복지단체, 사회시민단체를 비롯해 경제계, 언론계, 정부기관 등 19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했다. 말 그대로 나눔 관련 단체와 기관의 총 결집체라 할 수 있다. 나눔국민운동은 6월 1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출범식을 가진 데 이어, 16일엔 나눔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10월 4일엔 ‘나눔의 날’ 선포식과 함께 나눔대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눔운동의 컨트롤 타워 구실을 할 나눔국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손봉호(73·서울대 명예교수) 대표를 만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몸담아온 손 대표는 우리나라 나눔운동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 나눔국민운동의 소임이 궁금합니다. 일각에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적십자사처럼 또 하나의 모금기관이 아니냐고 우려합니다.

“나눔운동 단체의 총연합회라고 보면 됩니다. 모금활동은 일선 기관에 맡기고 우리는 나눔 기관과 단체의 공동관심사를 해결하면서 각 단체와 기관이 좀 더 효율적으로 나눔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컨트롤 타워 구실이라고나 할까요.”

▼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먼저 10월에 모든 나눔운동 단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큰 축제를 기획 중입니다. 단체마다 부스를 만들어 시민에게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자신에게 맞는 나눔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 겁니다. 또한 나눔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바꿔야 할 제도들이 있습니다. 이걸 바꾸는 데도 힘을 모을 겁니다.

현행 모금 관련 법규는 ‘이런 이런 것을 제외하고는 모금을 못 한다’는 닫힌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이걸 ‘이런 이런 것은 모금할 수 없고, 나머지는 다 할 수 있다’는 열린 구조로 바꿔 모금운동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모금단체가 우후죽순 늘어나 비리단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칫 기부문화를 망가뜨릴 수 있죠. 그래서 나눔국민운동은 회원 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이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재능나눔 등 다양한 실천 방법 수용

“기부 투명성 확보 나눔DNA 춤추게 해야죠”

아이돌 그룹 포미닛과 티아라가 6월 1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나눔홀씨모아 나눔국민운동 출범식’에 참석해 홍보대사 위촉식을 갖고 있다.

▼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법은.

“첫째,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겁니다. 둘째, 감사를 객관적으로 철저히 받는 겁니다. 자체 감사에 그치지 않고 공신력 있는 공인회계사나 외부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더 많이 기부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나눔문화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나눔DNA가 강한 민족입니다.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기부문화가 뒤떨어진 편이지만 곧 올라가리라 봅니다. 그런데 몇 가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기부에 대한 기업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빌 게이츠 등 외국 기업주는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을 기부합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주는 자기 재산을 출연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주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특유의 경조사 문화가 있습니다. 경조사 규모가 기부 규모보다 훨씬 클 겁니다. 종교단체에 내는 헌금도 상당합니다. 이런 것의 일부를 나눔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 나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물질적 기부 외에는 나눔문화가 약한 편입니다.

“요즘 재능나눔을 뜻하는 프로보노(Probono)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재능기부를 하려는 사람도 적었지만, 이를 수용할 단체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공급자도 수요 기관도 없었던 거죠. 나눔운동 단체는 재능나눔 등 다양한 나눔 실천을 수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 ‘나눔 리사이클(나눔 선순환 구조)’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사실 남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저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장학금에 많이 의지했는데, 장학금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남에게 도움을 받았더라도 내가 다른 방법으로 또 다른 남을 돕는다면 자존심을 살릴 수 있겠죠. 나눠준 만큼 돌려받고, 받은 만큼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 나눔과 복지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 확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나눔만으로 복지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복지정책이 커지는 것보다 나눔을 통한 복지가 커지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늘리면 그만큼 정부 권한이 커지고, 권한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부패가 생깁니다. 또한 복지는 공무원보다 민간 전문가가 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따라서 복지 부문에서는 되도록 정부 권한을 줄이고 민간 나눔 운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부자에게 세금감면 같은 혜택을 지금보다 더 많이 줘야 합니다. 현재 기부액의 20%를 소득공제하는데 더 높여야 합니다.”

▼ 나눔과 관련해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빈곤 국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을 재개해야 합니다. 정부는 식량지원을 하면서 구호식량이 북한 군대나 당 간부에게 가지 않도록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한 가지 조건만 걸면 됩니다. 우리가 직접 감시하는 것을 북한이 거부한다면 외국 구호단체가 관리하는 조건으로라도 지원해야 합니다. 다른 정치적 조건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굶어죽을 것 같은 사람부터 살려야 합니다.”



주간동아 2011.07.18 796호 (p30~31)

최호열 기자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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