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2010.03.16

“섬세한 한국인 손으로 우승 쓸 겁니다”

2014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의성여고 컬링부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3-11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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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한국인 손으로 우승 쓸 겁니다”
    1월1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0 아시아·태평양 주니어 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 한국팀의 상대는 컬링 강국 중국으로, 마지막 10엔드를 앞두고 점수는 3대 3이었다. 중국 선수들이 스톤(평면으로 된 돌)을 던진 뒤 빠르게 브룸(빗자루 모양의 기구)을 쓸어 한국팀의 스톤을 하우스(표적) 밖으로 쳐냈다. 한국의 1점 차 패배. 접전 끝에 패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울지 않았다. 세계 정상이 멀지 않았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컬링은 얼음 위에서 스톤을 미끄러뜨린 뒤 브룸으로 길을 닦아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해 하우스 안에 넣는 경기로, 각 팀 선수 4명씩 경기장에 들어간다. 컬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주니어 국가대표팀은 모두 경북 의성여고 컬링부 재학생과 졸업생. 오은진 김경애 김선영 선수는 재학생이고, 김은정 김영미 선수는 졸업생이다.

    이들은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경북팀으로 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의성여고 컬링부 김경석(45) 감독은 “컬링은 개개인의 기술보다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발전을 거쳐 우승한 팀이 국가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2006년 경북과 경북 컬링협회, 의성군이 힘을 모아 국내 최초로 의성에 국제 규모의 의성컬링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지도하에 의성여고에 컬링부가 생겼다. 컬링센터가 학교들과 가깝다 보니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컬링 재미에 빠진 학생들이 컬링부에 들어왔다.

    “의성은 컬링 메카예요. 사랑방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죠. 인구 6만명의 농촌이지만 120명 정도의 학생이 컬링센터에서 선수나 동호인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주변 학교의 학생 모두가 체육시간을 이용해 컬링센터에서 컬링을 배우기도 해요. 선수 수준은 안 돼도 즐길 정도는 되죠. 이런 인프라가 의성여고 컬링의 바탕입니다.”



    김 감독은 이런 의성여고 컬링부의 힘은 끈끈한 팀워크에서도 나온다고 믿는다. 좁은 시골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다 보니 팀원이 뭘 원하는지 눈빛만 봐도 안다.

    “영미 선수와 경애 선수는 자매라 더 말할 것도 없어요. 마음이 잘 맞으니 조직력을 중시하는 컬링의 매력에 쏙 빠져 즐기면서 경기를 하죠. 여기에 우리 민족 특유의 손끝 섬세함이 더해지면서 힘이 발휘되는 겁니다.”

    “섬세한 한국인 손으로 우승 쓸 겁니다”
    그들의 눈은 이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의성여고 연습장인 의성컬링센터에 걸려 있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귀를 바라보며, 그들은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컬링은 경험이 중요해요. 컬링 강국의 선수들은 40세 전후에 전성기를 맞고 중국 선수들은 20대 후반이죠. 지금 보여준 실력에 4년간 착실히 경험을 쌓는다면 소치 동계올림픽부터는 컬링 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예요. 선수들이 비인기종목이라는 시선도 신경 안 쓸 만큼 컬링 자체에 빠져 있는 것도 큰 힘이 되고요.”

    김 감독의 말에 김경애 선수가 희망을 덧붙였다.

    “주니어 대회 때 정말 떨렸어요.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거든요. 직접 겨뤄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생겼으니까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시험기간에 컬링 연습을 못하면, 아쉬운 마음에 복도에 물을 뿌려놓고 바가지와 밀대를 가지고 연습했어요. 4년 뒤 저희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김경애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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