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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첫 독주회 ‘이지 클래식’ 여는 피아니스트 권순훤

“클래식 대중화 파격 시도 동생 ‘보아’ 못지않죠”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첫 독주회 ‘이지 클래식’ 여는 피아니스트 권순훤

첫 독주회 ‘이지 클래식’ 여는 피아니스트 권순훤
오스트리아 작곡가 ‘체르니(Czerny)’의 곡은 피아노 배우기를 시도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듣고 쳐봤을 것이다. 체르니 100번, 30번, 40번은 교습 교재로 유명하다. 피아노 학원에서 늘 울려 퍼지는 곡이지만, 연주회에서는 외면을 받는다. 녹음은 더더욱 시도하는 이가 없다. 연습곡 위주라 전공자가 다루기엔 특색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 일을 피아니스트 권순훤(30) 씨가 했다. 체르니 100번과 30번, 소나티네(규모가 작은 소나타를 일컫는 말)를 연주해 음원으로 남긴 것.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이 제대로 연주된 체르니 곡을 들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이 많이 다운받는다고 한다.

권씨의 음악활동은 늘 대중을 겨냥한다. 대중이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선사하는 것. 5월 29일 오후 5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여는 첫 독주회 ‘이지 클래식’도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자리다.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곡들로 레퍼토리를 짰어요. 그 자리에서 곡에 얽힌 사연도 소개할 계획이에요. 예를 들어, 쇼팽의 왈츠 7번은 춤곡인데 발랄하지 않고 서글퍼요. 쇼팽이 병으로 죽기 2년 전에 썼거든요. 신체적, 정신적 아픔이 곡에 스며든 거죠. 이렇게 곡마다 해설을 덧붙인다면 다들 흥미롭게 감상하지 않을까요? 또 보통 독주회에선 피아노 사운드밖에 들을 수 없지만, 저는 몇몇 곡에 제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한 엠알(MR·반주)을 깔아 더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자 해요. 대중가수의 공연을 벤치마킹한 거죠.(웃음)”

클래식 음원 시장 개척 남다른 노력



권씨는 가수 보아의 친오빠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다재다능한 음악인이다.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피아노 연주와 클래식 음원 제작, 대학 출강, 중학교 음악 교과서 삽입 음반 제작, 피아노 교재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 권씨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클래식 음원 제작이다.

“유명한 클래식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이를 음원으로 제작, 온라인상에서 발매하는 일이에요. 지금까지 개인 음반만 20장 냈어요. 이는 디지털 음반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오프라인에서는 국제 콩쿠르에서 아주 좋은 성적으로 입상해도 음반 하나 내기가 어렵거든요. 하지만 저는 ‘왜 오프라인 음반으로만 발매해야 하나. 온라인 음원으로 제작해 배포하면 어떨까’ 싶었죠. 제작비도 적고, 배포 비용은 전혀 들지 않으니까요.”

그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음원을 제작할 스튜디오를 물색했고, 2007년 11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디지털 음반을 냈다. 당시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 대학원 과정에 지원해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클래식계에선 미개척 분야인 온라인 음원 제작에 뛰어들기 위해 포기했다. 처음엔 고전했다. 클래식 음원을 다운받는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 하지만 꾸준히 음반을 냈더니 어느 순간 다운로드 수가 급상승했다. 지금은 한 달에 1만~3만 건 다운로드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음반뿐 아니라 다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음반도 제작 중이다. 그가 가르치는 계명대 학생들의 프로젝트 음반도 만들었다.

“처음엔 엄청 암울했는데, 이제는 먹고살 정도는 팔려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음원이 340곡 정도 됩니다. 디지털 음반은 꾸준히 낼 계획이에요. 8월쯤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아코디언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첫 오프라인 음반도 내려고 합니다.”

첫 독주회 ‘이지 클래식’ 여는 피아니스트 권순훤
권씨는 삼남매 중 첫째다. 한 살 어린 남동생 순욱 씨는 현재 뮤직비디오 감독이고, 막내 여동생이 가수 보아다. 권씨는 동생과 함께 자신의 연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탱고 음악 ‘간발의 차이로’와 포레의 ‘시칠리아노’를 담은 이 영상은 연주 장면만 담은 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하나의 스토리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는 “가족이라는 특수 관계를 활용한 ‘품앗이’ 작업이었다”며 웃었다. 이렇게 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삼남매의 어릴 적 모습은 어땠을까. 권씨는 “TV에서 댄스곡이 나오면 항상 삼남매가 삼각편대로 서서 춤을 췄다”고 말했다.

함께 춤추던 끼 많던 삼남매

“이현도의 ‘사자후’가 나오면 삼남매가 ‘와’ 소리를 지르며 TV 앞으로 달려왔어요. 그리고 춤을 따라 췄죠. 삼각형 맨 앞엔 늘 보아가 섰어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도 오빠들 못지않은 춤 솜씨를 뽐냈죠. 사실 남동생이 춤을 정말 잘 춰요. 비보이로 활동했는데, 고등학생 때 각종 대회와 행사를 다니며 1년에 2000만 원을 벌 정도였어요. 남동생이 대회 때마다 보아를 데리고 다녔는데, 나이 어린 보아가 무대에서 멋진 춤을 보여주자 기획사 사무실에서 명함을 건넸어요. 그렇게 데뷔한 것이 ‘오디션 본 오빠 대신 뽑혔다’는 소문으로 와전되기도 했죠.(웃음)”

권씨는 어렸을 적 별다른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피아노를 전공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중학교 3학년 때. 그전까지는 대중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춤추길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부모님은 자식들이 좋아한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공부를 꽤 잘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피아노를 전공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황당하셨겠죠. 그래도 ‘네가 하고 싶으면 해라’고 하셨어요. 남동생이 춤추는 것도 다 이해하셨고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안방에서 저희를 위해 기도하시는 동안 저는 피아노를 치고, 남동생은 춤을 추고, 여동생은 노래를 불렀어요. 이게 어릴 적 저희 집 풍경이었죠.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 만큼 책임도 스스로 지라는 게 부모님의 교육철학이었어요.”

그는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대학 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냈을 정도로 ‘거칠게’ 살았다고 한다.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는 건 기본, ‘권 선생’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피아노 레슨도 많이 했다. 군대도 대학원을 마친 뒤 현역 운전병으로 다녀왔다. 힘들었지만 음악 하는 친구 외에 다양한 사람과 어울렸던 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그는 ‘유쾌한 순훤 씨’였다. 스스로 순정만화보다 명랑만화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해 귀여운 아들까지 둔 그는 아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팔불출’ 아빠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냐”고 묻자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대중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며, 어떤 장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음원으로 남겨,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고요. 즐거운 클래식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주간동아 2010.05.24 738호 (p64~6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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