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4

2010.05.04

플뤼겔호른 선율에 춤추는 봄날

척 맨지오니 5번째 내한공연

  • 정일서 KBS 라디오 PD freebird@kbs.co.kr

    입력2010-04-26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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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뤼겔호른 선율에 춤추는 봄날

    풀뤼겔호른이란 생소한 악기의 위상을 세운 척 맨지오니가 내한한다.

    플뤼겔호른은 접하기 쉽지 않은 악기다. 재즈에서 솔로 악기로 가장 주목받는 관악기를 들라면 누구나 색소폰과 트럼펫을 꼽고, 굳이 하나 더 찾으라면 에커 빌크나 시드니 베쳇 등의 명인이 존재하는 클라리넷 정도를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플뤼겔호른은 만만치 않은 위상을 가진 악기다. 척 맨지오니가 등장하기 전까지 트럼펫과 트럼본 사이에 자리하는 생소한 악기였을 뿐이지만 그가 등장해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맨지오니는 1940년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에서 태어났는데, 음악에 조예가 깊고 재즈를 좋아했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재즈를 접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재즈클럽에 자주 데리고 가고, 때로는 이름 있는 재즈 뮤지션을 집에 초대했다. 그중 한 명인 재즈 트럼펫의 거장 디지 길레스피를 만나 트럼펫 선물을 받은 맨지오니는 ‘재즈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재즈 수업을 받은 맨지오니는 25세 되던 해인 1965년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길에 들어섰다. 명그룹 ‘아트 블레이키 · 더 재즈 메신저스’를 비롯해 ‘아웃사이더스’ 등 여러 밴드를 거치며 경력을 쌓아나간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1977년 불후의 명곡 ‘Feels so good’을 발표하면서였다. 10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의 연주곡이었는데도 이 곡은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1978년 나온 아버지에 대한 헌정 앨범 ‘70 Miles Young’에는 돈 포터의 보컬 버전이 새롭게 실리기도 했다. 이 밖에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영화 ‘산체스의 아이들(Children of Sanchez)’의 테마 음악과 같은 앨범에 수록된 러닝타임 17분의 대곡 ‘Consuelo’s love theme’, 그리고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라디오 프로그램 ‘황인용의 영팝스’ 시그널 음악이었던 ‘Give it all you got’도 빼놓을 수 없는 히트곡이다.

    플뤼겔호른의 마술사 맨지오니가 5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2000년 첫 한국 공연 이후 벌써 다섯 번째 나들이다. LA 재즈 트리오의 멤버로 2007년에 함께 공연했던 코리 알렌, 데이브 툴 등이 활동하는 6인조 밴드가 이번 공연도 같이 한다. 어느덧 70줄에 들어선 노신사가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탈리아풍 중절모를 눌러쓰고 분신인 플뤼겔호른과 함께 그려낼 5월, 봄날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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