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4

2010.02.16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의식 너머 잠재의식 자극, 소비자 욕구와 욕망의 블랙박스 열기

  • 이지은 기자 smiely@donga.com

    입력2010-02-10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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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누군가 당신에게 “‘아리랑’이라고 할 때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아마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한(恨) 같은 정서” 등으로 답할 것이다. 또는 “슬픔이 느껴질 정도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한국 여인”이나 “어머니 느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아리랑 할 때 ‘부끄러운 자식’이 떠오르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입’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뇌’는 별 거부감 없이 아리랑과 부끄러운 자식의 조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뉴로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 브레인앤드리서치(Brain · Research)가 한 정부 산하기관의 의뢰를 받아, ‘아리랑’에 대한 사람들의 뇌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기법(이하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통해 조사했다. fMRI는 뇌세포가 소비하는 혈중산소량을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뇌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보여주는 첨단 기계. 사람의 뇌는 슬픔을 느낄 때와 웃을 때, 만족하거나 거부감을 줄 때, 혹은 기억을 되살릴 때 등에 따라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

    아리랑과 함께 다양한 자극(부끄러운 자식과도 같은 존재, 대한민국 여권, 어머니, 한, 부채, 태극 문양 등)을 준 결과, 가장 많은 피험자들이 ‘부끄러운 자식과도 같은 존재’를 접할 때 거부감을 드러내는 뇌 부위인 ACC(Anterior Cingulate Cortex)가 가장 적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리랑과 부끄러운 자식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것. ‘대한민국 여권’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당시 조사를 의뢰한 기관은 아리랑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진척도, 발전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면서 뇌 반응을 살피는 뉴로 마케팅 조사를 병행했던 것. 브레인앤드리서치 박정민 비즈니스 사업부 팀장은 “사람들은 아리랑을 접할 때 서글프고, 약하고, 숨기고 싶은 듯한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아리랑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여권과 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뇌 영상 촬영(fMRI), 뇌파 조사(EEG·Electro EncephaloGraphy), 시선 추적(Eye Tracking), 피부전도도 반응 조사(GSR) 등과 같은 뇌과학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뇌세포 활성이나 자율신경계 변화 등을 측정함으로써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 급부상하고 있다.

    뉴로 마케팅은 소비자의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소비자의 의식 너머,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중에 발생한다”는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왜 자신이 그 물건을 사려고 하는지,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지 이유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

    또 설문조사나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에서는 타인을 의식해 속내와 다르게 답하는 경우도 흔하다. 철저한 설문조사 끝에 ‘無섹스, 無루머, 無스캔들’을 표방하며 창간한 모 여성지가 17개월 만에 폐간한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의 의식과 숨겨진 심리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

    세계 언론에서도 뉴로 마케팅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2005년 경제전문지 ‘포춘’은 뉴로 마케팅을 ‘미래를 이끌어갈 10대 새 기술’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비즈니스위크, 포브스 등에서도 다양한 산업에서 뉴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코카콜라, P·G, 유니레버, 로레알, 켈로그, 나이키, 혼다, 다임러크라이슬러, LVMH 등 소비자의 심리가 중요한 소비재 기업들은 뉴로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뉴로 마케팅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제품 개발, 광고 분석,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기아차는 ‘k7’ 차명 검토 과정에서 설문을 통해 소비자 의식을, 시선 추적과 fMRI를 통해 무의식을 조사했다.

    제품 개발

    뇌는 ‘TN7’보다 ‘K7’에 더 반응한다!


