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2009.12.01

로스쿨생 1년 씀씀이는 얼마?

지방 국립대 1600만~1700만원, 서울 사립대는 3000만원 선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11-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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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28)는 올 들어 돈 쓰는 습관이 바뀌었다. 말이 ‘바뀌었다’지, 실은 돈을 쓰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사립 K대에 다닐 때는 ‘흥청망청’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을 꾸미기 위해 옷을 사거나 선후배와 술자리를 가질 때면 과감하게 거금을 쓰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로스쿨에 들어와선 짠돌이가 됐다.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올해는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다. 노트 살 돈까지 아끼려고 대학시절 쓰던 리포트를 찾아내 이면지로 활용할 정도. 그는 식비 등 최소한의 지출만 하면서 하루 1만원 이상은 쓰지 않는 게 몸에 뱄다.

    A씨가 이렇게 변하게 된 건 로스쿨을 다니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립대라 등록금이 사립대 로스쿨의 절반 수준이지만, 대학을 마치고도 3년이나 더 부모에게 등록금, 용돈 부담을 준다는 건 커다란 마음의 짐이 아닐 수 없다.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로스쿨 수업의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A씨는 올 한 해 등록금으로만 900만원(학기당 450만원)을 냈다. 입학금도 따로 40만원을 냈다. 여기에 기숙사비로 한 달 20만원씩 꼬박꼬박 냈다. 8개월간 기숙사에 살았으니 160만원을 지출했다. 교재비용도 만만치 않다. 1, 2학기 기본 과목 교재비만 23만원. 부교재비로도 12만원을 썼다. 프린터가 없어 온라인 교재는 PC방에서 출력했는데, 출력비로 10만원을 넘게 썼다. 대학 때 법 공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적게 든 편이다. 또 학생회비로 9만원을 냈고, 3월 개강 전 약 두 달간 선행학습을 하면서 자취방 숙식비로 한 달에 45만원을 썼다.

    ‘짠돌이 생활’로 버티지만 재정적 압박 가중



    이렇게 기본적으로 꼭 써야 하는 곳에만 12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여기에 용돈(한 달 평균 60만원)까지 포함하면 1년 동안 A씨의 총지출은 1600만~17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오늘도 소비 욕구를 최대한 억누르자’고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재정적 압박이 학구열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한다.

    “대학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거금을 내고 얻은 수업 기회와 시간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을 잘 활용해서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고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B씨(31)도 학비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1, 2학기 동록금만 1900만원(학기당 950만원)이다. B씨는 성적이 좋아 2학기 내리 등록금의 50%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받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1000만원가량을 학비로 써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런데 꼭 들어가야 하는 비용은 학비만이 아니다. 현재 거주하는 학교 근처 원룸 월세가 50만원이나 된다. 그리고 아끼고 아껴도 식대 등을 포함해 한 달 쓰는 용돈이 70만~80만원. 교재비용도 학기 초 기본으로 20만원이 들었고, 부교재와 프린트 비용은 한 달에 4만~5만원이 꼬박꼬박 나간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1년에 3000만원 이상은 족히 들어갈 것이다. 이 정도 지출을 유지한다고 해도 로스쿨 3년 동안 1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든다는 얘기. 평범한 가정의 학생, 더구나 결혼까지 한 로스쿨 학생 처지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본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사법시험 준비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로스쿨은 장학금 수혜 폭이 넓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면서 사법시험 대비할 때의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로스쿨 학생들이 3년 동안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땀을 쏟아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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