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2

2010.04.20

생장어 셀프 구이?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장어구이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4-14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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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장어 셀프 구이? 차라리 안 먹고 말지

    ① 말끔하게 손질한 장어. 이처럼 핏물 없이 뼈와 내장을 갈라야 한다. ② 장어는 주방에서 애벌구이를 해야 한다. 손님에게 이 일을 시키는 것은 초밥을 직접 만들어 먹으라는 것과 같다.

    뱀장어(민물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살다가 태평양 심해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어미가 살던 민물로 헤엄쳐 와 산다. 우리가 먹는 뱀장어는 대부분 양식으로, 어린 실뱀장어일 때 바다에서 잡아 민물에서 키운 것이다. 0.2g 정도의 실뱀장어를 8개월간 키워 250g에 이를 때 먹는다.

    뱀장어는 풍천장어가 유명하다. 전북 고창 선운사 앞 고랑을 풍천(風川)이라 부르는데,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이 이 고랑으로 밀려들어 오면서 거센 바람까지 몰고 와 이런 이름이 붙었다. 풍천장어가 유명해진 것은 이 풍천에서 잡히는 자연산 장어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장어집은 거의 ‘풍천장어’를 간판에 다는데, 자연산이 아니면 이 간판이 별 의미가 없다. 선운사 근처에 장어 양식장이 많아 전국에 장어를 공급하는 기지 노릇을 하지만, 양식 방법이며 사료 등에서 타 지역과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 이 지역에서 나오는 ‘갯벌풍천장어’는 눈여겨볼 만하다. 갯벌풍천장어는 자연산 풍천장어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민물장어를 바닷물에 몇 개월간 자연상태로 둔다.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풍천의 자연환경을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다. 그동안 사료를 먹어 ‘비만’해진 장어들은 더 이상 사료를 먹지 않은 탓에 6개월만 지나도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들지만 살은 더욱 탄탄해진다. 이렇게 축양한 장어는 고창 일대의 몇몇 장어집에서 ‘갯벌풍천장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 일반 장어보다 비싸다.

    장어를 손질할 때는 칼이 장어의 뼈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해 핏줄이 터지면 장어 살에 핏물이 밸 뿐 아니라 잡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핏물이 살에 배면 대책이 없다. 핏물 괸 장어를 물에 씻어 굽다 보면 불판에 들러붙기 일쑤다.

    장어를 구울 때도 유의해야 한다. 잡자마자 구우면 조직이 딱딱해지고 기름 맛이 겉돌지만, 서너 시간 기다린 뒤 구우면 살과 껍질이 분리되지 않고 숙성된 맛이 난다. 뱀장어는 기름이 많아 숯불에 바로 구우면, 기름이 숯불 위로 떨어지면서 연기를 피운다. 물론 이 연기가 훈연 향을 더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연기가 과다해 맛을 상하게 한다. 이 같은 기름 타는 냄새를 피하려면 애벌구이를 잘해야 한다. 복사열이 강한 스토브로 기름을 충분히 제거하는 애벌구이를 한 뒤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장어 셀프 구이?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숯불은 한숨을 죽인 숯불이어야 한다. 벌겋게 살아 있는 숯불은 장어를 너무 익혀 살을 뻣뻣하게 만든다. 장어집에서 까맣게 장어를 태우는 손님을 볼 때면 나도 속이 까맣게 탄다. 이 맛난 장어를 왜 그리 무신경하게 태워서 먹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말리지 않는 장어집 주인에게도 문제가 있다. 장어집 주인들의 행태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은 생장어를 그대로 내주면서 ‘셀프’로 구워 먹으라고 하는 경우다. 장어 굽는 법을 잘 아는 손님이 드물 뿐 아니라, 있다고 해도 내놓는 불이 장어를 맛있게 구울 수 있는 조건에 미치지 않아 엉망이 된 장어를 먹는 이가 많다.

    장어는 클수록 살이 탄탄해 씹는 맛이 있지만, 지나치게 큰 것은 질긴 경우가 있다. 1kg에 2~3마리 크기가 가장 맛이 좋다. 수도권에서 장어구이 잘하는 집으로는 경기 고양시 일산 홀트복지관 앞 ‘장어 장가가는 날’(031-924-8802)과 서울 청담동의 강변민물장어(02-542-7930)를 들 수 있겠다. ‘장어 장가가는 날’의 장어 다루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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