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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있었네

원시 자연 간직한 ‘신비의 섬’ 진귀한 동식물의 보고

  • 글·사진=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있었네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있었네

호주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마운트필드.

원시 자연 간직한 태즈메이니아 원생지대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에는 지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이 많다. 오랫동안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또한 빙하기 때 호주에서 언 바다를 건너와 살았던 원주민(애버리지니·Aborigine)의 유물이 섬 곳곳에 남아 있어 인류의 원시생활 모습을 연구할 수 있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태즈메이니아에서도 특히 보존 가치가 높은 원생지대를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동시에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이다. 얼음덩어리(빙하)에서 생겨난 거대한 ‘기둥산’과 비탈진 U자형 계곡, 깊고 파란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원시 지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빙하기 때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대륙의 일부분이었으나 약 2만 년 전 지구가 따뜻해짐에 따라 호주와 이어진 저지대가 바닷물에 잠기면서 섬이 됐다.

한때 육지에서 섬으로 변한 곳

태즈메이니아 섬 중앙부에는 높이가 1300m 넘는 산이 20개 정도 솟아 있다. 산은 하나같이 꼭대기가 평평하고 산허리를 깎은 듯 가팔라 거대한 기둥을 세워놓은 듯하다. 지금의 산이 들어선 곳은 빙하기 때까지만 해도 평평한 땅이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수만 년 동안 바위를 깎아내려 U자형 계곡과 깊은 호수가 생겼고, 상대적으로 단단한 현무암 지대는 산이 됐다.



태즈메이니아 원생지대에는 4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제각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마운트필드(Mount Field)’는 호주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나무 중 가장 크게 자란다는 유칼립투스(고무나무의 일종) 숲길을 헤치고 한참 나아가면, 러셀 폭포가 절벽에서 물줄기를 떨어뜨리며 신화의 배경처럼 신비롭고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얀 모래밭과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는 프레시네트(Freycinet) 국립공원은 태즈메이니아에서 가장 따뜻한 데다 9가지 서로 다른 빛과 모습을 지닌 바닷가로도 이름난 곳이다. 이 중 ‘와인글라스’라는 이름의 바닷가는 높은 데서 보면 정말로 포도주 잔처럼 생겼다.

태즈메이니아에는 양치식물이 많다. 이곳 생태계가 원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유칼립투스와 와틀(아카시아나무 종)이 무성하게 자란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는 와라타, 데저트피, 크리스마스 부시, 캥거루발톱 같은 들꽃이 초원 가득 피어난다. 태즈메이니아에는 다른 지역엔 없는 동물도 아주 많다. 이 중 태즈메이니아데블은 주머니고양잇과 동물로 분홍색 귀와 붉은색 수염이 있고 얼굴은 쥐를 닮았다. 보기보다 겁이 많고 순한 태즈메이니아데블은 상처가 나도 균에 감염되지 않아 과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가슴이 오렌지색인 노란가슴앵무새는 호주에서 가장 희귀한 새로 꼽는다. 이 밖에도 캥거루, 왈라비, 코알라처럼 깊은 숲속에서 살아가는 진귀한 동물은 사람이 다가가도 별로 놀라지 않을 만큼 자신들만의 생태계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있었네

1 프레시네트 국립공원의 와인글라스 해변 일대. 2 지금은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이 그린 벽화.

수만 년 애버리지니 역사 40년 만에 막 내려

이렇게 다채로운 태즈메이니아 동식물 생태계는 문명의 발길이 찾아들면서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고 있다. 울창한 산림이 해마다 200km2 넘게 잘려나가고, 태즈메이니아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이미 멸종돼 한 마리도 남지 않은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머니늑대. 얼굴과 이빨은 분명히 늑대를 닮았는데 몸에는 호랑이처럼 검은 줄이 나 있어 여러 동물을 섞어놓은 듯하다. 또 새끼를 담는 배주머니가 있고, 네 발로 걷다가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도 해서 어찌 보면 캥거루를 닮기도 했다. 태즈메이니아에 발을 들인 유럽인들은 처음 보는 주머니늑대의 모습에 놀라 무차별로 죽였다. 초원에서 살던 주머니늑대는 사람들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은 주머니늑대를 찾기 위해 현상금을 내걸기까지 했다. 결국 1933년 이후 주머니늑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뒤늦게 주머니늑대 보호지역을 지정했지만 보호해야 할 주머니늑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인류가 문명의 발달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하는 파괴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태즈메이니아 애버리지니는 빙하기 때 호주에서 건너와 살기 시작했다. 애버리지니는 1830년 유럽인 로빈슨이 처음 찾아왔을 때까지도 손도끼와 몽둥이로 사냥하며 석기시대 수준의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밀려든 문명은 애버리지니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고 플린더스라는 섬으로 쫓아냈다. 수만 년 이어온 애버리지니의 역사는 불과 40여 년 만에 마지막 원주민이 죽으면서 막을 내렸다. 애버리지니가 살았던 동굴에서는 돌과 짐승뼈를 이용해 만든 화살촉, 칼 같은 유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동굴 벽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황토와 동물 기름을 발라(스텐실 기법) 오랫동안 보존해온 벽화가 남아 있다. 갖가지 유물은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주간동아 2010.09.20 755호 (p144~145)

글·사진=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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