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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뇌 속 욕망을 꺼내라! 13

“드르륵 … 드륵 … 30분간 악몽의 소음”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첨단장비 체험기

“드르륵 … 드륵 … 30분간 악몽의 소음”

“바보 같다는 말, 등신 같다는 말, 머저리 같다는 말 자주 듣지 않아요?”물론 내게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주인공 차강진(고수 분)이 한지완(한예슬 분)에게 이렇게 말한 뒤부터다. 감정이입을 너무 심하게 했나….

‘뇌과학’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나의 뇌를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기회다’ 싶었다. 그동안 한 번도 뇌 검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정말 내가 바보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물론 내 지능이 아주 떨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행동이 다소 굼뜬 이유가 뇌 탓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나의 지능 수준을 알아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뇌 기능 연구는 초보적 수준

“드르륵 … 드륵 … 30분간 악몽의 소음”

전반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오른쪽 뇌가 왼쪽 뇌보다 청각피질(붉은색 부분) 이외의 영역이 활성화되는데 나의 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기자 뇌 최초 공개’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면 재밌겠다”는 동료들의 말을 듣자 덜컥 겁이 났다. 지능이 평균 이하라는 판정을 받으면 어쩌나 싶어서다. 그래도 일은 일이기에 뇌가 호두처럼 생겼다는 ‘상식’만 챙긴 채 1월27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공학적 설계가 돋보였다. 그러고 보니 1층에 전시된 뇌 기능 측정기인 PET(양전자단층촬영)와 뇌 영상 촬영기인 MRI(핵자기공명영상)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기계로 뇌를 찍는구나.



뇌과학연구소에서 김영보 교수를 만났다. 땅 짚고 헤엄치려면 지푸라기부터 잡아야 하는 법. 그런데 김 교수와 얘기하다 보니 보통 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스크랩해둘 만한 기사는 모조리 스캔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컴퓨터 파일로 저장해두는 것은 물론, 뇌과학 분야 책이라면 언제든 2~3시간 안에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뇌과학자는 다 이렇게 기능적일까. 그러고는 움츠러든 뇌를 다시 펴는 기분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말로 옮겼다.

“저는 제 지능을 알고 싶어요. 새를 아주 무서워하는데, 새 사진을 보면 제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알고 싶고요. ‘짜증난다, 열받는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면 뇌에 힘이 빠지나요? 웃으면 뇌에 긍정적인 세포가 생기겠죠? 탄수화물을 먹기 전과 후의 모습은 어떨까요? 이번 기사에 이런 ‘간단한’ 연구들을 체험해 정리하고 싶어요.”

그러자 김 교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온 사람마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 만큼 뇌과학이 발달하진 않았어요. 뇌 자체의 모양새를 관찰하는 연구는 진행됐지만 뇌 기능에 관한 연구는 초보적 수준입니다. 물론 fMRI로 뇌의 활동 상황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으니, 외부 자극에 따른 뇌의 반응은 확인할 수 있죠. 궁금한 점을 실험해볼 수는 있지만, 단지 피실험자 1명에게만 이런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어요. 개인차가 심하게 나니까요.”

“드르륵 … 드륵 … 30분간 악몽의 소음”

1 7.0테슬라 MRI를 통해 얻은 뇌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 7.0테슬라 MRI 장치로 뇌를 촬영하려면 원통형 ‘헤드코일’에 머리를 넣어야 한다.

‘뇌 건강 확실히 챙기기’로 다짐

그래서 7.0테슬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로 뇌를 촬영하고, fMRI를 통해 음악과 음악 아닌 소리에 따른 뇌 반응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2월1일 실험을 위해 다시 연구소를 방문했다. 혹시 뇌 지능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어 점심에는 뇌에 좋다는 등 푸른 생선도 먹었다.

뇌지도부터 찍기 위해 지하 랩실로 들어갔다. 연구원들은 “시계, 목걸이 등 철 성분이 있는 것은 모조리 빼라”고 말했다. 7.0테슬라는 지구 자장의 35만 배 수준이기 때문에 철 성분을 갖고 들어가면 사람이 다치거나 장비가 망가질 수 있다. “귀 안에 넣으라”며 귀마개를 줬다. 탈의실에 가서 속옷 상의만 벗고 실험대에 올라갔다. 성인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만한 공간에 누워 안테나 구실을 하는 원통형 ‘헤드코일’에 머리를 조심스레 넣었다. 연구원들은 “영상이 흔들릴 수 있으니 되도록 움직이지 마라, ‘스캐너’ 안에서 위험하다고 느낄 땐 언제든 손에 쥔 비상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그렇게 굴 속 같은 스캐너로 들어갔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음이 들려왔다. “자기를 유도했다가 푸는 과정에서 들리는 진동 소리”라고 하는데, 치과 치료에 사용하는 드릴 소리 같았다. “MRI 검사하느라 힘들었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갇혀 있으니 정말이지 답답하고 힘들었다. 물론 육체적으로 아프진 않았지만 계속되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였다. 가만히 30분간 누워 할 수 있는 거라곤 명상밖에 없었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생각할 즈음 “끝났다”는 말이 들렸다. 밖으로 나왔고 악몽은 끝났지만, 어지럼증이 생겼다.

“드르륵 … 드륵 … 30분간 악몽의 소음”

3 fMRI를 통해 음악과 음악이 아닌 소리에 대한 뇌의 반응을 알아보기로 했다. 4 30분간 스캐너에 갇혀 얻은 나의 뇌 사진. 뇌의 미세혈관까지 보인다.

1시간 후 있을 음악 반응 실험을 기대하며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밥을 먹는 내내 숨이 가빴고,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음악 실험 또한 뇌 촬영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7.0테슬라가 아닌 상용화된 3.0테슬라 MRI에서 진행됐기 때문인지 스캐너 폭이 넓어 한결 수월했다. 조금 전엔 관에 있었다면 이번엔 1인실 고시원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귀마개를 한 뒤 헤드폰을 꼈다.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곤 7분간 음악과 음악 아닌 소리를 번갈아 들으며 뇌 반응을 측정했다. 20여 분 후 실험이 끝났다. 이번에도 멀미를 하는 체질이라 그런지 메스꺼웠다. 오락실에 반나절 있었던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이틀 후 뇌 영상 사진을 받았다. 허무하게도 나의 뇌는 그야말로 평범했다. 음악 아닌 소리보다는 음악을 들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결과도 얻었다.

갑갑한 곳에 갇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뇌를 연구하며 몇 번이나 기기 안에 누웠을 연구자들을 생각하니, 절로 그들이 위대해 보인다. 어찌 됐든 요즘 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히 갇힌 듯한 착각을 한다. 뇌질환에 걸리면 그 곤혹스러운 실험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등 푸른 생선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며, 잠 충분히 자서 뇌 건강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64~65)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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