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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시골의사’의 책장

인간의 과잉욕망을 제거하라!

앙드레 고르 ‘에콜로지카’

인간의 과잉욕망을 제거하라!

인간의 과잉욕망을 제거하라!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으로 인한 학살을 목격한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부조리한 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삶을 만들어갈 절대적 자유가 있다”는 한마디를 던진다. 이전까지 유럽 사상계를 지배하던 ‘합리적 관념론’이 전복되고, 인간 개개인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한 이른바 ‘실존주의’가 태동하는 장면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존재’하기 전에 ‘실존’한다고 보았고, 자연 상태에서 ‘존재’에 머무는 인간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유에서 진리나 운명 따위는 가차없이 추방됐고, 자유도 스스로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게 아닌, 그에 걸맞게 책임을 다하는 자유의지만을 ‘절대적 자유’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 현대인은 불안과 고독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존재가 됐다.

‘에콜로지카’(생각의나무 펴냄)의 저자 앙드레 고르는 이런 사르트르에게서 사상적 세례를 받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1943년부터 나온 사르트르의 저작들이 20년간 나를 형성했다”고 말할 만큼 사르트르의 철학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고, 이후 카를 마르크스, 이반 일리히,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사상들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정립했다.

하지만 그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부정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경제학은 현대 산업구조를 설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탓이다. ‘자본 회전의 가속화를 좇는 현대사회는 어느 누구도 이윤의 축소를 원치 않기 때문’인데, 자본의 목표인 이윤 추구와 임금노동자들의 목표인 임금, 즉 자본과 노동이 하나가 돼 ‘돈 벌기’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생산의 궁극적인 목표, 즉 노동의 상품형태를 문제 삼지 않는 한 ‘반자본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지향의 풍조가 확산되면서 노동은 궁극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즉,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확대와 금융산업 발전의 노예가 돼버린 것. 그 결과 과거 자본과 반자본,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같은 등식은 무너졌고 육체노동자, 주부, 비정규직과 같은 새로운 계층에 대한 차별이 심화됐다. 그 과정에서 환경과 자원은 피폐해지고, 이윤 추구의 동기는 ‘절대’ 그것들을 제약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생각은 결국 ‘노동계급은 현대사회에서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담은 그의 다른 저작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그가 내놓은 대안은 ‘생태주의’ 사상. 주목할 점은 그가 ‘인간은 자연의 적’이라는 ‘근본적 생태주의’를 부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자연은 인간의 인식 아래서만 존재하므로 철학적으로 자연은 인간의 일부일 뿐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논리와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협력적 공동 자율생산’의 생산양식과 문화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주창한다.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필요에 의한 생산과 소비가 이뤄져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계수당과 일자리 나누기 등 공동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과잉욕망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과잉욕망을 제거하라!

박경철
의사

일견 낭만적인 생각으로 읽히지만, 그의 저작들은 작금의 금융위기와 사회적 불안정을 겪으면서 숙고(熟考)의 과제를 던진다. 실제로 그의 진정성은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얇은 책 한 권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어떤 사상가의 덕담보다 큰 울림으로 남을 듯하다.

flowingsky@naver.com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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