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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레이서가 간다 ⑥

종잡을 수 없는 도시 한류 열풍 앗! 뜨겁다 뜨거워

페루의 수도 리마

  • 김은열 독도레이서 www.facebook.com/dokdoracer

종잡을 수 없는 도시 한류 열풍 앗! 뜨겁다 뜨거워

종잡을 수 없는 도시 한류 열풍 앗! 뜨겁다 뜨거워

페루 국립 산 마르코스대에서 만난 페루 친구들과 함께.

안데스산맥, 인디오, 잉카문명. 많은 여행자가 신비한 이미지를 품고 페루를 찾는다. 그 ‘여행자’ 중 하나였던 우리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 들어서자마자 당황했다. 혼잡한 도로와 원색으로 칠한 건물들, 담벼락 가득 붙은 대통령선거 포스터…. ‘페루의 강남’으로 통하는 ‘미라 플로레스’의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눈앞에 어지럽게 펼쳐졌다.

부활절 구경 쏠쏠…홈스테이로 페루 체험

이 ‘종잡을 수 없는 도시’를 좀 더 설명하자면, 저녁이면 비릿한 바닷바람이 부는 해안도시인데도 물이 귀해 녹지가 적다. 도로변의 잔디와 가로수는 모두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와 조성한 ‘부의 상징’인 셈. 시내에는 지하철이 없는 대신 어디로도 통하는 버스가 다닌다. 리마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버스는 대형 버스부터 ‘콤비’라 부르는 소형 승합차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만원 버스에 끼어 타면 정거장마다 안내원이 목적지를 외치면서 사람들을 태운 다음, 버스 안을 돌아다니며 요금을 걷는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모토 택시’가 비좁은 도로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광경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리마에서 보낸 열흘은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교민에게 스페인어 배우랴, 낯선 환경에 적응하랴 정신이 없었다. 도착하고 이틀이 지나자 가톨릭 국가인 페루에서 최대 명절로 여기는 부활절이 됐다. 우리는 구(舊)시가지 ‘센트로’에 위치한 대성당을 찾았다. 특히 부활절 전 성삼일(聖三日)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가마를 메고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부활절 당일에는 우리가 머물던 한인 성당에서 교민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며 부활절을 기념했는데, 이곳 역시 준비해온 음식을 서로 대접하며 잔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현지의 독특한 음식은 여행의 흥을 더욱 돋웠다. 소의 심장으로 만든 꼬치인 ‘안티쿠초’, 물회처럼 새콤달콤한 ‘세비체’, 중남미 국민 간식으로 통하는 고기 파이 ‘엠파나다’ 등은 식사시간만 손꼽아 기다리게 했고, 길거리 음식 역시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했다. 페루에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사먹은 ‘잉카콜라’는 페루 기업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브랜드로, 지금은 코카콜라사에 매각됐지만 여전히 국민 음료로 통한다. 한번 보면 뇌리에 박히는 노란색, 그리고 한국의 ‘천연사이다’를 연상케 하는 알싸한 맛에 우리 모두 중독됐다.



페루에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젊은이가 많았다. 한국문화원의 주선으로 그들과 만나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문화원 담당자는 “페이스북에 광고가 뜨자마자 한국인을 만나려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나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 페루 자매 ‘리’와 ‘멜리사’는 자그마한 체구로 번쩍번쩍 뛰어오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리마 최대의 시장 ‘가마라’ 근처에 위치한 그들의 집에는 한글 낱말을 써놓은 포스트잇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한국에 대한 자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국립 산 마르코스大 공연 “Viva Corea”

종잡을 수 없는 도시 한류 열풍 앗! 뜨겁다 뜨거워

페루 센트로의 산 마르틴 광장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했다.

리는 한국 아이돌 그룹과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드라마 ‘궁’을 본 후 한국의 전통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화이트보드에 일일이 그려가며 한복의 종류와 변천사를 짚어주니, 길어진 설명에도 지친 기색 없이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드라마 내용이 허구라는 말에는 몹시 실망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잉카문명에 도가 튼 리에게 역사수업을 들었다. 특히 리는 잉카제국의 언어인 케추아(Quechua)어에 대해 설명하면서 “너희가 자주 쓰는 ‘오빠’라는 낱말이 케추아어로는 ‘바보’를 의미한다”며 깔깔댔다.

넘치도록 친절과 호의를 베푼 리처럼, 페루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인 우리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냈다. 물론 대부분 한국의 대중문화 덕분이다. 특히 이곳에서 만난 소녀 호르헤와 카르멘, 미넬리는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열렬한 팬이었다. 한국인인 나도 10명이 넘는 슈퍼주니어 멤버 이름을 잘 모르는데, 이 페루 소녀들은 멤버 이름뿐 아니라 음반 수록곡도 줄줄 꿰고 있었다. 한류 스타의 영향 때문일까.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동양인 특유의 작은 눈과 밝은 피부색을 가진 우리에게 “보니타(예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폭발적이지만, 사실 페루에는 한국인이 많지 않다. 120년에 달하는 이민 역사에 걸맞게 중국인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인 역시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뒤를 이어 맏딸 게이코가 대선에 출마하는 등 페루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3국 중 페루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 교민은 이러한 한류 열풍에 대해 “한국은 남미를 식민지화한 유럽이나, 현재 남미에 정치적·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미국 등과 달리 다른 국가를 지배하려 하지 않는 유일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향해 쏟아지는 환호에 어찌 가만히 있을쏘냐. 우리는 센트로의 산 마르틴 광장으로 뛰쳐나가 사물놀이 공연을 했다. 연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관중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북과 장구를 들고 시내를 휘젓고 돌아다니자 수백 명이 뒤따랐다.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폭발적인 반응에 어리벙벙한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공연을 ‘감상’했지만, 이곳에서는 관중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가까이 다가와 녹아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주말에 국립 산 마르코스대로 향했다. 이곳의 학생이기도 한 선교사 내외분 도움으로 ‘독도 콘서트’를 연 것. 특히 이날은 자리를 마련해준 심리대학의 축제일인 ‘심리학과의 날’이라, 행사를 마친 많은 학생이 우리의 공연에 관심을 보였다. 애국심이 충만한 이곳의 분위기를 고려해 사물놀이 공연 도중에 “Viva Corea, viva Peru(한국 만세, 페루 만세)”라고 외치자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많은 학생이 공연 후에도 남아 우리와 사진을 찍고,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했다.

리마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쿠스코로 떠나던 날, 페루에서의 열흘을 풍요롭게 해준 많은 이가 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해줬다. 쿠스코까지는 버스로 22시간. 선교사와 페루 친구들은 양손 가득 싸온 선물, 간식을 우리 손에 쥐어주었다. 뭉클한 가슴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그토록 기대했던 잉카문명과 마추픽추를 보러 가는 길, 어쩐지 ‘진짜 페루’는 우리 등 뒤에 있는 것만 같았다.

* 독도레이서 팀은 6개월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섬 ‘독도’를 알립니다.



주간동아 2011.05.16 787호 (p68~69)

김은열 독도레이서 www.facebook.com/dokdora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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