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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너무 성급하게 부른 ‘MB 원전歌’?

불철주야 뛰어다닌 실무자 챙겼어야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새 원전 부지 확보 과제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너무 성급하게 부른 ‘MB 원전歌’?

너무 성급하게 부른 ‘MB 원전歌’?

UAE에 수출될 신형 국산 원자로 APR 1400이 탑재되는 신고리 3, 4호기 원전 건설 현장.

드디어 한국이 상업용 원전(原電)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가 원전 수출 성사를 지켜본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은 “2010년에는 국운이 융성할 것”이라며 반가워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UAE 원전 수주 3주 전에 발간한 715호에 ‘UAE에 한국 원전이 수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기사를 내보냈던 터라, UAE에서 전해진 낭보가 더욱 반갑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를 놓고 안면도 사태, 무뇌아 사건, 대두아 사건, 굴업도 사태, 부안 사태 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격렬한 반핵시위를 겪었다. 방폐장을 유치하려던 김종규 부안군수를 집단으로 린치한 부안 사태를 겪은 것이 겨우 7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들떠 있으니, 이런 상전벽해가 또 있을까.

“왜 반핵운동가들은 침묵하고 있습니까? 그때 그들은 ‘방폐장을 만들면 부안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공갈을 쳐가며 주민을 선동했습니다. 그것이 소신이었다면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게 된 지금 UAE로 날아가 똑같은 반핵운동을 해야 합니다. 먹고살 것 없는 농촌이 방폐장이라도 유치해 살아보겠다고 한 것을 꺾어버렸으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많던 반핵운동가는 어디로 갔나

UAE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진 날 김종규 전 부안군수가 내뱉은 첫마디다. 부안 사태 때 반핵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UAE 원전 수출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더 이상 반핵운동이 먹혀들지 않겠다’며 자신들의 앞날을 염려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은 김 전 군수가 반핵운동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방폐장을 짓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원전을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정부와 우리 사회는 먼저 부안과 김 전 군수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원전 수출을 자축해야 하지 않을까.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도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는 것은 안전하게 몰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원전에 들어가는 핵(핵연료)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사용의 당위성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의 반핵운동가들은 한국 원전이 위험하다고 주장했으나, UAE는 한국 원전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로 안전성을 꼽았으니, 누구의 판단이 옳은 것인가.

반핵운동가들의 침묵 못지않게 거슬리는 것이 용비어천가에 빗댄 ‘MB 원전가(M飛原電歌)’ 현상이다. UAE 원전 수주가 확정되던 날 모든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MB)이 UAE로 날아가(飛) 마지막 협상을 함으로써 원전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가 대통령 찬양가 일색이었기에 언론은 이 대통령을 원전 수출의 1등 공신으로 꼽은 것.

과연 이렇게만 봐도 될까. 대부분의 원자력인은 ‘원전입국(立國)’을 이뤄낸 지도자로 주저하지 않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꼽는다. 50여 년 전 이 대통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소신과 의지를 갖고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원전입국의 길을 열었다. 30여 년 전 박 대통령은 미래를 내다보고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대형 용량의 상업로를 가동시켰다. 전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로까지 치닫던 박정희 노선을 수정해 북한처럼 험한 길로 접어드는 오류에 빠지지 않게 하고 원전 건설에만 매진케 해 원전기술 자립을 이뤘다.

그 다음으로 꼽는 공로자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과학자들과 4개 원자력본부에서 일해온 원전 기술자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술개발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한때 이들은 실험 삼아 0.2g의 우라늄을 20%대까지 농축했다고 자백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원자력에 대한 지독한 관심이 이런 ‘사태’를 부른 것인데, 그로 인해 한국은 IAEA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을 받게 됐다.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북한에 대한 IAEA의 특별사찰 여부가 문제가 되는데, 한국은 이미 특별사찰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주간동아’ 3주 전 UAE 원전 수주 보도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원전 근무자들이 희생된다. 따라서 이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데,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반핵운동가들이 도리어 그 위험을 주장해왔다. 이런 견제 속에서 이들은 운전 기술을 발전시켜 한국을 원전 고장 정지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만들었다. 원자로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과 핵연료를 제조하는 한전원자력연료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3주 앞서 ‘UAE 원전 수출 가능’ 기사를 쓴 기자는 ‘주간동아’ 발간 직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지식경제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그들은 “보도가 미리 나가면 UAE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가을 기자는 한국의 원자력 개발사를 정리해 ‘한국의 핵주권’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어 UAE 원전 수출 경쟁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 무렵 한국은 출혈을 무릅쓰고 또 한 번 가격을 내리고, UAE가 원하는 방위산업과 IT 기술까지 넘겨준다는 약속을 해줬기에 거의 모든 원자력인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은 UAE 원전을 수주한다. 프랑스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보도한 것인데 청와대 등은 ‘죽는소리’를 한 것이다.

