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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불에 타 죽었다

인도 오일 마피아, 단속 공무원 살해 … “신변 안전 보장하라” 동료들 파업

  • 인도 벵갈루루=박민 통신원 minie.park@gmail.com

공무원이 불에 타 죽었다

1월 25일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공무원 한 명이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일 마피아’의 소행이었다. 오일 마피아란 등유, 휘발유 등을 훔쳐 값싼 유사성 휘발유를 섞어 파는 범죄 집단을 말한다. 사건이 있던 날 이 지역 공무원인 소나완은 연료 수송차량에서 기름을 빼내는 절도범 신드를 발견하고,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를 본 오일 마피아 조직원인 신드의 17세 아들 쿠날이 소나완을 쇠파이프로 공격했고, 신드가 가솔린 한 통을 소나완에게 들이부은 뒤 불을 지른 것. 소나완은 그 자리에서 불타 숨졌다. 범인인 신드도 사망했다. 불이 붙은 소나완이 신드를 꼭 잡고 놔주지 않았기 때문. 신드는 몸의 75% 이상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소나완이 죽은 후 인도 정부는 180명이 넘는 오일 마피아 일당을 잡아들였다. 소나완 유가족에게는 은퇴 때까지 받아야 하는 월급과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지역 공무원들은 정부에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사실 이번 사건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게 아니다. 오일 마피아를 단속해온 공무원 소나완은 이들의 제거 목표 1순위였다. 실제로 신드는 지난해 소나완의 공무원직을 빼앗기 위해 그를 부패방지위원회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2010년 5월 신드는 석유를 훔쳐 판매한 혐의로 자신의 유조차량을 압수당했다. 차량을 되찾으려면 해당 공무원의 허가가 필요했는데, 담당자가 소나완이었다. 신드는 소나완이 유조차량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했다며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부패방지위원회는 소나완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고, 그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참변

오일 마피아가 단속 공무원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2건의 사례가 더 있다. 2001년 1월 불량 석유 단속 공무원인 라젠드라 바사르가 살해당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에는 경찰 조사관도 포함돼 있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용의자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 같은 해 10월 공무원 아쇼크 카담도 오일 마피아 조직에 의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당시 범인 3명이 체포됐다.



이처럼 오일 마피아의 범죄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마하라슈트라 주에는 힌두스탄 석유, 바라트 석유, 인도 석유 등 대형 석유사의 창고가 밀집해 있다. 따라서 오일 마피아의 절도 행위도 빈번하게 자행되고 범죄 조직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1000억 루피(약 2억5000만 원)에 이를 정도다.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는 소나완의 죽음 이후 오일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월 2일 이들 범죄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석유 관련 모든 제품과 연관된 범죄 조직이 이번 전쟁의 대상이다. 발표에 따르면, 등유 판매자에 대해 자격증과 재고 확인을 정기적으로 하기로 했다. 절도 범죄가 빈번한 휘발유와 디젤은 담당 공무원이 자격증과 재고를 확인할 때뿐 아니라 단속할 때도 항상 경찰의 보호를 받게 했다. LPG 단속의 경우 경찰 조사관이 파견되는데, 이들은 주 정부가 부여한 특별 조사권을 갖게 된다.

공무원이 불에 타 죽었다

1월 25일 공무원 소나완이 오일 마피아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보도한 인도 언론들

하지만 주 정부의 발표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주 정부는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응방안을 발표했으나 효과는 미미했기 때문. 더 큰 문제는 오일 마피아뿐 아니라 원자재 관련 범죄 조직이 인도에 무척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하라슈트라 주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는 ‘가솔린 마피아’가 있고 비하르 주와 오리사 주에는 ‘석탄 마피아’가, 카르나타카 주는 ‘철광석 마피아’가 활개치고 있다. 이 밖에 ‘모래 채취 마피아’ ‘통나무 마피아’ 등도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관료 조직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크다. 관료들은 그들을 단속해야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런 범죄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삶은 점점 큰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소나완 사건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는 마하라슈트라 주에서 공무원 상글리가 모래 채취 마피아의 공격을 받았다. 모래를 불법으로 채취하는 도둑을 쫓는 과정에서 3명의 남자가 그에게 돌을 던진 것.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피의자가 모두 검거됐지만 범죄 조직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한 협박 계속

카르나타카 주 벨라리 지역은 광산으로 유명한데 요즘 들어 ‘광산 마피아’ 조직의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당 지역 공무원이던 암리트 폴은 온갖 위협에도 마피아 조직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단속의 강도가 세질수록 마피아 조직의 위협도 심해졌다. 온갖 협박에 시달린 끝에 암리트 폴은 최근 벨라리 지역의 관료 자리에서 물러났다. 범죄 소탕 의지를 높이 평가받아 대통령상까지 받은 그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협박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 하지만 그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음에도 마피아의 협박 전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마하라슈트라 주 공무원들이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며 파업까지 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해당 주뿐 아니라 인도 정부의 원자재 마피아 조직에 대한 근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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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1.03.07 777호 (p68~69)

인도 벵갈루루=박민 통신원 minie.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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