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선거에 나서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10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에서도 후보자들은 서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일까? 혹자는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원리, 즉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동력을 중시하는 문화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당장은 손해를 볼지라도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용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2007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노무현 정신이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진보정권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체결로 지지층의 이탈이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해 4월 2일 노 전 대통령이 한 한미 FTA 대국민 담화에는 그의 진정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의 변화까지 내다보는 큰 장사꾼의 안목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중략)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승리했습니다. 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주간동아 762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