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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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선도 신산업 창출 믿고 지켜봐달라”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출범 … 민관 합작 기대 속 반쪽짜리 우려도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6-21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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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안 하면 안 될까요?”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이하 전략기획단) 이동근 전문위원은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다. 황창규 단장 등 다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현재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업무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데 괜히 언론에 노출돼 입방아에 오를까 두렵다”는 게 이유였다. 한 해 4조4000억 원의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 R&D(research&develop·연구개발) 예산을 총괄하며 지경부 산하 R&D 전반을 맡게 된 만큼, 최대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R&D 사업자금은 눈먼 돈’ 대수술 시작?

    6월 1일 전략기획단이 출범했다. 전략기획단은 민관 합동으로 운영하는데 최경환 지경부 장관과 최고경영자(CEO) 출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기획단은 △미래산업 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신산업 창출을 위한 투자 방향 및 R&D 포트폴리오를 결정하고 △미래 선도산업을 선정하는 등 R·D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한다.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 도약, 10대 선도기술 발굴, 100개 세계 1위 사업 육성이 목표다.

    그간 국가 R&D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논문 수 세계 12위, 특허 4위로 큰 성과를 보였고 정부 R&D 예산이 1999년 3조7000억 원에서 2009년 13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중국이 점유율 1위 품목을 2000년 698개에서 2007년 1128개로 늘리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국가 R&D 사업자금 관련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R&D 사업자금은 눈먼 돈”이란 말까지 돌며 “R&D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그간 국가 R&D 분야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동일 업종에 중복 지원되는 등 비효율 적인 면이 많았다. 특히 개발 지원 분야가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2009년 추진한 92개 사업의 세부과제만 4000개가 넘었다. 그러다 보니 과제당 투자액이 3억 원 안팎이라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을 발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009년 지경부로부터 용역을 받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는 현행 R&D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상설위원회 위주라 사업관리 책임이 분산돼 과제전략을 기획하기가 어렵고, 개발자 선정 때 경쟁이 없고 평가 시 온정주의가 만연하다는 것. 실제 지경부에 따르면 사업자가 중장기 R&D로 뽑혀 지원받기까지 평균 경쟁률은 1.27대 1에 불과했다.

    게다가 2004년부터 4년간 최종평가대상 과제 4041건 중 성과 실적이 ‘실패’로 판정받은 과제는 2.1%(83건)뿐이었다. 지경부 정동희 산업기술개발과장은 “정부 과제의 80~90%가 ‘성공’으로 마무리되는데, 미국의 경우 과제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하다. 국내 연구역량이 뛰어난 게 아니라 그만큼 도전적인 대형 과제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이 지난 3월 “그동안의 R&D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도 안 내리고 경쟁 없이 끝까지 가는 것과 같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에만 참여 지경부 꼭두각시 되나

    이번에 출범한 전략기획단은 국가 R&D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는 점이 특징이다.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정하고 전략을 짜는 것은 전략기획단의 역할이고, 그걸 집행·관리하는 일은 정부나 R&D 지원기관들의 몫이다.

    국가 R&D 사업 결정에 민간이 개입하는 점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교과부 관련 R&D에 다수 참여했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 자문위원인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참여해 다양한 시각이 모이고, 각자 경험을 살려 실생활에 더욱 적합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일이라도 언론, 철학, 인문학자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략기획단이 기획에만 참여하고 집행·관리는 정부가 맡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전략기획단은 지경부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략기술경영연구원 장동훈 원장은 “미래 R&D 청사진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R&D 전담기관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한 ‘실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R&D 비용이 투입됐는데도 기술 인프라 순위가 세계 14위로 떨어진 것은 기획과 실행 시스템의 연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는데 굳이 전략기획단이 필요한가라는 회의적 견해도 있다. 특히 과학기술계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자문기구인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 민간위원회’와 전략기획단의 업무가 겹쳐 힘겨루기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 때문에 ‘고래 싸움’에 정부 산하조직, 자문조직, 용역업체 등 ‘새우 등’이 터지지나 않을까 하는 것. 이를 두고 민 교수는 “국가 R&D를 관장하는 컨트롤 파워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다 보니 그간 현판만 달고 성과 없이 사라졌던 수많은 위원회 중 하나가 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전략기획단은 “한번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한다. 6월 1일 공식적인 첫 회의를 통해 전략기획단은 “현재 75% 수준인 순수 기술개발 분야를 2014년 60% 수준으로 낮추고, 현재 7%에 머물러 있는 국제협력·사업화·표준화 분야를 2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단순 기술개발에 경도된 현재의 R&D 관행을 개선해 사업화를 염두에 둔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차세대 먹을거리는?

    단기 성과에 급급, 투자는 생각뿐


    “중소기업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에 급급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인력과 여유가 없어요.”

    너도나도 새로운 먹을거리 시장에 뛰어드는 시점, ‘거대 고래 사이에 낀 새우’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어떨까. 중소기업청이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예산은 5607억 원. 지난해보다 15% 증액됐지만 국가 R&D 전체 예산 13조6000억 원의 4% 수준이다.

    울산공업단지 온산공단 내 폐기물 처리 관련 중소기업 (주)유성의 이재정 연구소장은 “폐기물 처리는 사양사업이라 필히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만 동종업계, 업체들 보면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자 자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200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R&D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자금문제(34.9%), 판로 부족(24.6%), 인력 부족(9.7%) 순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한 중소기업도 R&D 쪽 인력을 10명 이상 운용하는 곳은 드물다. 그럴 인재가 없을뿐더러 인건비 부담도 너무 크기 때문”고 밝혔다. 게다가 “정부 지원이 수도권 위주로 운영돼, 지방 소재 중소기업은 예산을 받고 싶어도 어떻게 받는지 몰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자금의 여유가 없다 보니 R&D를 목적으로 받은 예산을 횡령하기도 한다. 5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R&D에 쓰라며 지원받은 예산을 지원 목적과 관계없이 쓴 중소기업 11개 업체 대표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단속된 한 무선통신 부품개발업체 대표는 허위영수증을 발행해 생긴 차익 20억 원을 인건비나 회사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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