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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세종시민관합동委 실체가 뭐냐

위원 80% 친정부 인사에 역할 ‘애매모호’ … 전문성 부족, 보고서 이해 못하기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세종시민관합동委 실체가 뭐냐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은 뭔가.

“국무총리 직속 심의자문기구다. 정부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을 개진한다. 세종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깊은데, 이를 순화하기 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최상의 정책을 자문해주는 게 위원회의 역할이다.”

세종시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위원이 많은데 제대로 된 심의나 자문이 가능한가.

“우리는 새로운 의견을 낼 권한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안을 검토해 이론적으로 보충하도록 자문하는 역할이 전부다.”

12월16일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이하 세종시위원회) 송석구 공동위원장과 통화한 내용이다. 송 위원장의 설명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세종시위원회의 성격이나 역할이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다. 세종시위원회는 11월11일 명단이 확정되고 16일 공식 출범했다.



‘심의(審議)’의 사전적 의미는 ‘심사하고 토의함’. 여기서 ‘심사(審査)’는 ‘자세히 조사해서 등급이나 당락 따위를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심의를 하려면 어느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자문(諮問)’은 어떤 일을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고자 그 방면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기구에 의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심의나 자문 모두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세종시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비전문가투성이다. 더욱이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거나 친정부 인사다.

먼저 세종시위원회를 이끄는 송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대전·충남 출신 명사들의 모임인 ‘백소회’를 통해 정운찬 총리와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전공은 철학으로, 세종시 문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종시민관합동委 실체가 뭐냐
심의? 자문? … “의견 낼 권한이 없다”

김광석 위원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 대통령의 대전지역 사조직으로 분류되던 대전발전정책포럼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각 지역별 선거대책위원회 명단을 발표했을 때 김 위원은 대전지역 ‘차세대 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지질연구원 감사로 부임한 것도 이런 ‘공’을 인정받아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양호 위원은 세종시 대안에 대한 정부 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 원장이다. 이명박 정권 초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박철곤 위원은 현 정부의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홍은희 위원과 보건정책학 전공자인 정우진 위원도 세종시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두 사람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위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원장이기도 하다.

민동필 위원은 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과학비즈니스벨트 TF팀장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있다. 남영우 위원은 행정안전부 지역발전분과 위원이다.

그나마 전문가로 볼 수 있는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의 김성배 위원은 대표적인 세종시 수정론자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 이 문제는 이미 수없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내 생각은 지난 정부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참여정부의 이념이자 균형발전정책의 핵심 축인데, 세종시가 되면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세종시의 대안으로 그동안 정부에서 여러 차례 언급해온 ‘과학 비즈니스벨트’를 꼽았다.

장관급 인사로는 유일하게 세종시위원회에 참여한 박명재 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행정안전부(구 행정자치부) 장관이었지만,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점이 현 정부와 맞닿아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송인준 위원은 2004년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 논리로 위헌 결정을 내릴 때 위헌 쪽의 손을 들어준 재판관 중 한 명이다. 송 위원은 그러나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때는 다수 의견이던 각하 의견을 냈다.

박대근 위원은 박재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자 하버드대 동문이다. 충주대 총장인 장병집 위원과 서울경제신문 부회장인 임종건 위원은 충남 출신으로, 전문성보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배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병선 위원은 2007년

9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이던 시절 새만금 현장에서 연 ‘민생경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현 정부의 ‘새만금 국제현상공모’ 때 심사위원과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참여한 사람 더 많아”

세종시 수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위원은 한밭대 명예총장인 강용식 위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강 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아 세종시 건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로 꼽힌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은 비전문가이거나 세종시 수정론자 또는 친정부 인사인 셈. 강 위원은 위원회의 구성원에 대해 “나야 충청권 여론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측면이 있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국무총리실에서 위촉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 중 80% 이상은 친정부 인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위원회의 한 위원은 “위원회에 전문가보다 정치적 목적으로 참여한 비전문가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들은 정부에서 내놓은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간혹 엉뚱한 얘기를 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너무 무리하게 세종시 원안 수정을 추진하다 보니 졸속으로 연구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위원회의 기능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 대학 교수는 “구성원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도대체 뭘 하는 위원회인지 모르겠다”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형식적으로 만든 기구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위원들조차 위원회 구성의 문제점과 역할의 한계를 인정했다. 한 위원은 “처음 명단을 봤을 때 솔직히 의아했지만, 논의를 이어가다 보니 정부에서 구성한 위원회가 100%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회는 정부가 제시한 안을 논의할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지라면 무리가 있다.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며 위원회의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주간동아 2009.12.29 717호 (p52~5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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