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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털리 포트먼 신들린 연기, 강렬한 유혹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스완’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내털리 포트먼 신들린 연기, 강렬한 유혹

내털리 포트먼 신들린 연기, 강렬한 유혹
내털리 포트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통 두 가지다. 먼저 1994년 그의 데뷔작인 ‘레옹’의 마틸다. 바투 자른 단발머리를 한 작고 가녀린 소녀 마틸다는 반항스러운 듯 청초하고, 성숙한 듯 천진한 매력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당시 겨우 열세 살이던 포트먼은 거의 본능적으로 마틸다를 연기하는 듯했는데, 연기파이자 베테랑 배우인 장 르노와 게리 올드먼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엄친딸’. 예쁘고 똑똑하고 반듯하기까지 한 바로 그 존재 말이다. 포트먼은 ‘레옹’ 이후 30편이 훌쩍 넘는 영화에 출연했지만(대부분이 화제작이었다) 마틸다만큼 관객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역할을 연기하진 못했다. ‘발연기’ 따위로 손가락질받진 않았지만 뭐랄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듯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아우라는 점차 사라지고, 철저히 다듬고 절제한 연기를 선보이는 반듯한 배우가 됐다고나 할까. 아마 하버드대학 졸업, 철저한 채식주의, 술 담배나 마약은 입에 대지도 않는 엄격함 등으로 잘 알려진 그의 사생활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스완’을 보고 이런 생각이 달라졌다. 포트먼이 연기한 니나는 가녀리고 아름답지만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뉴욕발레단 무용수다. 발레리나 출신인 엄마 에리카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딸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며 뒷바라지한다. 니나 역시 자신의 인생을 오로지 발레에 바치는데, 그의 안무 테크닉은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니나는 새 시즌 무대에 오를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발탁된다. 순수하고 연약한 백조 오데트와 왕자를 유혹해 백조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악하고 관능적인 쌍둥이 자매 흑조 오딜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 예술감독 토머스는 “니나가 백조는 완벽하게 연기하지만 흑조는 그렇지 못하다”며 다그치고, 새로 입단한 발레리나 릴리는 니나와 정반대의 매력을 뽐낸다. 니나는 점점 불안해지고, 자신의 몸이 흑조로 변해가는 착각에 빠진다.

감독은 전작 ‘레퀴엠’ ‘더 레슬러’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드러내는 재능도 여전하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거울이나 니나의 도플갱어, 육체의 변화(상처가 나거나 뼈가 부러지는 등)가 대표적인 예. 이는 니나가 현실과 망상을 혼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연출에 주로 쓰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은 관객이 니나의 감정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



니나는 결국 완벽하게 흑조로 변신한다. 그 과정을 보고 있자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예술가들이 대단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엄격히 자신을 훈련하고 통제하며 완벽한 테크닉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하는 모순적인 과제를 해내야 하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포트먼은 그간 전자의 느낌이 강했다. 그는 스스로도 우디 앨런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한 이후, 자신의 즉흥적인 연기는 최악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블랙스완’을 통해 후자까지 어느 정도 달성한 듯 보인다. 어쩌면 감독은 포트먼의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했을지도 모른다. ‘더 레슬러’에서 한물간 레슬러 랜디의 인생과 그를 연기한 미키 루크의 인생이 묘하게 겹쳤던 것처럼.

토머스는 니나를 매섭게 다그친다. “우리를 유혹하라고. 왕자뿐 아니라 관객, 전 세계를! 거미가 거미줄로 먹이를 잡듯이!” 발레리나 니나가 마침내 관객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배우 내털리 포트먼도 세계를 사로잡았다. 연이어 들려오는 수상 소식이 이를 잘 말해준다. 포트먼은 골든글로브 시상식,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2월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78~78)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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