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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빙판 녹인 화끈한 한국을”

동계올림픽 한·중·일 성적 별곡 … 신중한 추격자 중국, 투지가 실종된 일본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봤지, 빙판 녹인 화끈한 한국을”

“봤지, 빙판 녹인 화끈한 한국을”
한국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에 통쾌한 어퍼컷을 날렸다. 일본은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더구나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게 엄청난 점수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아시아의 겨울스포츠 최강국이다. 1972년 삿포로와 98년 나가노 등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을 열었다. 삿포로 동계올림픽 때는 스키점프에서 가사야 유키오가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시미즈 히로야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모태범보다 무려 12년이나 앞섰다.

그뿐이랴. 일본은 나가노대회에서 남자 스키점프 2개,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1개의 금맥을 캤다. 한국이 아직까지 넘보지 못하는 설상 종목에서도 일찌감치 금을 따낸 것이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아라카와 시즈카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보다 4년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것이 이 대회 유일한 메달이었다. 단 하나의 은, 동메달도 없었다.

에너지 철철 열정의 태극전사들

일본은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이후 단 1개의 금메달밖에 따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린 나가노대회 이후 3개 동계올림픽에서 금 1개, 은 4개, 동 3개밖에 따내지 못한 것. 밴쿠버 동계올림픽 1개 대회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이 따낸 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일본이 갈수록 내성적이 돼가고 있다. 에너지가 바닥난 자동차 같은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활력이 없다. 밴쿠버대회에 나온 일본 선수들도 뭔가 해보겠다는 악착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금메달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투지보다 동메달이라도 괜찮다는 의식이 강한 듯했다. 체념이랄까. 소시민 의식이랄까. 개인주의랄까.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말한다. “일본은 품격도 역량도 없다. 현재 상태라면 아시아 맹주는 어림도 없다. 일본경제가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체질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미래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도전의식이 사라졌다. 창의력도 죽어간다. 일본 사회를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한 자녀 가정과 독신자 가구가 늘면서 국가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봤지, 빙판 녹인 화끈한 한국을”
일본 축구는 재미있지만 골을 잘 넣지 못한다. 아기자기한 패스는 잘하지만 결정적일 때 끊긴다.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진다. 투지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무슨 운동이든 미친 선수가 한두 명은 있어야 이긴다. 일본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독일에 겨우 0.02초 뒤진 것이 좋은 예다. 다 잡은 금메달을 마지막 200m에서 따라잡히며 허무하게 내줬다. 아사다 마오가 평범한 점프를 연거푸 실수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소치대회에선 누가 웃을까

한국 축구는 거칠다. 투박하다. 패스가 일본만큼 정밀하지 못하다. 짧은 것보다는 긴 패스가 많다. 한 방에 내지르는 슛도 적지 않다. 중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불탄다. 중간이야 어찌 됐든 골문으로 향하는 열정만은 알아줘야 한다. 선수들은 모두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 같다. 공격 성향이 강하다.

중국 축구는 두텁다. 수비를 탄탄하게 하면서 역습을 즐긴다. 함부로 서두르거나 덤비지 않는다. 하지만 틈이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가 비수를 날린다. 무섭다. 2월10일 한국 축구는 중국을 얕보고 덤비다가 0대 3으로 참패했다. 공격에만 신경 쓰다 수비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중국은 뭐든 호흡이 길다. 멀리 내다보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

중국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대회부터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금 2개, 은 4개, 동 5개를 따내며 13위에 오르더니, 이번엔 7위까지 뛰어올랐다. 2006년 토리노대회까지 금메달 4개밖에 따내지 못했지만, 이번 밴쿠버대회에서는 금메달만 5개를 따냈다. 한국의 텃밭이던 여자 쇼트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도 선쉐와 자오훙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쩌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중국이 5위 안에 들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은 피가 뜨겁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확 엎는다. 저질러버린다. 그렇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그때뿐이다. 중국인은 신중하다. 속이 깊다.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간다. 일본은 리더가 없으면 우왕좌왕한다. 여럿이 모여야 투지가 발휘된다. 계획이 서야 거기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나아간다. 프로그램이 없으면 혼자 안주해버린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한국이 45개(금 23개)로 으뜸이다. 중국은 44개(금 9개), 일본은 37개(금 9개). 일본이 맨 먼저 치고 나갔지만 한국에 금세 따라잡혔다. 중국은 어느새 일본을 가볍게 제치고 저벅저벅 한국 뒤를 쫓고 있다. 중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51개를 따내며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주간동아 2010.03.16 727호 (p68~69)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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