UAE 원전 수주를 이 대통령의 작품으로 만들려고 이렇게 지독한 엄살을 떤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 시기 정부는 모든 외교라인을 통해 ‘이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원전을 한국에 주는 것으로 해달라’는 부탁을 UAE에 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주간동아’ 보도가 나왔으니 행여 UAE가 ‘이 대통령을 위한 행사를 할 수 없다’고 나올까봐 두려워 극구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정부 측의 부탁이 하도 간곡해 ‘주간동아’는 온라인에 이 기사를 올리지 않았다.

MB 충성파의 노력은 성공해 UAE는 이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한국에 원전을 낙찰시키는 ‘쇼’를 벌여줬다. 그리고 준비한 ‘MB 원전가’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원전 수출을 위해 이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대장’인 만큼 자신부터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불철주야 뛰어다닌 실무자들을 먼저 치켜세웠어야 한다. 한 역사학자는 이런 지적을 했다.

“김쌍수 한전 사장 등 수주팀이 돌아올 때 이 대통령이 공항까지 마중 나가 맞는다면 수주팀도 감격하고 대통령의 처신도 돋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원전입국의 역사와 원자력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설을 했다면 정부는 자축의 분위기를 훨씬 오래 이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대통령의 환대를 기대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또 나오게 된다. 대통령은 상을 줌으로써 빛이 나는 자리인데, 측근들은 대통령이 상을 받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 대통령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이어 원자력 입국에 기여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원자력계의 두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는 한국도 일본처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핵연료로 만들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다. 북한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폭탄을 만들고 있어 국제적인 비난을 받지만, 일본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부피와 독성을 대폭 줄이고 다시 핵연료를 만들기에 비난을 받지 않는다. 원폭을 맞고 패망한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면서 재처리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은 일본이 대미 외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너무 성급하게 부른 ‘MB 원전歌’?

UAE에 건설될 원전 조감도.

대통령이 해야 할 일, 두 가지

세계 원자력 질서는 IAEA가 규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통제한다. 미국은 거의 모든 우방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어 통제하는데, 이 협정 부속문서엔 반드시 재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런데 일본은 20여 년간 미국을 설득해 미일원자력협정 부속문서에서 이 문구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를 크게 줄여주는 등 많은 양보를 했다.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규율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은 2014년 6월 시효가 만료된다. 따라서 그전에 새 협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미국을 설득해 재처리 금지 조항이 없는 협정을 만들자는 게 많은 원자력인의 바람이다. 대신 한국은 핵무기 제작 쪽으로는 절대로 재처리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핵연료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아프간 등지에 파병하는 등으로 미국에도 ‘선물’을 안겨주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새로 원전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지정 확보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돼 재처리할 수 있게 될 경우에 대비해,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할 땅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서는 관대했으나 한국 원자력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해, 과거 정부가 원전 등을 짓기 위해 법으로 지정해놓은 땅(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으로도 쓸 수 있는 곳이었다)을 모두 해제했다. 그래서 한국은 기존 원전 부지 안에만 원전을 짓게 됐는데, 기존 부지가 다 들어차면 더 이상 원전을 지을 땅이 없게 된다.

고준위 지정은 부안 사태를 일으킨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만큼이나 큰 저항을 일으킬 것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한국이 지게 될 부담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일을 이 대통령이 해낸다면 그는 원전입국을 성사시킨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진정한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한다. 이 대통령은 차려진 밥상에 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밥상을 차려내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주간동아 2010.01.12 719호 (p68~70)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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