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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극장광고’ 4D 영화만큼 재밌네

스릴과 튀는 아이디어로 ‘효과만점’ … 영화 바로 앞 광고가 가장 비싸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극장광고’ 4D 영화만큼 재밌네

‘극장광고’ 4D 영화만큼 재밌네
“당연히 영화가 시작하는 줄 알고 3D 안경을 썼죠. 그런데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것 같은 영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겁니다. 시동을 걸자 의자가 움직였고, 그렇게 서울의 밤거리를 ‘주행’했죠. 특히 선루프를 열고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에선 의자가 뒤로 확 젖혀졌으며 바람이 불어왔어요. 향기도 났고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하늘에선 별이 쏟아졌고요. 4D 영화를 처음 봤는데, 사실 영화보다 먼저 ‘맛본’ 광고가 더 기억에 남아요.”

서울 잠실동에 사는 직장인 유하진(37) 씨는 최근 4D 극장에 갔다가, 영화 전 상영한 현대자동차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4D 영상으로 만든 광고가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

현대자동차의 ‘5G 그랜저’ 4D 극장광고가 화제다. 2010년 12월 20일부터 서울 강변, 왕십리, 영등포, 경기 죽전, 경남 부산 센텀시티 등 5개 CGV 4D플렉스에서 상영하는 2분 30초 분량의 이 광고는 영화 ‘아바타’ 촬영팀이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4D 영상으로 제작한 극장광고로는 세계 최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업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그랜저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4D 극장광고를 만들게 됐다”며 “TV광고가 40, 50대 중장년층이 대상이라면, 4D 극장광고는 젊고 유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30대 후반 트렌드세터가 메인 타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3D 극장에서는 3D 극장광고가 상영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흥미로우면서 차별화된 극장광고를 적극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극장광고가 ‘시네마 애드(Cinema AD)’로 불리며 영화만큼이나 재미있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또 광고주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선사하는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시네마 애드’



1960년대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를 필름으로 제작해 각 극장에 오토바이로 배송한 것이 극장광고의 효시라고 전해진다. 이후 40년 가까이 극장광고는 관객의 시간을 잡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광고주는 극장광고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별도의 광고를 제작하지 않고 TV광고를 그대로 재활용했다. 극장광고의 기본 분량이 30초이기 때문에 15초인 TV광고를 두 편 연속 상영하는 일도 다분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극장광고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너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이 많아지고 전국 체인화하면서 극장광고의 효과가 무척 커진 게 변화의 가장 큰 이유다. 즉 예전엔 A라는 극장과 계약을 맺으면 그 극장에서만 광고를 틀 수 있었지만, 이젠 B라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계약을 맺으면 전국에 있는 B의 모든 상영관에서 광고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2005년 디지털 광고 도입도 극장광고의 일대 혁신을 이끌었다. 과거 광고주가 극장에 광고를 선보이려면, 최소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필름 변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또 택배나 퀵서비스 등을 이용해 극장마다 일일이 광고 필름을 보냈다. 만약 기존 광고에 자막 1줄을 첨부하거나 새로운 장면 하나를 넣으려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고 그에 따르는 비용도 고스란히 따로 들어갔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는 부대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얼마든지 내용을 추가, 삭제, 수정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극장이라는 장소적 특징과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특성, 영화를 보는 상황을 고려한 타깃 광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티켓 광고. 기존 TV광고를 조금 바꿔 극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자연스럽게 삽입함으로써 관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극장광고에서 TV광고의 B컷(실리지 않은 영상)이나 NG 영상을 활용하는 건 기본. 느닷없이 광고 모델이 관객에게 “앞줄에 앉은 관객, 내 스타일이야” 또는 “영화 끝나고 술 한잔 하실래요?”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이때부터 “극장광고가 영화만큼, 또는 그 이상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관객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은 극장광고의 새로운 분수령이 됐다. 2009년 말 개봉한 3D 영화 ‘아바타’ 성공 이후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3D, 4D 광고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제일기획 옥외 미디어팀 성훈 프로는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대거 3D TV를 출시했는데, 이를 소비자가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3D 극장광고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이 새빨간 토마토를 던지는 삼성 ‘파브’ 광고는 3D 극장에서 보면 토마토가 눈앞까지 날라오는 것 같은 효과를 줬다. 현대자동차의 ‘5G 그랜저’ 4D 극장광고는 입체 영상에 오감 체험을 더했다.

‘극장광고’ 4D 영화만큼 재밌네
연간 매출 1000억 원 덩치 키워

3D, 4D가 아니더라도 극장 상영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광고도 부쩍 늘었다. 이런 광고는 영화관이라는 상황을 적극 활용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에 제품의 기능 설명을 접목한 광고를 만들거나 개봉 예정 영화의 예고편처럼 제작했다. 지금도 상영 중인 ‘365mc의원 비만클리닉’ 광고는 마치 할리우드 어드벤처 영화 예고편 같다.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은 고대 이집트의 비밀을 찾던 탐험가들이 상형문자를 발견하는데 글자 하나하나를 해석해보니, 그 메시지는 바로 ‘나는 매우 두렵다. 요즘 너무 살이 쪄서’였다는 것. 당연히 영화 예고편을 기대하던 관객들은 이 같은 ‘반전’ 광고에 적극 반응했다.