    2009년 여름, 기아자동차 브랜드경영팀은 야심작인 준대형 세단 VG(프로젝트명)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차명을 고심하고 있었다. A부터 Z까지, 1부터 9까지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해보고 사내외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다. 기아차 브랜드경영팀 박병윤 이사는 “알파벳마다 풍기는 뉘앙스가 조금씩 달랐다. 또 알파벳과 숫자를 포함해 두 자리로 갈지, 아니면 세 자리로 할지를 놓고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진짜로 소비자들이 어떤 조합을 좋아할지, 궁금하던 찰나에 국내 한 경영 전문잡지에서 뉴로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이 팀은 국내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와 함께 뉴로 마케팅 기법으로 차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한국인 100명과 국내 거주 외국인 100명을 합쳐 모두 2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설문을 실시했다. 알파벳과 숫자의 각종 조합을 보여주면서 호감이 가는 걸 선택하라는 내용. 하지만 이 조사엔 응답자의 답변이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숨어 있었다. 피실험자들의 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기아차에게 부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이런 왜곡의 가능성을 걸러내기 위해 설문을 하면서 시선 추적을 병행했다. 이는 피실험자의 시선이 실제 어디에 가장 오래 머물렀는지를 조사하는 기법이다. 마지막으로 fMRI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뇌 반응도 측정했다. 즉 설문을 통해 소비자의 ‘의식’을, 시선 추적과 fMRI를 통해 ‘무의식’을 조사한 것.

    혁신적이고 고급 이미지 떠올려

    이런 절차를 거쳐 선택된 차명이 바로 지난해 말 출시된 ‘K7’이다. 당시 K, T, N, Y, Z 등이 피실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파벳 후보였는데, 특히 강하고 날렵한 느낌의 K와 첨단 이미지의 T는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일반적으로 대형차급을 의미하는 숫자 7은 행운의 숫자로도 여겨져 대중적 선호도가 높았다. 또 피실험자들은 알파벳과 숫자를 하나씩 배열한 두 자리 조합을(예를 들어 ‘K7’), 알파벳 두 개와 숫자 한 개를 배열한 세 자리 조합(예를 들어 ‘TN7’)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fMRI 분석 결과에서도 ‘K7’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선호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인 ‘중전두엽’이 매우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승 교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은 ‘K7’이라는 이름에서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외국인들의 평가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7’은 출시 두 달 만에 1만여 대가 팔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해 제품의 이름은 물론 디자인이나 성능 등에 반영하는 사례가 많다. 일본 혼다사는 뉴로 마케팅을 활용해 정면에서 보면 화가 난 사람의 얼굴 같은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사람의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신경회로가 있어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활용했다.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차종을 파악하기 위해 뇌 사진을 찍었더니, 젊은 남성들의 경우 일반 승용차보다 스포츠카를 봤을 때 쾌락 중추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니레버는 에스키모를 타깃으로 한 아이스크림 개발에 뉴로 마케팅을 활용했다. 에스키모는 추운 지역에 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보다 초콜릿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초콜릿바 아이스크림이 그냥 초콜릿보다 더 본능적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고 분석

    뇌는 ‘김태희’만 기억한다!


    톱스타 김태희의 귀엽고 섹시한 춤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 휴대전화 광고. 하지만 효과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 광고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김태희의 얼굴과 몸매만 쳐다봤기 때문이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광고를 보는 동안 시청자의 시선과 뇌파, 피부전도도 반응 등을 측정한 결과, 시선은 모델에 약 80% 집중됐고 제품이나 브랜드, 메시지 등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시선분포 비율 그래프 참고). 감성 반응 역시 모델이 출연할 때 강하게 나타난 반면, 제품이 나왔을 때는 미약하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미녀 스타를 기용한 광고에서는 흔히 나타난다. 샤라포바 같은 미녀 스포츠 스타의 경우, 옷과 모자에 부착된 브랜드 인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샤라포바와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며 시선추적 테스트를 시행했는데, 샤라포바의 경우 피험자의 시선이 얼굴에 과도하게 집중돼(74%) 브랜드 인지율이 떨어지는 반면 윌리엄스는 시선이 브랜드를 포함해 고루 퍼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고 모델이 누구였는지는 알겠는데, 무엇을 광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흔히 하는 말이 사실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

    최악의 광고는 공포와 불안 유발하는 것

    최근 fMRI를 통해 광고 효과를 분석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미국에서만 1억명, 전 세계적으로 2억명이 생중계를 시청하는 ‘슈퍼볼’(북미 미식축구 리그의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 막간 광고의 단가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폭스 방송의 30초당 광고 단가는 25억원, 1초당 약 8500만원이 소요된다. 이렇듯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광고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프리드먼 교수팀은 10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2007년 슈퍼볼에서 방영된 33가지 광고를 시청하게 한 뒤 fMRI로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런데 대부분 광고가 오히려 ‘고통의 중추’를 활성화해,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전혀 높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간의 공포나 불안 등을 담은 광고는 최악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쾌락 중추를 활성화한 건 20% 미만에 불과했다.

