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5

2010.09.20

6년 만의 명승부, 박수가 쏟아졌다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

  • 주영로 스포츠동아 기자 na1872@donga.com

    입력2010-09-20 09: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6년 만의 명승부, 박수가 쏟아졌다

    일본은 우승했지만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에 1점 차 신승을 거두면서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회 전 압도적인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장담했던 일본은 박빙의 승부를 펼친 한국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6년 만에 부활한 한일 프로골프대항전이 사흘간의 열기를 뒤로한 채 막을 내렸다. 9월 10일부터 제주 해비치골프장에서 열린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한국의 젊은 기대주와 일본의 신구 조직력이 맞붙은 멋진 승부로 이어졌다. 한일전이 지닌 매력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짜릿한 명승부를 떠나 양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싸움은 승부 이상의 폭발력을 지녔다. 필드에서 펼쳐진 골프 전사들의 샷 대결도 어느 한일전에 뒤지지 않았다. 한국은 배상문, 김대현, 김경태 등 젊은 피를 앞세웠고 일본은 이시카와 료, 소노다 스케, 가타야마 신고 등 일본 골프의 스타를 총출동했다.

    6년 만에 재개된 한일전의 최대 관심사는 우승컵의 향방에 쏠렸다. 일본은 2004년 열린 첫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배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양용은은 당시 연장전에서 장타를 앞세워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다시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은 영건을 앞세워 2연속 우승을 노렸다. 국내 남자골프 2년 연속 상금왕을 거머쥔 배상문과 2010시즌 상금랭킹 1위 김대현,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경태를 삼두마차로 앞세웠다.

    패기와 조직력의 싸움, 한국 1점 차 패배

    유망주도 대거 합류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도훈과 8월 KPGA투어 조니워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비오 등 차세대 한국 남자골프의 기대주들이 합류했다. 그 뒤를 20대 중·후반의 실력파가 받쳤다. 김대섭과 김형성, 강경남이 합류해 영건들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 필승을 장담했다. 김대현은 “우리는 젊은 패기로 뭉쳤다. 반드시 우승컵을 지켜내겠다”며 일본을 위협했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신구의 조화로 끈끈한 조직력을 내세웠다. 일본 골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시카와 료를 필두로 소노다 스케, 미 PGA투어 경험을 지닌 가타야마 신고, 마루야마 다이스케 등 짜임새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이시카와 료는 “일본은 사상 최고의 정예 멤버로 이뤄졌기 때문에 질 수 없는 게임”이라며 맞불을 놨다. 한국 22.4세, 일본 32.4세. 패기와 조직력의 대결은 창과 방패라는 평가 속에 화려한 빅매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딱 한 발 모자랐다. 사흘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정면승부는 6년 전 패배의 설욕을 준비해온 일본에 돌아갔다. 우승컵은 일본에 돌아갔지만 전사들의 치열했던 샷 대결은 1년 뒤 펼쳐질 또 다른 명승부를 예고했다. 한국은 첫날 포섬 경기에서 5경기 중 2경기를 따내고 3경기를 내줬다. 1점 차로 졌지만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며 한일전다운 열기를 뿜어냈다. 김대현-김대섭과 배상문-김경태가 승리했지만 이시카와 료, 가타야마 신고를 앞세운 일본이 3경기를 가져갔다.

    둘째 날 포볼 경기에서는 2승1무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배상문-강경남은 이시카와 료-소노다 스케를 2타 차로 제압하면서 기선을 꺾었다. 김도훈-김대섭 역시 승리를 따내며 승점을 보탰다. 여전히 1점 차 승부가 이어지면서 결국 우승컵의 향방은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로 이어졌다.

    6년 만의 명승부, 박수가 쏟아졌다

    대회시작 전 양팀 선수. 한일 양국 선수 모두 ‘필승’을 다짐하며 경기에 나섰다.

    마지막 날은 한일전답게 진짜 명승부가 연출됐다. 특히 이날 골프장에는 900여 명의 갤러리가 찾아와 한일전에 대한 골프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괴물’ 김경태와 ‘천재’ 이시카와 료의 대결이었다. 일본 에이스를 상대로 저격수로 나선 김경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화려한 버디 파티를 펼친 김경태는 8언더파 64타를 쳐, 1언더파 71타에 그친 이시카와 료를 9타 차로 꺾어 한국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배상문도 가타야마 신고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 역전의 꿈을 부풀렸다. 일본은 간판스타인 이시카와의 패배에 충격을 받았지만, 조직력을 앞세운 팀플레이를 펼치면서 끝까지 우승컵을 지켜냈다.

    한국은 김형성과 김대현, 김비오, 김도훈, 이승호가 일본의 베테랑을 상대로 쉽게 무릎을 꿇은 게 뼈아팠다. 특히 장타 대결로 관심을 모은 김대현과 소노다 스케의 대결에서 김대현이 패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한일 골프대항전의 성공 뒤에는 현대캐피탈의 열정과 크리에이티브 정신이 원동력이 됐다.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현대캐피탈은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먼저 대회 우승 트로피는 현대캐피탈의 크리에이티브 정신을 그대로 담았다. 브리시티오픈의 크라렛 저그(우승컵의 별칭)나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에는 대회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다. 현대캐피탈은 한일전의 위대성을 담은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기존 골프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트로피 대신 골프 퍼터를 형상화한 ‘챔피언 퍼터’를 선보였다. 플래티넘 도금 처리해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우승 트로피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현대캐피탈다운 면모다.

    현대캐피탈 ‘골프로 한일전 완성’

    선수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국가대항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가지 색상인 빨간색, 파란색을 모티프로 라운드별 다양한 디자인의 골프웨어를 선보였다. 현대캐피탈 특유의 마케팅 센스도 돋보였다. 대회 장소가 제주도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공항에 대회 안내를 위한 홍보물을 세우고, 현지에 홍보차량을 운행해 분위기를 띄웠다. 대회 안내문구를 입힌 대형 윙보디 차량과 리무진, 캠핑카의 차량행렬은 제주 전역을 누비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대회 소식을 접할 수 있게 한 마케팅도 주목받았다. 현대캐피탈은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뿐 아니라 아이온 어플리케이션과 QR코드 등 모바일을 통해 대회 소식을 전하고 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다양한 갤러리 이벤트도 화제가 됐다. 입장권 추첨, 승리팀 맞히기, 벙커샷, 퍼팅 이벤트 등을 통해 총 1억 원의 경품을 쏟아냈다.

    대회 장소로 선정된 해비치골프장은 한일전을 위해 장장 6개월간 개·보수 작업을 전개하는 등 성공적 개최에 심혈을 기울였다. 페어웨이 폭을 좁히고 러프를 기르는 등 국제대회에 걸맞은 코스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대회 3주일 전부터는 내장객을 받지 않는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최상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태풍 ‘곤파스’의 직격탄을 맞았고, 대회 전날에는 시간당 40mm의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코스 일부가 물에 잠긴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폐막한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과 일본은 축구, 야구 등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가대항전을 통해 서로가 수준을 높여왔다. 세계 골프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은 국가대항전을 통해 세계 최고 무대를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대회 역시 미국과 유럽의 라이더컵,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프레지던츠컵에 버금가는 국가대항전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대캐피탈이 후원하는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2012년까지 한국에서 개최되고, 이후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릴 예정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