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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설의 품격 04

명절증후군 탈출법 알려주마!

긍정적으로 상상하고 마음 환기 … “모두의 문제” 마인드 컨트롤로 효과

명절증후군 탈출법 알려주마!

명절증후군 탈출법 알려주마!
다시 맞은 구정, 설이다.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뜨지만, 한편으로는 껄끄러운 감정이 고개를 든다. 며느리들은 일 걱정과 시부모 뵐 걱정, 형제자매들은 아이들 얘기나 돈 얘기 나올까 걱정, 자녀들은 공부 얘기 나올까 걱정하면서 마음 한쪽이 꺼림칙하다. 실제로 명절 기간에 몸이 힘들고, 마음도 불편해져서 집에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 때 받는 각종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증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장시간의 귀향길, 가사노동 등의 육체적 피로와 성에 따른 차별, 시댁과 친정의 차별, 형제자매 또는 자녀 간의 비교, 대화 중 의견 불일치나 다툼 등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다. 증상이 매우 다양해 두통, 어지럼, 소화불량, 위장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우울, 무기력감, 분노, 질투, 적개심, 불안 등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은 대부분 주부였으나 최근에는 남편, 시어머니, 형제자매, 미취업자, 미혼자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반가운 사람들

그렇다면 명절증후군을 예방하고 치료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예방을 위해 다음 몇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명절 때 만날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그 사람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그와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부정적인 면을 다소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둘째, 대면할 때 불편이 예상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미리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연습해본다. 되도록 안 마주치는 전략을 사용할지, 또는 상대방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할지 생각해두면 도움이 된다. 갑자기 곤란한 상황에 부딪힐 때 당황하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서다.

셋째, 주부의 경우 명절 기간에 해야 할 일을 대비해 체력을 비축한다. 절대 피곤하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고, 명절이 끝난 다음 달콤한 휴식이 있음을 상기한다.

넷째, 남편은 명절 기간에 과식과 과음, 운동 부족을 피한다는 각오를 한다.

다섯째, 친척끼리 민감한 사안(예를 들어 재산 상태, 직업, 취업, 자녀들의 공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도 예민하게 듣지 말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예방법을 활용했음에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더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대화로 ‘환기(ventilation)’ 효과를 갖는 것이다. 창을 열어 오래된 공기를 내몰고 신선한 공기를 맞아들이는 것처럼, 마음속 묵은 감정을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부간의 대화가 필수다. 또한 잠깐의 스트레칭, 체조, 명상 등으로 긴장된 몸을 이완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배려와 존중이 있는 수다

만일 누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면, 혼잣말로 불만을 털어놓아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해보자. 자기 직전 종이와 펜을 이용해 일기를 쓰듯 오늘의 스트레스 상황을 점검해보는 것도 좋다.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될 것이다. 명절이 끝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만일 특정한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이 상했다면, 과거에 그 사람과 좋았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중화시킨다.

한편 여자들은 음식 장만하느라 바쁜데, 남자들끼리 텔레비전을 보거나 장기를 두는 등 노는 것만 같아서 괜히 남편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다. 이때 짜증이 나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방법은 이 문제를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들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도저히 짜증을 참기 어렵다면, 남편과 둘이 있을 때 불만 사항을 말로 표현한다. 이때는 절대 남편을 비난하는 말투가 아니어야 하고, 대신 ‘내’가 ‘여자’여서 힘들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여자들끼리 수다 떨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하는 틈틈이 번갈아 휴식을 취하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명절의 후유증으로 출근 후 무기력감과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명절 끝 무렵, 출근하기 전날에는 미리 무슨 일부터 할 것인지 생각하거나 회사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스스로 적응시킨다. 출근 첫날 일상생활로 복귀했음을 스스로에게 선언해 마음을 굳게 다진다. 업무도 비교적 가볍고 익숙한 것들로 시작해 이른바 ‘워밍업’ 단계를 거친다. 직장 동료와 명절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것도 유용하다.

명절증후군은 과거 농경시대의 대가족 제도가 사라지고 핵가족과 개인주의의 문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돼 있지만, 평소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명절 때만 만나는 가족 내 역동에는 갈등과 어색함이 숨어 있다. 따라서 명절이 아닐 때도 부모나 형제자매 간에 자주 왕래하고 대화한다면, 명절증후군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배우자 가족에게도 세심한 배려와 존중을 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명절’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명절증후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피하거나 부인하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108~109)

  •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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