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7

2010.03.16

CF 퀸 신민아 납시오!

그냥 보면 예쁘고, 다시 보면 섹시한 그녀 … 스타가 광고, 광고가 스타 살리는 구조 고착

  • 김홍탁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광고평론가 khongt@hanmail.net

    입력2010-03-10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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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 퀸 신민아 납시오!
    신민아가 돌아왔다. 그러나 연기자가 아닌, 광고모델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녀는 현재 맥심 T.O.P, 비비안, SK텔레콤, LG전자 노트북, 한국타이어, 롯데 면세점, 캘빈클라인 진 등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게다가 광고 속 그의 상대는 비, 장동건, 원빈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남성 톱스타들. ‘피겨 여왕’ 김연아 특수가 아니었다면 더욱 확실하게 ‘광고 여왕’의 자리를 꿰찼을 것이다.

    왜 지금 갑자기 신민아일까. 그가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맥심 T.O.P 광고에서부터다. 원빈의 연인으로 등장한 신민아는 사랑스런 키스신을 선보이며 섹시하고 상큼한 여성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다른 애한테 가르쳐주면 안 돼”라는 말 한마디에 뭇 남성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광고마케팅 전문 포털 애드와플(ADwaple)의 조사에 따르면, 이 광고를 통해 신민아는 ‘키스하고 싶은 여성 1위’에 올랐다.

    꼭 안아주고 싶은 그녀, 운 좋은 그녀

    이후 신민아는 여러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상큼한 신민아의 모습을 누가 외면을 하겠는가 말이다. 신민아는 사실 김태희처럼 인형 같은 이미지의 예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로 하여금 꼭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순수하게 느껴지는 교태미가 바로 그것이다. 비비안 광고의 카피처럼 그는 ‘그냥 보면 예쁘고, 다시 보면 섹시하다’. 그것이 신민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맥심 T.O.P 광고가 뜨자 광고주와 미디어들은 벌떼처럼 신민아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 광고업계가 얼마나 ‘뜨는 모델’에 목말라 있는지를 잘 대변한다. 사실 그동안 국내 광고업계에는 김태희 이후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여성 광고스타가 없었다. 왜 꼭 꼬집어 ‘광고스타’라고 말하는가. 국내 광고의 연예인 모델 의존도는 70%에 가깝다. 달리 말해 한국의 광고 산업은 연예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스타가 있어야 하며, 그렇기에 광고·마케팅 부서와 대중매체는 뜰 기미가 보이는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고 광고모델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다시 말해 한국에는 광고스타가 존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인 계보는 광고스타의 계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 연예계 지존으로 군림해온 고소영, 이영애, 김남주, 김희선, 이나영, 전지현, 김태희, 신민아는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대신 이들은 ‘15초 예술’이라는 TV 광고에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특출한 연기력은 없어도 빅 클로즈업 된 얼굴에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 맬 수 있는 강력한 매력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신민아도 ‘야수와 미녀’ ‘무림여대생’ ‘고고70’ ‘키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이 시점에서 ‘왜 꼭 신민아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소녀시대일수도, 황정음일 수도 있다. 다만 스타급의 그 누군가가 우리 광고계엔 꼭 필요한데, 운 좋게 지금 신민아가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뿐이다.

    스타 연예인을 광고에 활용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1960년대 초반 대한민국 광고 산업 초창기의 광고기법에서 연유된 바 크다. 이미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이루고 자본주의 사회로의 진입에 성공했다. 광고 산업도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과 보조를 맞췄다. 생산된 소비재를 재빨리 팔아치울 효과적인 상업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절실했던 것이다.

    TV 방송국이 개국된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TV 광고가 시작되었다. 초창기 주요 광고품목은 약품과 제과. 이 두 품목의 광고 목적은 어떻게 해서든 브랜드 이름을 널려 알려 사람들로 하여금 약국이나 가게에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유명 연예인을 활용해 제품 이름을 알리는 게 각인 측면에서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형태의 광고기법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내려오면서 유명인을 활용하는 패턴으로 고착된 것이다. 유명인에 대한 이런 선호 때문에 맥 라이언, 드류 배리모어, 기네스 팰트로, 제시카 알바, 리처드 기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 해외의 유명 엔터테이너들까지 한국 광고에 등장했다.

    CF 퀸 신민아 납시오!
    연예인 마케팅, 그림자 효과에 압도될 수도

    한국의 광고주들은 유명인의 후광에 편승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산을 쌓으려는 마케팅에 유난히 집착한다. 이 같은 기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유명인의 후광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유명인만 기억되고 브랜드는 가려지는 오버섀도 이펙트(overshadow effect)에 압도될 수 있다는 것이 위험요소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많은 광고가 유명 연예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은 아이돌 스타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유명 연예인에 대한 활용 형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연예인을 활용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민아의 출현은 국내 광고계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아름답다. 얼굴도, 몸매도. 게다가 안티 팬도 별로 없다. 특히 ‘남성 포유류’들은 청소년이든, 아저씨든, 연세 좀 드신 분이든 모두 신민아에 빠져 있다. 그를 광고스타로 띄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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