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9

2010.01.12

강남권 전세난은 계속된다

입주 물량 거의 없는데 수요는 몰려 경기 지역에선 ‘역(逆)전세난’ 가중

  • 정혜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hyejin@donga.com

    입력2010-01-06 1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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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 전세난은 계속된다

    서울 전세시장이 폭등하는 것과는 달리 경기도 전세시장은 오히려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2010년 전세시장은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이모(36) 씨는 아파트 재계약 문제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2008년 12월 2억2000만원에 얻은 110㎡ 전세 아파트 시세가 4억3000만원으로 곱절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계약 당시에는 대출 비중에 따라 1억9000만원에도 구할 수 있었던 전셋집이 지난 여름 3억원을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재계약은 진작 포기했다”고 말했다.

    2009년은 세입자에게 참으로 혹독한 한 해였다. 2009년 초부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금 상승세가 강북은 물론 외곽, 경기 지역으로까지 확산됐고, 그나마도 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에도 전세금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등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전망에 따르면 2010년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4~5%, 전국적으로는 2~3%의 상승이 예상된다.

    서울지역 전세금 4~5% 상승

    2010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9년보다 10%가량 증가한 24만여 채로 예상된다. 이 중 수도권 입주 물량은 13만4736채로 2009년의 12만9248채보다 5488채 많다. 이 수치만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지역별 격차가 크다는 데 있다.

    우선 서울에서는 은평뉴타운과 강북뉴타운, 경기에서는 파주 교하신도시와 고양시, 김포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서부권에 입주 물량이 쏠려 있다. 반면 서울 강남권과 도심 인근의 입주 물량은 거의 없다.



    강남권은 2008년 잠실 대단지 입주 영향 등으로 2만6170채가 입주해 2003년 이후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 3759채로 급감했고 2010년에도 3229채에 그친다. 문제는 학군 수요 등으로 이 일대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9년 급감한 강남권 입주 물량은 강남권 아파트 전세금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초구의 경우 2009년 한 해 3.3㎡당 772만원에서 923만원으로 20% 가까이 전세금이 급등했다. 반포동 자이 165㎡(50평형)가 5억2000만원에서 8억2500만원, 같은 아파트 115㎡(35평형)이 3억8500만원에서 5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잠원동 한신4차 115㎡(35평형)는 2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송파구에서는 신천동 장미1차 109㎡(33평형)가 1억6000만원에서 2억5500만원, 가락동 쌍용아파트 95㎡(29평형)가 1억4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46㎡(14평형)는 2009년 초 1억4500만원이던 전세금이 2억500만원을 뛰어넘었다. 물량이 부족하자 이 일대의 20년 넘은 아파트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85㎡(25평형) 이하 아파트의 전세금이 대부분 2억원이 넘고, 109㎡(33평형)는 3억원에 육박하자 아예 아파트 재계약을 포기하고 빌라로 옮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A공기업 변호사인 정모(37) 씨는 서초동 우성아파트 109㎡(33평형) 아파트 전세 가격이 2009년 초 2억1000만원에서 최근 2억7000만원까지 오르자 재계약을 포기하고 비슷한 평형의 신축 빌라로 옮겼다. 우성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역과 가까운 우성5차는 아예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2, 3차도 평형당 매물이 한두 개밖에 없다”며 “가격 부담으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권은 도심 재개발로 인한 멸실주택 증가와 이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서울시에 따르면 뉴타운, 재개발로 멸실이 예상되는 주택은 2009년 2만807채, 2010년에 9만8742채, 2011년 3만1717채 정도다. 2010년 재개발, 뉴타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시장에 병목 현상을 일으켜 전세난이 가중될 수도 있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 경기침체로 이사 대신 재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들까지 더하면 전세금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동아일보 경제부가 대형 건설사 15곳의 주택담당 임원과 은행과 증권사의 부동산담당 PB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부동산시장 전망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7%가 ‘서울 강북의 뉴타운 재개발 지역’을 전세금 급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기도 했다.

    전세 양극화 심화 예상

    반면 경기 지역은 입주 물량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일시적 전세금 하락이 계속될 전망이다. 택지지구 개발 및 민간도시개발 사업이 끝남에 따라 경기 곳곳에서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2009년 5933채이던 입주 물량이 식사지구와 덕이지구 입주에 힘입어 2010년 1만3565채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 광명시도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면서 올해 4662채보다 많은 7173채가 집들이를 준비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2009년 말부터 시작된 진접지구 입주로 8380채 정도의 물량이 풀리고 용인시도 수지구 신봉동, 동천동, 성복동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다. 파주시도 교하신도시 입주로 2009년 3457채보다 많은 9244채가 입주를 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서울과 달리 ‘세입자 우위’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는 회사원 김모(31) 씨는 최근 집주인과 실랑이 끝에 아예 집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계약금을 내고 계약서를 쓰려던 과정에서 집주인이 200만원이라도 더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

    1681가구 입주가 진행 중인 이 아파트의 115㎡(35평형) 전세 시세는 7000만원선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진접지구 일대의 입주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시장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세입자들은 아쉬울 게 없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 지역으로 옮겨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현재 잠실과 반포 지역은 재계약 시점이 남아 있어 물량이 극히 부족한 점이 전세금 급등의 근본 원인”이라며 “2010년 하반기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면 가격이 다소 내릴 수 있고,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감으로 경기 판교신도시 등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세입자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직장과 학교 문제 때문에 서울 강남에 살던 사람이 분당이나 용인 등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오피스텔이나 연립 빌라 공급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전세시장 양극화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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