    최근 ‘뇌과학과 경영의 만남-뇌과학 활용 마케팅’ 보고서를 낸 삼성경제연구소 한일영 수석연구원은 “광고 효과 측정은 물론 광고 시안이나 위치, 크기, 빈도 등을 결정할 때도 뉴로 마케팅은 많이 활용된다. 즉 다양한 광고 시안을 보여준 후 피실험자들의 뇌 반응을 측정해 어떤 것이 가장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하고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fMRI를 통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는 것보다 은근히 신체 부위를 암시하는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팀이 성적 광고 사진 100장을 △명백하게 성행위를 묘사한 것 △명백하게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 △성행위를 암시한 것 △신체 부위를 암시한 것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람들을 가장 몰입하게 만든 것은 은유적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광고였다. 이 광고를 봤을 때 전두엽과 함께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영역인 뇌섬엽이 가장 활성화됐다.

    소비의 쾌락과 지출의 고통 사이

    자극이 반복되면 ‘지른다’!


    스탠퍼드, MIT,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팀은 26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제품을 샀을 때의 ‘쾌락’과 이에 따르는 지출의 ‘고통’을 비교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MP3 플레이어, 섹스 앤 더 시티 DVD, 고디바 초콜릿, 스탠퍼드대 티셔츠 등과 같은 물품을 보여주고 fMRI로 뇌 영상을 촬영했더니,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제품 가격만 보여줬을 땐 고통 중추인 ‘뇌섬엽’이 활성화됐다. 마지막으로 제품과 가격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줬더니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과 고통 중추인 뇌섬엽과 함께 판단,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때 물건을 구매하겠다고 한 사람에게선 쾌락 중추가, 구매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에게선 고통 중추가 더 활성화됐다. 또 자극이 반복될 경우 쾌락 중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밝혀졌다. 실제로 제품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줬을 때 처음엔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했던 피실험자의 87%가 제품을 사겠다고 뜻을 바꿨다. 즉 같은 제품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홈쇼핑 광고는 충동구매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용카드를 쓸 때 과다하게 지출하는 이유도 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신용카드처럼 돈이 나중에 빠져나가는 지불 수단은 당장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통의 중추인 뇌섬엽이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전두엽의 피질은 지출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뇌는 ‘삼성 치약’을 싫어한다!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매장의 상품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힐 수도, 낮힐 수도 있다.

    ‘삼성 치약’에 어떤 느낌이 드는가? 매우 어색하면서도 조화롭지 않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브레인앤드리서치가 IBM과 자동차, 농심과 라디오, 삼성과 음료수 등 기업 이미지와 그 기업과 전혀 상관없는 제품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고 fMRI를 통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뇌 부위인 ACC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조사한 결과, 삼성의 활성화 정도가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삼성 치약’ ‘삼성 음료수’와 같은 말을 사람들은 무척 거슬려 한다는 것. 그만큼 삼성은 브랜드를 확장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뇌에 어떤 반응을 주는지 분석해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기도 한다. 흡연자들은 ‘말을 탄 카우보이’(말보로)나 ‘사막의 낙타’(카멜) 이미지만 봐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는 게 외국 연구진의 fMRI 분석 결과 밝혀졌다. 특히 ‘말보로’ ‘카멜’ 등의 로고가 없이 이미지만 있을 경우 쾌락 중추가 더욱 강하게 활성화했다. 이렇게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회사의 경우 별다른 설명 없이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소비욕구를 높일 수 있다.

