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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컴퓨터 바이러스 인간 습격 경고등

인체 삽입 의료장치 제어시스템 감염 … 자칫 생명 앗아갈 수도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컴퓨터 바이러스 인간 습격 경고등

컴퓨터 바이러스 인간 습격 경고등

사람 몸에 심은 의료기기가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을 마비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진짜 바이러스처럼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을까. 얼마 전 BBC는 영국 레딩대 마크 개슨 교수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식칩을 자신의 팔에 이식했다고 전했다. 사람 몸에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칩을 삽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슨 교수가 자신의 팔에 넣은 칩은 애완동물 인식표로 사용되는 전자태그(RFID)를 발전시킨 모델이다. 몸에 이식된 칩은 자동문을 열거나 휴대전화를 켜고 끄는 데 사용된다.

개슨 박사는 몸에 심은 칩의 컴퓨터 바이러스도 외부 시스템을 감염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제의 칩은 실제 무선으로 연결된 외부 제어시스템까지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심장질환 환자의 ‘심박조율기’나 청각장애인의 인공달팽이관 성능이 더 좋아지면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람 몸에 심은 의료기기가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몸에 삽입한 의료장치와 인터넷을 연결해 환자를 살피는 원격진료가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무선 인체 네트워크(Wireless Body Area Network·WBAN)’는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은 사람 몸 안팎의 장치를 이어주는 신개념 통신기술로, 몸속과 몸 주변 3m 이내의 장치 간에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2008년 7월 미국 워싱턴대와 매사추세츠대,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인체에 심은 인공심장과 심박조율기가 확산된 만큼 개인정보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펴내는 학술지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에 발표했다.

원격진료 ‘무선 인체 네트워크’

인공심장과 심박조율기는 보통 배터리와 펄스 생성기, 심장 전극,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로 이뤄진다. 논문에 따르면 인공심장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선신호를 통해 초당 50킬로비트(kbits)의 정보를 8~10cm 떨어진 곳까지만 전송하던 수준에서 최근에는 250kbits를 2~5m까지 전송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인공심장에서 나온 무선신호는 집 안에 설치된 인터넷 단말기를 통해 담당 의사의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인터넷과 서버의 취약점을 노린 해커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기와 서버는 언제든 해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IEEE에 따르면 WBAN을 이용한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 40개가 공식적으로 제안돼 있다. 과학자들은 WBAN을 통해 혈당이나 심전도를 측정하고, 몸 안에 넣은 의료장치를 작동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심박조율기는 물론 인공시신경, 캡슐형 내시경, 혈당센서, 약물전달 캡슐, 인공심장, 인슐린 펌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인체 삽입형 의료장치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2006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이 6년 동안의 연구 끝에 국내 처음으로 캡슐형 내시경 ‘미로(Miro)’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인간 습격 경고등

심장 속 심박조율기(왼쪽)와 국내 최초의 캡슐형 내시경 ‘미로(Miro)’.

인체 통신 보급되면 해킹 위험 커져

검진 대상자는 알약 크기(지름 11mm, 길이 23mm)인 이 장치를 삼키기만 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미로는 인체 안의 소화기관에서 8∼11시간 작동하며 10만 화소의 영상을 초당 1.4∼2.8장 촬영, 허리에 차고 있는 수신 장치로 전송한다. 캡슐을 삼킨 뒤 평상시와 다름없이 활동하다 수신 장치만 병원에 반납하면 내시경 검사가 끝난다. 현재 연구팀은 원격조종으로 몸 안의 모든 부위를 촬영할 수 있는 캡슐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살아 있는 동물의 혈관 속을 누비며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초소형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박종오 교수팀은 지름 1mm, 길이 5mm의 ‘혈관 로봇’을 개발해 살아 있는 미니 돼지의 혈관에서 작동을 시연했다. 이 로봇은 관상동맥과 대정맥, 대동맥 등 굵은 혈관 속을 움직여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며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로봇이 분당 1200~1800회 회전해 드릴처럼 혈전에 구멍을 내서 피를 통하게 한다. 로봇을 움직이는 동력은 외부 자기장으로, X선으로 혈관 내부의 로봇을 보면서 조종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체에 삽입된 의료 장치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편의성뿐 아니라 위험도 커졌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의료 장치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처럼 컴퓨터 바이러스와 보안 문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개슨 박사는 “상당수 환자가 몸에 삽입한 인공심장과 인공달팽이관을 자기 몸의 일부로 간주한다”며 “만일 이들 장치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릴 경우 자신이 감염됐다고 여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인간 습격 경고등
과학자들은 곧 이식기술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식을 잃은 경우에도 생체신호를 포착해 위급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의료용 팔찌가 이미 보급됐다. 25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인공심폐 장치를 몸에 넣고 생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독일 슈타인바이스트랜스퍼 정보윤리연구소 라파엘 카푸로 교수는 “만일 누군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공이식 장치에 접속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 몸속의 인공장기를 해킹해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미국립보건원(NIH)은 몸에 심는 의료 장치의 안전성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현재 마련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의료장치의 안전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고, 현재 관련 업계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0.07.05 744호 (p74~75)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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