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4

2010.02.16

대머리 총각이 명절에 웃는 이유

  • 이규호 포헤어 모발이식센터 원장

    입력2010-02-10 2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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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머리 총각이 명절에 웃는 이유
    노총각 직장인이자 심각한 탈모 환자인 권모(36) 씨는 설, 추석 같은 명절이 너무 싫다. 일가친척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가 자신의 결혼문제이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에다 대기업에 다니는데 왜 여자가 없느냐.” 어른들의 말씀은 듣는 것 자체가 고역. 게다가 20대 후반부터 시작된 탈모는 이제 이마가 훤히 드러날 지경이다. 애써 모른 척하지만 어른들은 말할 때마다 그의 머리를 쳐다본다. 탈모 카페에도 가입해 여러 정보를 모으던 권씨는 이참에 모발이식술을 할까 생각 중이다.

    모발이식술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심은 머리의 ‘생착률’. 이는 머리털의 뿌리, 즉 모근(毛根)을 둘러싸고 머리털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모낭(毛囊)’이 얼마나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다. 모낭을 떼어내는 분리 과정에서 모낭이 손상되거나, 모낭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생착률은 낮아진다. 많은 머리카락을 넓은 부위에 이식할 수 있는 ‘두피절개 이식술’은 뒷머리를 절개해 떼어내기 때문에 12~15cm의 긴 흉터가 생긴다. 따라서 상처가 아무는 동안 통증도 따른다. 두피를 떼어내 이식하는 과정에서 모낭은 체외에 2~4시간 노출된다. 그런데 체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모낭의 생착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뿌리 뽑힌 식물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뿌리가 마르는 것과 같은 이치. 두피절개 이식술의 생착률은 의료진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80~95%로 알려졌다.

    다이렉트 식모술(FUE)이라고도 하는 ‘비절개 이식술은’ 두피를 떼어내지 않고 직접 모낭을 채취, 이식하는 방법이다. 흉터와 통증이 거의 없고 시술 직후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모낭 적출 때 피부 속의 모낭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모낭이 끊어지는 등의 손상 위험이 있다. 따라서 모낭 손상률이 13% 정도로 높고 생착률도 낮은 편이다.

    두 시술의 단점인 두피 절개의 부담과 생착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모발이식술이 바로 CIT(Cole Isolation Technique) 이식술. 2003년 미국에서 개발된 뒤 2008년 국내에 도입된 CIT 이식술은 다이렉트 식모술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모낭 손상률을 현저히 낮추고 많은 머리카락을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까지 시술한 결과, 모낭 손상률은 3% 이내로 낮추고 생착률은 95%대로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CIT 이식술은 모낭을 적출하기 전 샘플 모낭을 채취해 모낭의 방향이나 깊이 등을 분석하고, 모낭 채취 때 고배율 확대경으로 손상되는 모낭을 눈에 띄게 줄였다. 채취와 이식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모낭이 체외에 머무는 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었다. 생착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



    최근 들어선 탈모치료의 생착률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도 시도되는데, 이 가운데 줄기세포 기술을 응용한 PRP(Platelet Rich Plasma) 요법은 임상에서 적용 중이다. PRP 요법은 혈액 내의 혈소판에 포함된 다양한 성장인자를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으로, 모발이식과 탈모치료에 적용할 경우 모발의 굵기가 굵어지고, 성장기간이 늘어나 모발의 휴지기가 단축되면서 이식된 조직의 생착률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모발이식 때 나타날 수 있는 두피 염증이나 출혈, 두피 홍반의 치유 및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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