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6

2010.03.09

따뜻한 카리스마로 갈 길 찾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10-03-04 10:5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따뜻한 카리스마로 갈 길 찾는다
    대중에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75)의 이미지는 ‘칼’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곁에 가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찬바람 쌩쌩 부는 사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까칠한 사람’. 이런 이미지가 굳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쪽을 연상시키는 깐깐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라는 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 총재는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한다. 2002년에 출간한 그의 자서전 제목도 ‘아름다운 원칙’이다. 가훈은 정직과 성실. 공무 처리에서 누구보다 강직한 탓에 사상범의 누명을 쓰고 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은 검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까닭일 수도 있다. 닭을 기르고 메추리를 치며 어려운 가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애썼던 어머니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총재가 인정한 ‘예외’는 별로 보지 못했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원칙은 무엇일까?

    이 총재는 학창시절 패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길 가던 여학생이 불량배들에게 희롱당하자 2대 3의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먹이 정신없이 오간’ 싸움을 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걱정할 것 같아 운동하다 다쳤노라 둘러대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가 든 지금까지 두고두고 고생을 한다.

    필자는 이 총재와 한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꽤 오래 살았다. 필자의 집은 7층, 이 총재는 10층이었다. 이 총재는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늘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주민에게는 따뜻하고 푸근한 이웃이었다. 농담도 잘 건넸다. 누군가 썰렁한 농담을 하면 무안하지 않게 껄껄 웃으며 배려해줬다.

    얼마 전 국회방송(NATV) ‘시사와이드 생방송 여의도 저널’에서 만난 이 총재도 과거 한 동네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딱딱해진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래를 요청하자 이 총재는 흔쾌히 응했다. 이날 시청률 대박의 일등공신은 단연 이 총재였다. 그 속에 이 총재만의 카리스마가 있다. 자유선진당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결성한 정당이다. 그해 총선에서 원내 18석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 총재의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선진당은 이를 발판으로 창조한국당과 연합해 제3의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고, 미디어 관련법 등 여야의 극한 투쟁 속에서 캐스팅보트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요즘 자유선진당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심대평 대표의 탈당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이후 예산과 4대강 정국에서 자유선진당은 소외됐고, 지역 기반인 충남·대전에서도 심 전 대표가 신당을 추진하면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 총재가 들려준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모임에서 누가 총재 부인을 소개했더니 한 사람이 깜짝 놀라서 묻더란다. “그 무서운 양반이랑 어떻게 살아요?”라고.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와서 총재 부인을 또 소개했는데 이번엔 “아주 얌전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더란다. “무서운 양반이랑 사니까 얌전해질 수밖에 없겠다”면서. 그래서 모두 웃었다고 한다.

    요즘 이 총재에겐 분명 예전의 ‘까칠하거나’ ‘찬바람 불던’ 모습은 없다. 대신 달관과 여유가 보인다. 이 총재가 흔들리는 당을 앞으로 어떻게 수습해나갈지 궁금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