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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성전환자 끝까지 울리는 ‘성기 성형’

‘외형 성기’ 갖춰야 호적 정정 가능 … ‘고비용 부작용’ 때문에 극소수만 수술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성전환자 끝까지 울리는 ‘성기 성형’

성전환자 끝까지 울리는 ‘성기 성형’

2007년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등 사무처리 지침’을 만든 뒤 성별정정 허가신청이 늘고 있다.

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B씨는 고심 끝에 2009년 태국의 병원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여성으로서의 외부 생식기를 만들고 나서는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도 수월해졌고 행복지수도 높아졌다. 남성로서의 정체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B씨는 몽정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그런 B씨가 올해 서울가정법원에 자신의 성을 바꿔달라는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했고, 법원은 B씨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였다.

생식능력이 없는 성전환자라면?

5월 10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관련 사건이 처음 접수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성별정정 허가신청은 모두 52건으로, 현재 계류 중이거나 취하된 2건을 제외한 50건의 84%(42건)가 허가 결정을 받았다. B씨처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정정 허가가 난 경우는 31건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정정 허가가 난 경우(11건)의 3배에 달했다. 최근 들어 허가신청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2008년 10건에 이어 2009년 14건이 접수됐고, 올해만 벌써 4건이 접수됐다.(한편 대법원에서는 성전환자의 인권 등을 고려해 성별정정 허가신청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전국 통계는 파악할 수 없다.)

성별정정 허가신청이 느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04스42) 이후 관련 예규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청주지법에서 1989년 7월 5일 진행된 최초의 성별정정 허가결정(89호파 299결정) 후에는 성별정정 결정이 드물지만 꾸준히 나오긴 했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법원에 제출할 서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을 뿐 아니라, 판사의 성향에 따라 결정 여부가 정해지므로 성별정정 허가신청자는 자신의 운명을 그야말로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2006년 결정에서 “정신적·사회적 측면에서의 성이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는지는 출생 당시엔 쉽사리 알 수 없다가 성장하면서 인식하는 성귀속감과 수행하는 성역할이 생물학적 성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면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허가하고, 이 결정을 바탕으로 2007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등 사무처리 지침’을 만들었다.



성별정정 허가기준을 보면 만 20세 이상의 행위능력자로 혼인한 사실은 물론 자녀가 없고, 성장기부터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고통받은 사정이 인정돼야 하고, 성전환수술의 결과로 생식능력을 상실해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없거나 희박하다고 인정되고, 신청인이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로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신청자는 제출서류(자료1 참조)를 준비한 뒤 판사와 10여 분간 대면만으로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과거에 비해 절차가 훨씬 간단해서 그만큼 신청자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허가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성기 성형’이다.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하려면 현재 ‘성전환수술을 받아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전환수술의 ‘고비용’과 ‘부작용’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

“MTF(Male to Female·남성에서 여성으로)는 수술 후유증이 적고 비용도 3000만 원 정도지만 FTM(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은 피부 이식을 통해 성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살이 괴사할 수도 있어 재수술하거나 의료사고를 겪으면서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가정법원 결정에서 MTF가 FTM의 3배에 이른 것은 그만큼 MTF가 비용과 부작용이 적기 때문일 겁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와 단절돼 극빈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수억 원의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제가 아는 한 40대 FTM은 부작용 때문에 수술비로만 2억 원을 넘게 쓰더군요.” _ 최현숙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위원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하며 성기를 만들려면 5000만 원 이상이 들고 수술도 위험합니다. 또한 외형 성기를 만들었다고 성적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세히 보면 누구나 외관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성별정정 신청을 위해 누구나 성전환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강제조항일 뿐입니다.” _ 노회찬 전 국회의원

게다가 이들은 수술 뒤 부작용이 생겨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다. 성전환자 인권연대 ‘지렁이’의 활동가 크레아틴에 따르면 성전환자에게 의료사고가 벌어질 경우, 병원 측에서는 성전환자가 법률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치욕적인 말을 하거나 후속 조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재수술을 요구할 때 의료진을 바꿔주지 않아 환자로 하여금 생사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일이 많다. FTM은 음경을 성인 남성에 준하는 크기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요도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감염증이 발생해 다시 떼어버리는 재수술을 하는 비율이 높다.

다양한 성 존재 인정해야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이미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성호르몬을 투여받고, 성선 제거 등으로 성전환을 위한 의료조치를 한 사람에게 외부성기 성형수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FTM의 경우, 성기수술이 최소 12시간 소요되는 대수술이고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며 회복기간도 몇 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고 비용 또한 2000만~1억 원이나 드는데, 이렇게 되면 경제적 부담과 나이나 건강에 따른 수술 위험성 등의 이유로 수술하기 어려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애초 봉쇄되고 만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회찬 전 의원이 17대 국회에서 대표발의를 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된 ‘성전환자 성별 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례법’ 또한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2명에게 생식능력이 없는 성전환자임을 인정받은 경우 ‘성기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가정법원의 확인재판을 거쳐 성별변경과 개명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성별정정을 하는 데 성전환수술을 요건으로 두지 않는 나라로는 덴마크와 핀란드가 있다. 서울가정법원의 성별정정 허가결정을 전담하는 김대휘 서울가정법원장 또한 “성기 성형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신청인에게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생기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의 진단만으로도 성별정정을 하는 전향적인 나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는 성전환자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06년 당시 대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전환’된 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최소 2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 동시에 “성변경을 구하는 호적정정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먼저 외과적인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요건과 절차 등이 불명확한 경우 당사자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나 사회적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호적정정 신청을 하는 데 성전환수술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해석할 뿐, 외형 성기수술의 이전 단계에서 성전환이 가능하다고 언급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않는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인 성은 순수한 남자와 순수한 여자의 단순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고 그 사이에는 다양한 성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이 발생학의 정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5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MTF, 10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FTM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성별정정 허가신청자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


1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및 주민등록표등본)

2 성전환증 환자임을 진단한 2명 이상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3 신청인이 성전환수술을 받아 현재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4 신청인에게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이나 감정서

5 신청인의 성장환경진술서 및 2명 이상 인우인의 보증서

6 부모의 동의서




주간동아 2010.07.05 744호 (p52~53)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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