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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과로死와 빈곤死 사이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과로死와 빈곤死 사이

저는 내일 저녁에 살사댄스 공연을 한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보는 시점엔 이미 공연이 끝났겠지만요. 공연 팀원들은 모두 ‘아마추어’랍니다. 제 파트너는 외국계 기업 마케팅 팀장이고요. 로스쿨 학생, 영어학원 원장, 뮤지컬 배우, 일반 회사원, 기자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남미의 전통 춤인 살사댄스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해요. 당시엔 주한 외국인이나 유학생 출신들이 즐기는 ‘마이너’ 문화였죠. 이 춤이 일반인 사이에 확 퍼지게 된 건 200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바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부터죠.

‘주5일 근무제’는 단순히 주말 이틀을 쉬는 것을 넘어, 일하는 주중과 쉬는 주말을 분리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주말의 행복한 취미로 주중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 역시 ‘주5일 근무제’ 덕분이죠. 그런데 기억하시나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 대다수 회사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반대했던 사실을.

이번 커버스토리 주제인 ‘유연근무제’도 과거 ‘주5일 근무제’만큼이나 논란이 많은 사안입니다. 돈 때문에 초과근무하고, 계약 연장기간만 되면 벌벌 떨어야 하는 근로자에게 유연근무제는 ‘그림의 떡’이겠죠. 또 ‘4시간만 일하고 일한 만큼만 받으라’는 제안이 88만원 세대에게 기분 좋게만 들릴까요?

과로死와 빈곤死 사이
취재 중 만난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는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려면, 역설적이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라”고 강조했습니다. ‘8시간 풀타임 근무, 그리고 정규직’이라는 틀 안에 있어야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시장에서는 아무리 다양한 근무형태가 갖춰져도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자리를 쪼개 고용률 높이기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건 ‘과로사’ 아니면 ‘빈곤사’ 하는 노동시장 개선인데 말이죠. 단시간 근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가 선택 가능한, 괜찮은 일자리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일과 생활이 조화된 삶을 살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공연만 생각하면 두근두근하네요. 오늘밤 ‘김연아처럼 실수 없이 연습한 대로만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렵니다.



주간동아 2010.03.16 727호 (p14~14)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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