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2010.11.15

노무현 정신과 한미 FTA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11-15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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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지방선거에선 노풍(노무현 바람)이 거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안희정 씨와 이광재 씨가 각각 충남도지사와 강원도지사에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민주당 한명숙 상임고문도 현직 지사가 출마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선거에 나서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10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에서도 후보자들은 서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일까? 혹자는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원리, 즉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동력을 중시하는 문화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당장은 손해를 볼지라도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용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2007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노무현 정신이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진보정권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체결로 지지층의 이탈이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해 4월 2일 노 전 대통령이 한 한미 FTA 대국민 담화에는 그의 진정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작은 장사꾼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의 변화까지 내다보는 큰 장사꾼의 안목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중략)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승리했습니다. 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노무현 정신과 한미 FTA
    그렇게 노무현 정신을 강조해온 민주당이지만 정작 한미 FTA 재협상이 벌어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준 반대’로 당론을 굳혔다. 나아가 비준 저지를 위해 야권 공조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신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닌 이상, 한미 FTA를 반대하기에 앞서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부터 부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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