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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모바일 코리아 잔치는 끝났다 07

영원한 1등은 없다

휴대전화 제조사 트렌드 따라 부침 반복 … ‘모바일 인터넷’ 패러다임 잡는 것이 관건

  •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dkwon@seri.org

영원한 1등은 없다

휴대전화는 전 세계 40억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최대 IT제품이다. 이용자의 취향과 구매 패턴, 가격 등에 따라 다양한 수요가 창출된다. 또한 이동통신 세대의 변화 및 디스플레이, 기능, 디자인, UI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차별화가 가능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거의 2~3년 주기로 휴대전화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의 위상도 시소게임을 하는 것처럼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80년대 모토로라, 90년대 노키아, 2000년대 삼성전자 약진

1990년대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라고 하면 모토로라였다. 모토로라는 83년 아날로그 휴대전화, 93년 디지털 휴대전화를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휴대전화산업을 선도했다. 93년 당시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모토로라의 독주가 깨진 것은 90년대 말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아날로그 시대의 맹주인 모토로라가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 노키아는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저가의 디지털 휴대전화를 적극 공략해 휴대전화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평범한 제지회사에서 휴대전화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지 5~6년 만에 노키아는 98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업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상자기사 참조).

2000년대 초 휴대전화는 또 한 번 거센 변화를 맞았다. 폴더 휴대전화, 컬러 휴대전화가 대세가 됐고, 디지털 컨버전스 열풍으로 카메라폰, 멀티미디어폰 등의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때 휴대전화 트렌드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 트렌드를 주도하며 단숨에 글로벌 Top3 업체로 도약했다. 반면 당시 고기능 및 프리미엄 휴대전화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바(Bar) 형태의 저가폰을 고수했던 노키아는 한때 점유율이 20%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새롭게 부상한 것은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폰과 초슬림 디자인폰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부진에 절치부심한 노키아가 새로운 전략의 축으로 잡은 것은 신흥시장이었다. 신흥시장의 저가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한 노키아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 저원가로 다변화된 시장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40%대 시장점유율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한편 모토로라 역시 2004년 신임 CEO인 에드 잰더(Ed Zander) 취임 이후 야심차게 내놓은 초슬림폰 ‘레이저’가 크게 성공하면서 오랜 부진을 씻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레이저’의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3세대 휴대전화 등 후속 모델 개발에 안이하게 대응한 탓에 거침없는 추락이 시작됐다. 2007년 모토로라는 2위 자리마저 삼성전자에게 내주고, 2009년 LG전자에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 경기 불황으로 휴대전화 수요가 얼어붙었을 때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은 터치스크린폰 등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신흥시장 대상의 전략폰 등에서 두루 성과를 거두면서 점유율을 늘려갔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9년 3분기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대수 기준)은 노키아 37.8%, 삼성전자 21.0%, LG전자 11.0%, 소니에릭슨 4.9%, 모토로라 4.7%다. 변화무쌍한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선전은 매우 값진 성과다.

휴대전화의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한 제품의 성패는, 기존의 성공신화에 갇혀 있지 않고 그 테두리를 과감히 깨고 혁신하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한 전략이나 제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가능한 한 그 이익을 오래 향유하고자 하는 기업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1990년대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모토로라, 2000년 초반 저가폰에 안도한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주도기업이 기존의 사업방식과 성공모델을 고수하고 있을 때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혁신은 새로운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지금 휴대전화 시장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영원한 1등은 없는 법.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노키아의 철옹성도 2009년 한 해 크게 흔들렸다.

창조적 도전과 혁신 그 어느 때보다 필요

애플은 아이폰 돌풍에 힘입어 2009년 3분기 노키아의 이익총액을 앞질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노키아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앱스토어’로 바뀌면서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

앞으로 펼쳐질 휴대전화 경쟁에서 가장 큰 화두는 누가 모바일 인터넷 패러다임의 강자가 되는가다. 향후 휴대전화는 인터넷 검색, e메일, 지도, 모바일 콘텐츠 등 다양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HD급 동영상 재생, 모바일 방송 수신 등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모바일 인터넷 및 고화질 영상 단말기’로 진화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2010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10여 년 전 노키아가 디지털 전환의 물결을 타고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도약한 것처럼, 이 변화의 시기에 국내 업체가 창조적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세계 1위에 올라서길 기대한다.

부동의 1위 노키아 그 저력은?

순매출 11.8%가 연구개발비 … 스마트폰도 중저가로 승부


영원한 1등은 없다

‘스마트폰’과 ‘저가폰’은 각각 노키아의 미래와 과거 전략을 상징한다. (왼쪽)스마트폰 노키아 N900, 저가폰 노키아 1100

노키아는 현재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래 한 번도 그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비록 2008년에 비해 판매량이 4000만대 줄어든 4억2100만대를 공급했지만, 점유율 37.9%로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2, 3위 기업인 삼성전자(19.8%)와 LG전자(10.4%)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노키아의 성공 뒤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있다. 2008년 12월31일 기준으로 노키아는 총 16개국에서 3만9350명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노키아 전체 직원의 약 31%에 해당한다. 노키아의 총 연구개발비도 2008년 기준으로 59억6800만 유로(약 10조7424억원)에 달한다. 노키아 전체 순매출액의 11.8%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 기업 중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가 5조여 원, 그 다음인 LG전자가 1조여 원임을 고려할 때 압도적인 수치이다.

노키아는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에 4개, 미국에 3개, 인도에 1개, 중국에 1개, 그리고 케냐에 1개 등 총 10개의 노키아 리서치센터(NRC)를 보유하고 있다. NRC에서 매년 쏟아지는 모바일 관련 혁신 기술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포럼 노키아 커뮤니티(Forum Nokia Community)에는 400만명 이상의 개발자가 소속돼 혁신적인 기술을 보다 빠르게 시장에 선보인다.

노키아는 소비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내세운다. 이런 모토 아래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휴대전화를 출시하고 있다. 노키아 단말기는 약 80개의 언어를 지원하며, 전 세계 150개국 이상 약 35만개 매장에서 판매된다. 혁신적인 문화와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발 빠른 대응능력을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2008 Economist Innovative Awards’를 수상했다.

노키아의 경쟁력으로 ‘규모의 경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탄탄한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 가능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안정된 부품 조달이 불가능하면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공급사 관리(SCM)를 중시한다. 까다롭게 협력업체를 고르지만 일단 선택된 업체들에게는 장기협력을 보장해 안정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선임연구원은 “노키아는 구매한 부품을 철저하게 표준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의 1위인 노키아도 2009년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에 밀려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노키아는 2010년 20개가량인 스마트폰 모델 수를 절반으로 과감하게 줄여 간결한 제품 목록으로 애플이나 림(RIM)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를 떨쳐내겠다는 방침이다. 다품종 대량생산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조 하로 노키아 스마트폰부문장은 “고가폰 경쟁이 극심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도 주목한다. 우리는 현 위치(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뿐 아니라 공격 도구까지 가졌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주간동아 2010.01.19 720호 (p40~42)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dkwon@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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