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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MB맨들의 리그, 뱅크 워 01

우린 ‘리딩뱅크’로 간다

은행 ‘신4강전쟁’ 본격화…몸집 키우고 내실 다지고 팽팽한 긴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우린 ‘리딩뱅크’로 간다

우린 ‘리딩뱅크’로 간다
“숨고르기는 끝났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2월 14일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다음 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우리은행 한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24일에는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3연임이 결정되는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은행권을 뜨겁게 달궜던 ‘CEO 리스크’는 일단락됐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5조 원의 자금 마련에 성공, 외환은행 인수를 사실상 완료하면서 비슷한 자산 규모를 가진 ‘신(新)4강체제’(우리금융-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출현이 가시화됐다. 전열을 정비한 각 금융지주사가 ‘리딩뱅크(선도 은행)’ 자리를 차지하려 무한경쟁을 예고하면서, 바야흐로 2011년 금융권엔 ‘영업대전’의 전운이 감돈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사실상 인수

1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국내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자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2010년 한 해 공격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 산은금융지주(이하 산은금융)를 비롯해 외환은행 등 굵직한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고, 은행들은 2010년 초부터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와 신한금융은 각각 경영진 교체, 내분 사태 때문에 야심찬 행보를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연내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던 우리금융 민영화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본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민영화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포기를 선언해 유효한 입찰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렇듯 내부가 뒤숭숭하면서 2010년 각 금융지주사로선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당연히 2010년 초 야심차게 내세웠던 전략은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이 새 회장을 선출하고 전열을 정비하면서 2011년은 이들 지주사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우량고객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불을 붙인 것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다. 하나금융은 그간 개인영업과 프라이빗뱅킹(PB)에 강점을 보여왔다. 여기에 기업금융과 해외 영업에 강점을 지닌 외환은행까지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규모도 316조 원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표1 참조). 명실상부 금융권의 4강 경쟁구도가 마련되는 셈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자 다른 금융지주사도 호시탐탐 M·A 시장을 노리고 있다. 비록 민영화 논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는 했지만 산은금융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매물로 나온 상태다(표2 참조). 우리금융 민영화도 이팔성 회장이 연임하면서 상반기 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

우린 ‘리딩뱅크’로 간다
기존의 금융지주사 중 하나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판 메가뱅크 출현도 가능해진다. 당연히 민영화 당사자인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인수에 집중하는 하나금융을 제외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행보에 시선이 주목된다. 일단 이들은 “대형 M·A는 없다”며 한발 물러났지만, 여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 대형 짝짓기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부실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저축은행도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하기로 교통 정리됨에 따라 어느 곳에서 인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2월 18일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나머지 부실 저축은행도 빠른 시일 안에 인수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상자기사 참조).

그동안 신한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는 은행 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은행의 수익이 나빠질 경우 금융지주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주력사인 은행 이외에 증권, 카드, 보험, 자산운용 등 비(非)은행 부문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움직임이 카드사 분사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금융위기 여파에도 2009년 8568억 원의 순익을 올려 신한금융 내 신한은행 순익 7489억 원을 앞질렀다. 카드사업이 그룹 내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금융지주사도 카드사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미 2009년 카드사업 부문을 분리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다.

