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9

2010.10.25

감미로운 선율 가슴을 적셨다

이사오 사사키 ‘2010 Missing you’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10-25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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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미로운 선율 가슴을 적셨다
    “우연히라도 그가 이 음악을 듣게 된다면 분명 저를 기억할 겁니다. 현재로선 이 음악이 그와 저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입니다.”

    1999년. 한 음반사에 녹음테이프와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사연인즉 한 여인이 유학을 앞두고 2년 전 우연히 만난 남성을 찾는데, 같이 들었던 피아노곡 말고는 아는 게 없다는 것. 그는 편지에 “이 음악이 유명해진다면 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녹음테이프에는 투명한 피아노 음악 하나가 담겨 있었다. 음반사는 수소문 끝에 그 곡이 일본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만든 것임을 알아내고 1999년 그의 음반을 한국에 발매했다.

    그 후 사사키는 한국에서만 13장의 음반을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의 음악은 광고, 영화, 드라마에도 다수 삽입됐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은 몰라도 음악을 들으면 가슴으로 알아챈다. 그렇게 가꿔온 10년간의 애정을 기념하며,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17일 사사키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가졌다.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그의 입에서 서툰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쿡 웃음이 터졌다. 비웃음이 아니라 일본어로 ‘가와이’(귀엽다)였다. 그는 콘서트를 끝까지 한국어로 진행했다. 하도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는 걸 보면 한국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동그란 안경, 화려한 듯 깔끔한 은빛 베스트, 뉴에이지의 거장답지 않은 겸손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인의 뉴에이지 사랑은 각별하다. 음반시장이 극도로 침체한 요즘도 뉴에이지 음악가들의 앨범은 지속적으로 팔리고, 공연만 했다 하면 매진이다. 그런데 다른 뉴에이지 연주자들과 달리 사사키는 유난히 협연이 많다. 이번 공연도 피아노 솔로보다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쓰구 시노자키, 재즈 베이스 연주자 요시오 스즈키 등과의 협연 위주였다. 피아노 솔로로서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 하모니를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화려한 테크닉보다 잔잔한 멜로디가 많은 것도,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자신이 작곡한 곡이 아닌 대중적인 디즈니의 곡을 연주한 것도 인상 깊다. 팬들과 더 폭넓게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났다.



    잔잔히 흐르던 연주회는 사사키의 대표곡 ‘Sky Walker’가 흐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바로 사연 속 남녀가 들었던 곡이며, 사사키의 음악 중 한국에 처음 소개된 곡이다. 사연 속 남녀가 서로를 찾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에 우리는 바다 건너 일본의 이사오 사사키의 감미로운 음악을 듣게 됐으니, 그 사랑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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