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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한기호의 독서노트

책 읽는 일본, 이렇게 만들었다

‘독서국민의 탄생’

책 읽는 일본, 이렇게 만들었다

책 읽는 일본, 이렇게 만들었다

나가미네 시게토시 지음/ 다지마 데쓰오ㆍ송태욱 옮김/ 푸른역사 펴냄/ 332쪽/ 1만5000원

원래 읽기와 쓰기는 연동돼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벼슬자리라도 꿰차려면 글을 잘 써야 했다. 그리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했다. 그러다 대중 저널리즘이 등장한 이후 소수의 쓰기와 다수의 읽기가 굳어졌다. 그런데 웹 2.0의 출현 후 대중은 읽기와 쓰기를 연동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은 읽기와 쓰기, 나아가 ‘출판’까지 연결된 구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즉각 누구나 읽을 수 있기에 이것은 이미 출판물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의 개인은 열심히 쓰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나 e메일, 트위터(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 무엇이든 써야만 한다. 영상 과잉시대에 오히려 문자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기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는 결코 잘 쓸 수 없다. 그것만으로는 상상력이 전혀 키워지지 않는다. 결국 글을 잘 쓰려면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 베네틱트 앤더슨이 말한 ‘상상의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나가미네 시게토시의 ‘독서국민의 탄생’은 활자 매체를 통한 ‘상상의 공동체’가 일본에서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천착한다. 당시 일본의 출판업자나 메이지유신 정부는 신문이나 잡지, 소설(책) 등 활자 미디어를 읽는 습관이 몸에 밴 ‘독서국민’의 탄생을 갈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읽고 쓰는 능력의 배양과 함께 출판물을 빠르게 공급하는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30년대(1897~1906년) 철도라는 하드웨어와 ‘출판유통업’이라는 소프트웨어 활용에 힘입어 도쿄와 오사카 양대 출판도시에서 발행한 서적들이 전국 각지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지방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신문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철도를 이용해 중앙 미디어가 전국에 대량 유입됐고, 지역 독서권의 자기 완결성이 무너지면서 중앙에서 내려온 신문, 잡지, 책 등을 함께 읽는 ‘독서국민’층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전국 단위에 같은 내용의 활자 매체를 거의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해도 소외된 지역의 지방 독자는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지방 독자를 위해 우편 발송을 이용한 통신제 도서관, 독서회, 순회문고 등을 활용한 통합화가 추진됐다.



철도망의 확대로 연간 철도여행자가 1억명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자 ‘차내 독자’라는 새로운 독자와 여행 독서 시장도 형성됐다. 신문, 잡지(특히 만화잡지), 여행안내서 등 차내 읽을거리의 발달은 읽을거리 자체의 균질화를 강화했다.

여행 중 무료함을 해소하는 대표 수단으로 독서가 각광받자 이를 이용한 기차역 구내매점, 차창 판매, 기차역 대합실의 신문종람소(여러 신문을 모아 유·무료로 읽을 수 있게 한 독서시설), 철도여객대본합자회사, 열차도서실, 차내 판매, 호텔과 여관 도서실, 피서지의 신문과 잡지종람소 등 다양한 사회적 장치도 발달했다. 특히 철도여객을 상대로 한 대본소설에는 지도와 열차시각표, 대본취급소 명단과 함께 광고도 실려서 상업화가 잘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지유신 정부, 즉 ‘관(官)’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위로부터의 독서국민 창출에 나섰다. 메이지유신 초기에는 신문구독과 회람을 장려하는 한편, 신문종람소 설치와 신문해화(解話)회 개설을 독려했다. 신문해화회란 승려나 학교 교사가 지역 주민을 모아놓고 신문기사를 읽고 해설해주는 모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이지 32년(1899)에 ‘도서관령’이 제정된 뒤, 1897년 30관이던 도서관이 1912년 540관으로 15년 만에 18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도서관은 5년마다 2배씩 증가해 1926년에는 4000관으로 늘어났다. 1880년대만 해도 도서관 이용자는 주로 도시의 중산층 지식인과 그들의 자제인 학생에 한정됐으나, 1902년에는 도시의 하층계급뿐 아니라 지방 군 지역 주민으로 확대되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저자는 활자 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읽는 독서습관을 가진 독자층이 어떻게 형성돼왔는지를 통해 독서습관이 형성돼야 ‘독서국민’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유통망 형성과 책을 읽는 장치의 보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몇몇 온라인 서점은 득세하나 독자가 책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는 환경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도서관의 도서구입 예산은 크게 삭감됐다고 한다. 이러면서 우리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할 수 있을지, 모두가 자문해볼 일이다.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124~125)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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