매일유업 MCC고베식당 광고 역시 그 정체가 ‘카레 제품’ 광고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일본영화의 예고편처럼 만들었다. 심지어 주연 배우의 이름과 개봉일까지 자막으로 알려주는 ‘친절함’을 더했다. 이 광고는 극장뿐 아니라 TV, 버스 외부광고 등으로도 선보이며 소비자의 궁금증을 더했다. 그리고 ‘개봉일’에 ‘카레 제품’임을 알리며 엄청난 ‘반전’ 효과를 올렸다.

성 프로는 “극장광고의 성공 키워드는 신선함과 의외성, 재미”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든지,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했다가 의외의 결론을 내리는 반전을 준다든지, 관객의 웃음보를 계속 건드려주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관객의 공감을 유도하거나 친밀감을 주는 것도 좋다.

현재 극장광고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2월 14일 제일기획은 “2010년 국내 광고비가 2008년 대비 16.5% 성장한 8조450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극장광고가 포함된 옥외광고는 19.9% 성장해 749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극장광고는 1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2009년 850억 원 대비 25% 성장). 이노션 이주환 부장은 “극장광고의 발전 속도는 영화를 보는 관람객 수나 극장 매출액 증가보다 훨씬 빠르다”며 “극장광고는 앞으로 연간 16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관객 수는 1.7배, 극장 매출액은 1.9배 증가했는데, 극장광고 매출은 3.4배 늘었다.

그렇다면 극장광고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 부장은 “광고주 입장에서 본다면 타기팅(targetting), 임팩트(impact), 안정된 시스템 및 신뢰도가 극장광고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TV, 신문 등이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접촉이 많은 데 비해, 영화관은 젊은이(15~35세 남녀)를 공략하는 매체로 유용하다(타기팅). 또 일반 영상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화면과 입체 음향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시청각적 임팩트가 크고(3D나 4D의 경우 그 효과는 더욱 크다), 데이트 등 특별한 상황에서 접하므로 정서적 영향력도 우수하다. 특히 TV와 달리 채널을 돌릴 수 없어 ‘강제적’으로 광고를 볼 수밖에 없다(임팩트). 마지막으로 극장광고 대부분이 디지털화돼 소재 전달 및 노출, 모니터링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안정된 시스템 및 신뢰도).

실제로 한국리서치의 ‘2010 Cinema Advertising Study’에 따르면 극장광고는 주목도가 34.7%로 나타나 지상파 TV(31.1%), 케이블 TV/스카이라이프(19.0%), 지상파DMB(19.8%), 신문(22.7%), 잡지(30.2%), 라디오(16.6%) 등 다른 매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관심, 돌출, 호감, 집중, 기억 지속, 독특성, 재미, 타 매체와의 연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표 참고).

저렴한 비용과 유연한 운영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대개 패키지로 진행하는데, 극장광고는 영화 상영시간에 가까울수록 비용이 비싸다. 일반 광고, 골드 광고, 프리미엄 광고, 에티켓 광고, 영화 순으로 이어지는데, 보통 티켓 타임(영화 티켓에 명시된 상영시간) 이후 상영되는 광고가 프리미엄이라고 보면 된다. 만약 CGV 전국 체인의 전 상영관에 30초 분량의 프리미엄 광고를 내보낸다면 월 3억 원이 든다. 일반이나 골드 광고는 월 1000만, 2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로 훨씬 싸다.

‘극장광고’ 4D 영화만큼 재밌네

일본영화 예고편처럼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매일유업 MCC 고베식당 광고. ‘개봉일’에 카레 제품 광고임을 알렸다.

CGV 극장광고 대행사인 JS커뮤니케이션즈 광고기획팀 이혜승 차장은 “프리미엄이나 에티켓 광고의 경우 연간 계약이 아니면 들어오기 쉽지 않다”며 “비용이 비싸도 광고주들은 효과가 좋은 프리미엄을 선호하다”고 전했다. 특히 에티켓 광고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후문. 하지만 한 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극장광고가 비싸졌다고 해도, TV나 신문 등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다”며 “그 정도 금액은 상대적으로 쉽게 집행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서울 및 수도권의 특정 극장에만, 또는 전 상영관이 아닌 절반에만 선보이는 것도(이 경우 가격은 더욱 저렴해진다), 30초가 아닌 60초 심지어 ‘5G 그랜저’ 광고처럼 2분 30초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재에 대한 제한이나 각종 규제도 TV나 신문보다 훨씬 적다. 단적인 예로 ‘맥심 TOP’ TV광고에서는 원빈과 신민아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하지만, 극장광고에서는 확실하게 닿는다. 웰콤 매체팀 김재홍 부장은 “성형외과나 비만치료 관련 광고의 경우 서울 강남이나 압구정 일대 극장에서 집행하는 등 극장 위치 선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방송에서는 의료광고를 할 수 없으나, 극장광고에서는 가능하다.

광고 + α의 통합마케팅 가능

2011년도 극장광고는 성장세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은 “2011년 옥외광고는 극장광고 등의 활성화로 8000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3D, 4D 등 기술적 요소에 의존하기보다는 통합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음은 김재홍 부장의 설명.

“유럽의 한 극장에서는 30초 동안 아이스크림 광고를 선보인 직후, 판매원들이 극장 안에 들어와 1분 동안 그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광고와 판매 이벤트가 결합된 일종의 통합마케팅인 셈. 극장에는 많은 관객이 드나들므로 로비에 특정 브랜드관을 운영하거나, 기둥이나 벽면을 광고 이미지로 래핑(wrapping)하는 등 아이디어만 있으면 광고 플러스알파의 통합 마케팅이 가능하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32~34)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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