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2010.06.21

마약 수렁에 빠진 북한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6-21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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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잠시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국내 탈북자단체의 한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중국 내 북한 인접지역에서 만난 다수의 북한 사람들에게서 전해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사회엔 요즘 마약에 중독돼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인 남성은 물론 10대 남녀 학생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습적으로 마약을 일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마약제조창 밀집지역으로 알려진 함경남도 함흥을 중심으로 함경북도 회령·청진, 평안남도 평양, 황해도 사리원 등 북한 전 지역에 확산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요즘 북한에 만연한 마약은 페닐아세톤이나 페닐초산, 염산에페드린, 싸이나 등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든 것으로 원료의 공급지는 중국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북한에서 제조된 마약은 다시 중국으로 밀반출돼 판매됐으나, 중국에서 적발 시 총살형에 처하는 등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판로가 막히자 결국 이 마약이 북한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약을 ‘얼음’ 또는 ‘현대약’이라 하고, 형태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답니다. 납작한 모양은 ‘판사’, 콩알 크기는 ‘총석’, 손가락 두께의 크기는 ‘막돌’이라고 부른답니다. 신종 은어도 생겼습니다. 마약을 찾을 때는 ‘한코’ 또는 ‘한방’을 달라고 한답니다. 북한 내부에 이처럼 마약이 만연한 이유는 힘들고 고단한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랍니다. 마약이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점도 문제랍니다.

    마약 수렁에 빠진 북한
    북한에는 체내 마약성분 검출장비가 없어 실질적인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설사 현장을 적발해도 당 고위간부와 지역 유지가 상당수 연루돼 있어 이를 공개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랍니다. 이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북한은 지금 마약통제 불능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제2의 천안함 사건은 없어야 할 텐데, 저러다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정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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