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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이스라엘 현지취재 ‘벤처왕국’의 비밀 03

‘예다’와 ‘이쑴’을 아십니까?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 벤처의 산실…수익 40~60%는 다시 연구실로 선순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예다’와 ‘이쑴’을 아십니까?

‘예다’와 ‘이쑴’을 아십니까?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분자학 연구소. 이곳에서 완성된 과학 기술은 ‘예다’를 통해 상용화된다.

이스라엘의 과학은 책 속에, 혹은 연구실에 처박혀 있지 않다. 그들에게 과학은 삶이자 생계다. 이스라엘의 가장 우수한 학생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과학기술을 연구한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에 대해 특허를 획득한 뒤 이를 상용화할 회사를 설립한다. 이스라엘에서 성공 키워드는 ‘과학’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예다(Yeda), 히브리대의 이쑴(Yissum) 등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다. 전문가들은 “예다와 이쑴 등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야말로 이스라엘 벤처 산업의 근본이자 이스라엘 과학 발전의 시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 과학기술로 상용화 회사 설립

5월 2일 찾은 이쑴은 마치 교내 동아리 같았다. 학생 기숙사 건너편 허름한 단층 건물이 특허를 7000개 이상 보유하고 자회사만 72개며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히브리대는 2010 상하이교통대 대학평가에서 이스라엘 1위, 세계 72위에 오른 이스라엘 대표 명문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또한 히브리대는 상하이 대학평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21위에 올랐고,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과학이론 가운데 30%, 생활과학이론 가운데 43%가 히브리대 연구실에서 나왔다.

이쑴은 히브리어로 ‘실행(application)’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이쑴은 히브리대의 우수한 기술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다시 히브리대로 돌아와 새로운 연구의 토대가 된다. 마케팅 담당 다나 프리드먼(Dana Fridman) 씨는 “우리 대학에 근무하는 1000여 명의 과학자는 자신이 연구한 기술이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쑴이 2010년 개발한 신기술 120개 가운데 56%가 생명공학,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다. 이 밖에 자재(16%), 농업 및 청정기술(13%), 컴퓨터 과학 및 엔지니어링(9%) 분야에서도 신기술을 개발했다. 72개 자회사 가운데 가장 성공한 곳 역시 생명과학 회사다.

자회사 엑셀론(Exelon)의 경우,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해 2010년 한 해 동안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약학과의 마르타 웨인스톡 로신(Marta Weinstock Rosin) 박사는 1990년대 세계 최초로 팔에 붙이는 패치형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패치형 치료제는 약 먹는 것을 까먹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프리드먼 씨는 “로신 교수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신기술을 개발해 조만간 제2의 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과학자 하임 바이츠만이 세운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역시 예다라는 기술지주회사를 운영한다. 예다는 1959년 세계 최초로 설립한 대학 내 기술지주회사로, 히브리어로 ‘지식(knowledge)’이라는 뜻이다. 물리학과 아모스 브레스킨(Amos Breskin) 교수는 지난 2년간 동료 교수와 함께 남성의 전립선암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전립선 내 아연(zinc)을 이용해 전립선암을 초기에 진단하고 수술 없이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6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브레스킨 교수는 예다를 통해 이 기술을 상용화할 회사를 차릴 계획이다. 그는 “전립선암은 남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1위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면 정말 ‘성공’을 뛰어넘은 ‘혁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홍보 담당 바트야 그린맨(Batya Greenman) 씨는 “이 밖에도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스마트카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라면서 “전 세계인의 지갑 혹은 집에 우리 연구소의 기술이 스며들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통합적이고 개방적 학풍도 성공 이유

‘예다’와 ‘이쑴’을 아십니까?

ERC는 2010년 유럽 및 이스라엘 과학 대학을 대상으로 연구비 순위를 매겼다. 상위 10개 대학 중 이스라엘 대학이 3개나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예다, 이쑴 등 대학 내 기술지주 회사의 기술 상용화 덕에 연구비를 마련했다.

이쑴, 예다를 통해 번 돈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간다. 이쑴의 경우 수익의 40%가 기술을 개발한 교수에게, 20%가 교수의 연구실 및 학생에게 돌아가며, 나머지 40%만 이쑴의 수익이 된다. 예다 역시 60%는 연구소로 가고, 40%가 교수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연구실이나 교수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비로 사용된다. 프리드먼 씨는 “이스라엘은 대학보다 군대 위주의 사회다. 이 때문에 대학 기부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연구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스라엘 대학은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먼드 씨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이공계의 경우, 연구비 예산 가운데 기부금이 10억 달러지만 히브리대는 1억 달러로, 스탠퍼드대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특허 등 대학 내 사업을 통해 확보한 연구비 예산은 스탠퍼드대 8억 달러, 히브리대 6억 달러로 큰 차이가 없다. 이쑴과 예다는 이 때문에 교수가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그것을 상용화하는 일을 적극 지원한다. 특히 이쑴은 기술 상용화 정도 및 특허 획득 여부를 교수 평가에 반영한다.

유독 이스라엘 대학에서 이러한 기술지주회사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브레스킨 교수는 “이스라엘 특유의 통합적이고 개방적인 학풍 덕분”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내가 MRI, CT 등 의료기기 발전을 위해 연구하던 당시 물리학 교수뿐 아니라 의학, 공학, 화학, 우주학을 연구하는 교수들과 협력했다”면서 “우리는 ‘인류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만들자’는 같은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분야를 넘나드는 것에 대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텔 출신으로 ‘창업국가 투어’ 가이드인 스티브 그래이(Steve Gray) 씨는 “‘유대인 2명이 모이면 3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유대인은 토론을 즐긴다. 서로 다른 학문 배경을 가진 교수들이 의견을 교류하고 협력하는 일이 많으니, 상용화하는 기술도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2011.05.16 787호 (p26~27)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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