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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금융회사 CEO 리스크 왜?

정권교체 때마다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논란 확산…딱 떨어지는 해결책 없어 고민

  • 박정민 헤럴드경제 시장경제부 기자 bohe@heraldm.com

주인 없는 금융회사 CEO 리스크 왜?

주인 없는 금융회사 CEO 리스크 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당시 행장이었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 사장을 고소한 데서 촉발한 ‘신한사태’는 2011년 2월 한동우 신임 신한금융 회장이 선임되면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2009년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의 회장 선임 문제에 이어 벌어진 신한사태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에 내재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CEO 리스크를 불식할 수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에 나섰고, 각 금융지주사도 내부 지배구조 모범규준 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인사(人事)를 법으로 일일이 규제할 수는 없다 보니 금융당국과 금융지주사들은 모범답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CEO 20년 장기집권으로 화 불러

KB금융의 CEO 리스크는 2009년 9월 황영기 당시 KB금융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때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해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직무정지 중징계를 하면서 촉발했다. 황 회장이 중도하차하자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제재하자 결국 강 행장과 가까웠던 사외이사들이 사퇴했다. 강 행장도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2010년 7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며 ‘KB사태’는 일단 막을 내렸으나 KB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감독당국이 국민은행을 종합검사하는 과정에서 ‘표적검사’ ‘관치금융’ 논란이 빚어졌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의혹은 더해갔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감독당국에선 KB금융 사외이사가 자기들끼리 사외이사를 선출하고 회장 선임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두고 ‘권력화했다’고 비판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가 CEO를 견제하도록 정책을 펴왔다. KB금융은 이런 정부 정책에 맞춰 이사회 중심의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에는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한사태는 ‘CEO의 자리 욕심’에서 시작됐다. 2010년 9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손을 잡고 ‘2인자’인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몰아내려 했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었다.

신한사태는 후계 승계 문제가 뒤엉켜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됐다. 라 회장은 신 사장의 폭로로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에 올랐다. 결국 라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이 드러났고 그는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 은행장과 신 사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한에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진 이유는 라응찬 전 회장이 장기간 최대주주 못지않은 지위와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의 시작과 끝’이었다. 그는 19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1999년까지 연임했고, 2001년 신한금융이 출범하자 지주사 회장에 등극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신한의 ‘선장’ 노릇을 한 셈이다.

그는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신한금융을 자산규모 국내 3위 금융회사로 일궜다. 한때는 대주주(재일교포)의 위임을 받은 경영진과 이를 견제하는 사외이사가 팽팽한 균형을 이뤘으며,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라 전 회장의 신한금융은 “주인 없는 한국 은행산업의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사태로 이 모두가 허상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토록 안정돼 보이던 후계구도는 삽시간에 붕괴했다. 내분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친소관계에 휘둘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최대주주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빠져들었다. 결국 사태는 금융당국의 개입과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 회장은 신한금융의 라 전 회장을 닮은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 행장을 3연임하고, 금융지주 회장을 2연임했다. 3월 3연임을 앞두고 있다. 14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셈이다. 김 회장은 많은 회사 지분을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장기집권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켰으며 임기 내 주가를 크게 상승시키는 등 우수한 실적을 내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김 회장이 후계자를 육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한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57%를 보유하고 있다. 공기업을 ‘주인 없는 회사’로 간주하는 국내 풍토로 볼 때 우리금융 역시 CEO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과 은행장이 바뀌니 경영 연속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실제로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 같은 CEO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각 금융지주사는 개별적으로 지배구조 모범규준 만들기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이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규준’을 최종 확정했다. 상임이사(등기이사)의 임기는 최초 3년 이후 연임 기간을 기존 3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단축하고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규준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도이치뱅크 등 해외 대형 금융회사에서 이미 적용한 요건의 하나로, 국내에서는 하나금융이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외에선 연령 제한에 예외 조항을 두고 있지만 하나금융은 예외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규준이 적용될 경우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승유(68) 회장은 만 70세가 되는 2013년까지, 최장 3년 연임이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하나금융은 회장 선임 절차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사회가 구성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주사의 자체 규준만으로 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완벽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월 안에 ‘금융지주사들의 CEO 리스크 방지를 위한 검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주주들을 대신한 경영인이 실제 주주 의사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이른바 ‘대리인 문제’를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사들의 내부 기구가 견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CEO 리스크가 발생해 경영체제에 빈자리가 생겼을 경우 각 금융사가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후계구도 프로그램을 각 금융회사가 갖추도록 해 이를 경영실태 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 방안은 최소한의 장치

하지만 금감원의 조치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장치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2010년부터 금융지주사 경영구조법(구 지배구조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금융당국은 경영구조법에 CEO 승계 프로그램, 보상체계, 감사제도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CEO 인선 논란을 불식하고자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CEO 인선 등 각 사항에 대해 모든 기준을 하나하나 법제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국 경영구조법은 형식적 틀을 갖추되, 세부적인 사항은 각 지주사 실정에 맞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것을 법으로 명문화하긴 불가능하다”며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각 금융지주회사가 가질 수 있도록 기반만 마련하고 나머지는 각사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 연봉, 도대체 얼마기에?

잘나갈 땐 30억 원…업무추진비 포함 10억 원 안팎


대형 금융지주사 CEO 직함에는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 대통령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가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CEO의 급여보상 체계에 손을 댔다. 과도한 보상은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받는 연봉은 어느 수준이기에 그럴까?

2010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사태의 장본인이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2009년 한 해 동안 10억52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대형 금융지주사 중 최고의 실적을 거둔 만큼 라 전 회장의 급여도 최고 수준이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은 9억82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두 CEO의 연봉 기본금은 모두 5억 원 수준이지만 업무추진비, 활동비 등을 포함하면 이렇게 높아진다. 이 금액은 장기성과급을 제외한 것인 만큼 두 CEO는 실제 10억 원을 훌쩍 넘는 연봉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기본급, 성과급,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해 7억 원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봉은 5억 원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대주주가 정부이기 때문에 임직원 연봉은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MOU)의 영향을 받는다. 다른 금융회사 CEO들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2010년 7월 취임식에서 자신의 연봉을 15%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KB금융 회장의 연봉은 최대 3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 회장은 그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았다. 기존 연봉에 15%를 삭감했으므로 2010년 어 회장 연봉이 20억 원 미만일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KB금융의 실적이 최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 회장의 연봉은 10억 원을 밑돌았을 수도 있다.

사실 금융위기 이전 금융지주사 CEO들의 연봉은 현재보다 훨씬 많았다. 장기 성과급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 스톡그랜트 제도 등 덕분에 수십억의 연봉을 챙겼던 것.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CEO에 부과하는 스톡옵션과 같은 형태의 성과급을 폐지하고 3년 뒤 실적을 두고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금융지주사에 권고했다. 그 때문에 금융위기 이전처럼 CEO들이 고액 연봉을 받아가기는 어려워졌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21~23)

박정민 헤럴드경제 시장경제부 기자 boh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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