    매장의 상품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서도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마트에 들어서면 소비자의 약 70%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 운동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우뇌보다 좌뇌에 더 많기 때문. 좌뇌는 오른쪽 신체를 담당하기 때문에 발은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꺾인다. 즉 중앙 통로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45도 꺾어진 방향에 매장의 주요 제품을 놓으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소장은 “주부 소비자 상당수는 세탁기를 볼 때 ‘용량’ 표시를 가장 유심히 본다는 걸 시선 추적 결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즉 주부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선택할 때 디자인이나 여타 정보보다 용량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 따라서 판매원들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세일즈하면 좋은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지난해 11월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에서 발행된 ‘소통의 내비게이션, 뉴로 마케팅’ 보고서에 따르면 할인가격표는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을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빨간색 가격표는 소비자에게 가격 파괴의 기대를 줘 해당 가격표에 시선이 고정되는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 또 한정수량, 한정판매 등 특정한 조건을 걸면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탐욕스러워진다.

    뉴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생각을 완벽히 읽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뇌 영상 촬영, 뇌파 조사, 시선 추적 모두 뇌의 흥분 상태나 각성 정도만 알려줄 뿐, 그 사고 내용은 알 수 없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씨는 “뇌의 부위와 인간의 감정을 연결하는 건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복잡다단한 사람의 심리를 신경 자극만으로 읽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소수 피험자에게서 나온 지엽적인 결과만 가지고 소비자 심리 자체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뇌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뇌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성영신 교수도 “뇌를 완벽하게 읽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뉴로 마케팅은 기존 조사 방법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설문과 FGI 등 기존 마케팅 조사 방법을 하면서 뇌 영상, 뇌파 조사, 시선 추적 등 뉴로 마케팅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 이들을 통합해 살펴보면 각각의 정보가 개별적으로 줄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뇌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리의 뇌과학이 알아내지 못한 부분이 알아낸 부분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에 뉴로 마케팅은 온갖 논란에도 ‘뇌’라는 거대한 욕망의 ‘블랙박스’를 읽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돈을 잃으면 더 공포

    멀쩡한 주식을 팔아버린 건… 바로 뇌!


    지름신 확 깨우는 ‘뉴로 마케팅’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일까. 아니면 엉뚱한 행동만 일삼는 존재일까. 신경경제학(투자, 마케팅, 협상 등 다양한 경제행동을 신경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 뉴로 마케팅은 여기서 파생)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완전히 엉뚱한 존재다.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심하다. 주식시장에 맞게 뇌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가 공포감에 휩싸여 멀쩡한 주식도 팔아치우게 한다. 이때 편도체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전전두엽 피질보다 훨씬 강력하다.

    ‘머니 앤드 브레인’(까치)의 저자 제이슨 츠바이크는 책에서 “돈을 잃으면 뇌 전두대상피질의 신경세포 38%가 켜졌으나 같은 액수의 돈을 벌면 13%만 작동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으면 주가는 1% 오르지만 예상보다 낮으면 3.4%나 하락한 것도 사람들이 부정적인 소식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머니 앤드 브레인’에 따르면 뇌의 각 부위에서 일어나는 경제적인 판단은 아래와 같다.

    ①전전두엽 장기투자 계획을 짬

    ②전두대상피질 돈을 딸 때보다 같은 액수의 돈을 잃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

    ③측위신경핵 큰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흥분해 침착하게 기다리지 못하게 함

    ④도파민(뇌 속 신경전달물질) 도박에서 느끼는 쾌감을 마약 중독에서 느끼는 쾌감과 비슷할 정도로 전달해 도박에 중독되게 함

    ⑤편도체 주가가 폭락하면 공포감에 휩싸여 “당장 주식을 팔아치우라”고 명령

    · 좌반구 주식시장에서 없는 패턴도 만들어내 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함

    · 해마상융기 돈을 잃었던 것보다 벌었을 때의 기억을 오래 기억해 돈을 잃어도 계속 투자하게 만듦

    · 뇌섬엽 돈을 잃었다고 인정하면 매우 고통스러운 기분이 들게 해 손절매를 하지 못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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