강도 높은 영업대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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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도 2월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카드사업 부문 분사를 승인받았다. 또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대우증권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내부적으로 대형 증권사 M·A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그룹 수익의 5% 미만인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2013년 30% 수준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 편중 현상이 심한 우리금융도 이팔성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육성을 올해 5대 전략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리자산운용과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의 시장점유율을 증대시킨다는 방침이다. 한때 시장에선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외환은행 인수로 몸집을 불리게 된 하나금융은 보험사에 눈을 돌린 상태.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기업 또는 새로운 보험시장의 기회가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고른 포트폴리오를 지닌 신한금융도 생명보험사 M·A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금융지주사들 못지않게 이들의 주력사인 은행들도 강도 높은 영업대전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경영 방향으로 ‘이익 중심의 내실 성장’을 제시하고 도매금융(기업금융) 강화를 천명했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중소기업과 개인고객 유치에 나섰다. 서민 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기업금융 강자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어 회장은 직접 경남 창원시 등 중소기업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지방 기업 고객 유치에 나섰다. 매일 어 회장이 기업 고객 유치 현황을 체크한다는 후문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장들에게 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연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단순히 기업에 대출을 늘려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여신, 수신, 외환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의 기업금융 강자인 우리은행은 △캐시카우(Cash Cow)형 신사업 발굴 △틈새시장 등 타깃 고객군을 위한 상품개발 다양화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성장 유망사업 신규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올해 1조8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성공적인 민영화를 통해 1등 은행의 위상을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한 해를 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외환거래처 및 우량 상권 내 영업력이 우수한 개인사업자를 타깃으로 틈새시장을 발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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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총자산 5% 성장’이란 적정 수준의 외형 성장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전략담당 임원은 “현장과 고객에게서 신한은행의 성장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며 중장기 핵심영역인 우량고객, 퇴직연금, 자산관리, 글로벌 부문에서 확고한 시장주도권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시장성장에 따라 우량자산 위주로 자산을 증가시킬 예정이며, 자산성장 과정에서 예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2010년 말 예상 105%, 2011년 목표 100% 미만) 여수신의 균형성장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방침이다. 또한 하나은행은 스마트폰 서비스를 확대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등 온라인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몸집 불리기와 은행들의 영업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자산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덩치 키우기 경쟁은 결국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과열경쟁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경쟁 은행의 고객을 데려오려고 금리를 지나치게 깎아주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칠 수 있다”며 한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여전히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빠른 성장을 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게 은행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금융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수주 과정은 메가뱅크 필요성의 주요 근거로 활용된다. 국내 민간 금융기관의 자산 규모가 작다 보니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등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의 자금 공급 없이는 원전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메가뱅크가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 살 깎기식’ 경쟁만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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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실제 2000년 국내총생산(GDP)의 1.24배였던 은행 총자산은 2008년 1.68배로 늘어났으나,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1%에서 2009년 1.98까지 떨어졌다(표3 참조). 그만큼 은행 수익성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오히려 메가뱅크가 은행의 독과점을 가속화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높인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 편에선 적당한 규모를 갖춘 은행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원은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이익의 많은 부분은 독과점인 국내시장에서 발생한다”며 “국내 금융사 간의 M·A가 아닌 해외 금융사와의 M·A가 그나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금융이 집중된 메가뱅크가 부실화하면 그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시스템 리스크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연맹 부설연구소 ‘진보금융네트워크’ 이한진 연구실장은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가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은 것을 보지 않았나? 메가뱅크란 대형 괴물이 생겨나면 자칫 위기상황 때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물론 덩치를 키워도 은행별로 차별화가 이뤄지고 건전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괜찮은 금융상품을 내놓아도 단 3일이면 경쟁사에서 똑같은 상품을 내놓는다”고 토로했다. 차별화된 전략이란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

은행들로선 당장 베끼기에 급급하다 보니 결국 이자율을 낮춰 대출을 늘리는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사들은 2000년대 중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영업경쟁을 벌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원은 “신4강체제가 도래하면 금융지주사들의 덩치가 비슷해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때문에 수익은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4강체제로 금융권이 재편되면서 이제 누구도 리딩뱅크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1위와 4위 간의 자산 규모 차이는 21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18쪽 참조). 결국 국내시장 영업경쟁을 통한 정면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 불붙은 이들의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의 저축은행 인수는

덩치 키우기 몰아주기냐, 부실 떠넘기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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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6곳이 영업 정지를 당하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중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은 자산이 1조 원 넘는 대형 매물로 벌써부터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형 저축은행은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금융지주사와 저축은행 간의 짝짓기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2월 18일 예금보험공사가 삼화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우리금융을 선정하면서 인수전의 신호탄을 쏘았다. 우리금융은 2∼3개 저축은행을 인수해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전략이어서 조건만 맞는다면 추가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사업모델인 여수신 업무는 근본적으로 은행과 유사하다”며 “제1 금융권의 경영 노하우를 갖춘 경영진이 경영에 참여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선진화한다면 저축은행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가 다른 후보들을 제쳐두고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겨 덩치를 키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단 덩치가 커지는 데다 인수자금 확보 및 저축은행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과연 금융당국의 기대대로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중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은행 퇴직임원을 낙하산으로 보내 경영했다가는 낭패를 볼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12~16)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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